[앵커]
뜨거운 물에 우려내면 은은하면서도 고소한 향을 내는 검고 쓴 맛의 이것 바로 커피죠. 조선시대 커피를 일컫는 말이었던 '가비'가 영화로 탄생했습니다.
오늘(6일)의 문화 현장, 강수진 기자입니다.
[기자]
때는 1896년.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몸을 피해 대한제국을 준비하던 아관파천의 시대입니다.
검고 쓴 맛이 강해 독을 타는데 이용되기도 하는 '가비'.
일본의 은밀한 고종 독살 음모는 바로 이 '가비'로부터 시작됩니다.
고종 곁에서 커피를 내리는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따냐'로 15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김소연.
[김소연/'따냐' 역 : 우리나라 사람들이 러시아어를 잘 모른다는 게 용기를 낼 수 있는 아주 큰 힘이 됐던 것 같습니다. 죽기 살기로 했습니다.]
주진모와 박희순도 따냐를 목숨보다 사랑한 이중스파이 '일리치'와 허물어져 가는 제국의 마지막 군주 '고종'으로 열연을 펼쳤습니다.
[박희순/'고종 황제' 역 : 모든 신하들이 있는 앞에서 일본에 주권을 넘긴다는 얘길하면서 펑펑 울었다는 책을 읽었는데요…거기에 많이 공감을 했던 것 같습니다.]
김탁환의 원작소설 '노서아 가비'가 영화 시나리오로 만들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3년.
남다른 커피마니아인 장윤현 감독은 치명적인 매력에 이끌려 '황진이' 이후 5년 만에 '가비'를 택했습니다.
[장윤현/'가비' 감독 : 오늘이 제일 떨렸습니다. 떤다고 잘되는 건 아닌데, 알면서도 긴장되고 떨리는….]
모던한 의상과 화려한 액션 연기는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시대적 상황이 얽히고 설켜 복잡해진 스토리가 팩션 사극의 유행 바람을 흥행으로까지 연결시킬 수 있을지 관객의 평가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