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인공지능 꺾은 이세돌 9단…승부수 어떻게 통했나?

입력 2016-03-13 20:36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도저히 이길 수 없다" 어제(12일)까지의 분위기였죠. 그런데 하루 만에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을 꺾었습니다. 주정완 스포츠문화 부장과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주 부장, 바둑을 모르는 분들도 다같이 기뻐했는데요. 오늘 어떻게 이겼는지 간단히 설명 좀 해주시죠.

[기자]

잠시 해설판을 보시죠.

오늘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은 초반부터 확실한 집을 챙기면서 실리 작전으로 나섰는데요.

중앙에 알파고의 큰 집이 생기자 승부수를 던져 집을 깨는 작전에 나섰습니다.

이런 승부수가 성공하면 승기를 잡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그대로 지는 건데요.

이건 조치훈 9단이 1980년대 전성기 때 자주 사용했던 수법입니다.

결국, 이 9단의 승부수가 멋지게 성공을 하면서 알파고에게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앵커]

그런데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완벽하다던 알파고가 오늘 중반 이후에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좀 했죠?

[기자]

바로 이 장면입니다. 여기 중앙에서 전투가 한창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알파고가 둘 차례인데 당연히 중앙 어딘가에 둘 것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쪽을 두는 수를 뒀습니다.

이 수는 프로기사가 아니라도, 어느 정도 바둑을 아시는 분들의 눈으로 봐도 말도 안 되는 수입니다.

백이 이렇게 한 점을 잡으니까, 알파고가 엄청난 손해를 봤습니다.

이뿐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에서도 이런 수를 뒀는데요. 이 수도 말이 안 되는 수였습니다.

백이 이렇게 오니까 상대를 강하게 해주고, 자신은 약해지는 '이적행위'였습니다.

[앵커]

지금 주 부장이 얘기한 대로 말도 안 되는 수인데, 그 완벽하다는 알파고가 왜 저런 수를 뒀을까요?

[기자]

네, 오늘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승리하면서 인공지능 알파고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조금 전 보여드린 수들은 인간 고수라면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감각적으로 절대로 둘 수 없는 수인데요.

알파고의 문제 해결 방식에도 결함이 있다는 겁니다.

알파고는 매번 수를 둘 때마다 승률을 계산해서 가장 승률이 높은 수를 둔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슈퍼 컴퓨터를 활용한 알파고의 계산만으로는 항상 최선의 수를 찾는 건 아니었고요, 때로는 인간의 직관이 컴퓨터의 계산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알파고 개발자들은 영국에 돌아가서 오늘 대국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시스템 개선에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알파고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 건데 반대로 얘기하면 이세돌 9단이 그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렇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자]

네, 어제 이세돌 9단은 3연패 뒤에 기자회견에서 "오늘의 패배는 이세돌의 패배지, 인간의 패배가 아니다"라고 했는데요.

보통 3연패를 하면 감정적으로 흔들려서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기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단 하루 만에 마음을 추스리고 기적 같은 승리를 일궈냈습니다.

오늘 대국을 보면 마지막 초읽기에 몰리면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세돌 9단의 비장한 호흡이 느껴졌는데요.

절대 넘을 수 없는 것으로 보였던 벽을 넘어선 '인간 승리의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어제 저희도 그렇게 얘기했지만 이게 의미가 없다, 불공정한 게임이다, 이런 얘기가 나왔고 어느 정도 설득력 있게도 들렸는데, 오늘 승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오늘 기자회견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왔는데요.

이세돌 9단은 "그런 건 큰 문제가 아니고, 저의 능력 부족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1차전에선 이세돌 9단이 다소 방심했던 측면이 있는데요.

2차전부터는 이세돌 9단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최선을 다한 만큼 정보 부족 때문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국기원에서 정보를 요구했지만, 구글이 거절했다는 일부 보도 내용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요.

알파고의 관점에서도 이세돌 9단의 기보는 방대한 빅데이터의 작은 일부분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앵커]

모레 제5국, 마지막 대국이 있죠. 어떻게 보면 이게 진짜 승부다, 이런 얘기도 나오는데 주 부장은 아마 4단이지 않습니까?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기자]

오늘 대국 내용을 보면 알파고가 매우 잘 두기는 하지만 약점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요.

이세돌 9단도 그 점을 잘 알기 때문에 매우 볼만한 승부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처럼 먼저 확실한 집을 지어놓고, 알파고가 큰 집을 지으려고 하면 승부수를 던져 알파고의 집을 깨는 그런 수법이 또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스포츠문화부 주정완 부장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영상] 이세돌 첫 승 기자회견…"값어치 매길 수 없는 1승" 바둑계, 이세돌 첫 승에 "인간 승리"…승패 관계 없이 "대단하다" 이세돌 9단, 알파고 최초 격파…어디서 승기 잡았나? 하사비스 "이세돌 묘수에 알파고 실수 나와…버거운 상대" 하사비스 "이세돌 덕분에 알파고 허점 파악 가능…패배, 소중한 지식"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