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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 알파고 최초 격파…어디서 승기 잡았나?

입력 2016-03-1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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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 알파고 최초 격파…어디서 승기 잡았나?


이세돌 9단, 알파고 최초 격파…어디서 승기 잡았나?


이세돌 9단, 알파고 최초 격파…어디서 승기 잡았나?


종반에 형세를 유리하게 이끈 이세돌(33) 9단이 이변에 없는 한 인공지능(AI) '알파고'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4국에서 알파고는 전날과 돌을 바꾸어 흑을 잡았다.

알파고의 첫 착수는 우상귀 화점. 이 9단은 좌하귀 화점으로 대응했다. 그러자 알파고는 다음 수로 좌상귀 소목을 택해 놀라움을 안겼다. 2국과 똑같은 포석을 들고 나온 것. 알파고는 이 포석의 승률이 가장 높다고 판단한 듯하다. 사람이 뒀다면 '흉내 바둑'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 9단은 4번째 수로 좌하귀 화점에 착수했다. 11수까지의 진행이 지난 2국과 똑같다. 하지만 이 9단이 12수에서 비틀면서 다른 진행을 가져갔다. 흑 23은 인간 바둑의 기준으로는 상식에서 벗어난 수. 흑 23, 백 24의 교환이 악수라고 생각되지만, 알파고는 응수타진한 수라고 생각된다. 흑 25로 좌변으로 손을 돌리자 백 26으로 흑 23을 제압했다. 이세돌 9단 입장에서는 악수라는 의미.

초반 좌변에서 시작된 몸싸움이 전투로 이어져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 9단이 단단하게 두면서 실리를 차지하며 전투는 벌어지지 않았다.

앞선 대국에서 알파고가 인간 바둑에서 볼 수 없는 수들을 두자 이제 이 9단도 평범함을 거부한 수를 뒀다. 흑 45 이후 백이 상변 타개로 밀어가는 수를 두거나 날일(日)자로 두는 수를 예상했지만 백 46로 예상 외의 곳에 두었다. 알파고는 상변 백을 바로 공격하지 않고 우변부터 전단을 구했다.

상변에서 손을 돌린 알파고가 전매 특허인 어깨 짚기를 하며 우변부터 전단을 구했다. 흑 47의 어깨 짚음은 인간 바둑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수. 이는 곧바로 상변 백을 공격하기보다는 우변 백 모양을 삭감하며 중앙 흑을 두텁게 쌓으려는 알파고의 작전으로 보인다. 백 48로 밀어올리자 흑 51로 석점 머리를 두들기며 우변에서도 좌변 백과 비슷한 모양이 나왔다.

장고 끝에 백 60, 흑 61의 교환 이후 백 62로 이 9단이 승부수를 두었다. 승부수인만큼 알파고가 장고를 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알파고는 노타임으로 흑 63으로 젖혀갔다. 상변 백과 우변 흑을 바꿔치기한 모습. 벌써 계산서가 나온 것일까, 우변 흑이 넉점이 잡힌 것에 비해 상변 백이 아무런 뒷맛 없이 그대로 잡힌다면 흑집이 너무 크다. 이 9단이 상변 백의 탈출구를 찾아야한 장면이다.

백 70으로는 우하귀 날일자로 우변 백집을 지킬 수 있었지만 상변이 모두 흑집이 된다면 이 9단이 어려운 형세가 되기 때문에 흑의 약점을 노리기 위해 백 70으로 삭감하는 수를 두었다. 그러나 알파고는 흑 71로 단단하게 지켰다. 이 9단은 백 72로 끊는 승부수에 이어 백 78로 끼우는 독수를 두었다. 백 82까지 진행되어서는 맛이 상당히 나쁜 형태. 흑은 수습하기 위해 흑 83의 붙임을 시작으로 백 90까지 악수를 두었다. 알파고는 우변을 버리는 사석작전을 펼쳤다.

알파고가 연이어 인간계 바둑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두면서 어지러운 국면이 됐다. 순식간에 이 9단이 상황을 역전시켰다. 이 9단이 유리한 형세를 의식하고 물러서자 차이가 좁혀지면서 미세한 흐름이 이어졌다. 하지만 흑이 덤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9단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다.

이 9단은 제한시간 2시간을 다 쓰고 초읽기에 들어갔다. 1분 초읽기가 3회 주어지는데, 이 중 2회를 쓰면서 마지막 초읽기만을 앞두고 있다. 반면 알파고는 6분이 남았다. 이 시간을 다 소요하게 되면 초읽기로 둬야 한다. 과연 알파고가 대결 최초로 초읽기에 몰리게 될지 주목된다.

대국은 백을 잡는 기사에게 덤 7집 반을 주는 중국 룰을 따른다. 알파고는 처음부터 중국 룰로 설정돼 있다. 바둑은 흑이 먼저 두는데, 먼저 두는 쪽(흑)이 유리하기 때문에 나중에 둔 쪽(백)에 그 불리함을 보상해 주기 위해 이 같은 규칙이 만들어졌다. 중국 룰은 덤이 한국 룰(덤 6집반)보다 1집 많은 7집반으로, 백이 좀 더 유리하다.

12일 알파고가 3연승으로 승부를 매듭지었지만, 이세돌과 알파고의 격돌은 15일 5국으로 이어진다. 다섯 판을 모두 치르는 조건으로 이 9단은 15만 달러(약 1억6500만원)를 받는다. 우승 상금 100만 달러(약 12억원)는 알파고가 차지하게 됐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 측은 상금을 유니세프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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