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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먹고 돌려쓰고 '천태만상'…유치원 비리 사례 보니

입력 2018-10-2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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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와 여당이 어제(25일) 오전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전국의 유치원 감사 결과도 공개됐습니다. 전국 9000여 개 유치원 가운데, 이번에 감사 결과가 확인된 곳은 2500여 곳입니다. 이재승 기자와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이 기자, 전국의 17개 시도교육청이 어제 일제히 비리 유치원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교육청별로 최근 5년 사이에 실시된 감사 결과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특정감사 결과와 정기종합감사 결과가 한꺼번에 공개가 됐습니다.

감사를 받은 유치원은 서울 180곳, 부산 281곳 등 전국 2576곳인데, 사립 뿐 아니라 공립도 포함됐습니다.

공립유치원은 감사 대상 중 51%가, 사립유치원은 92%가 각종 문제점을 지적받았습니다.

감사를 받았던 2500여곳 중 2100여 곳에서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앵커]

앞선 리포트에서도 일부 사례들을 전해드렸습니다만, 전반적으로 어떤 문제점들이 가장 많았습니까?

[기자]

네, 간단하게 한번 보면요. 교사 구성이나 커리큘럼 등 운영 측면에서의 지적도 있었지만, 가장 큰 화두는 바로 '회계 문제'였습니다.

간단하게는 원비와 정부 지원금을 유치원 통장이 아닌 개인 통장으로 받아 문제가 된 경우도 많았습니다.

유치원 통장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유치원 예산으로 쓰면 안 되는 일에 마음대로 쓴 곳이 많았습니다.

이런 곳은 교육청이 '회수' 조치를 하는데요, 일단 대도시 중심으로 저희가 통계를 내보니 회수 금액이 1천만원 이상이었던 유치원이 서울 4곳, 인천 57곳, 부산 30곳, 대구 6곳에 달했습니다.

이중 억대가 넘는 회수를 한 곳도 있었는데요. 인천 6곳, 부산 3곳, 대구 1곳이었습니다.

[앵커]

감사 자료가 매우 방대합니다. 교육청별로 하나 하나 따져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공통된 비리나 부정 사례들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볼까요?

[기자]

우선 유치원 자금을 개인 생활비로 활용하고 아이들의 급식비가 교사들의 간식비로 쓰이고 급여나 수당을 부당하게 지급하는 등의 특성을 보였습니다.

개인 생활비 활용 유형을 보면, 개인 자가용의 유류비나 정비 비용, 개인 휴대전화 요금, 각종 보험료 등은 마치 '관례상' 그래왔던 것 처럼 공통적으로 유치원 회계에서 지출됐습니다.

개인 차량 구매비용까지 지출된 경우도 있었는데, 벤츠나 랜드로버 등 수입차도 있었습니다.

최근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부실 급식 논란이 일었었는데, 급식비로 교사 간식이나 맥주와 같은 주류를 구매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사람에게 월급을 주거나 인허가를 받지도 않고 원장이나 가족의 토지를 강당이나 운동장, 체험장으로 대여해서 수백만원의 월세를 챙기는 일도 많았습니다.

[앵커]

유치원 원장이나 설립자들은 이같은 비리를 관례처럼 생각했던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비슷한 사례들이 전국적으로 굉장히 많은데, 그동안의 감사가 실효성이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고요?

[기자]

네, 교육청의 징계는 원장이나 관련 교사에게 내려지게 되는데요.

결국, 원장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가 내려지더라도 설립자는 그대로 남아있는 셈입니다.

예를 들면, 설립자가 원장 직을 겸하다 징계를 받으면, 원장 직만 내려놓고, 원감이 직무대행을 하면 그만인 그런 상황이 됩니다.

감사에서 비리가 적발된 유치원들이 빠져나가는 방법으로 이른바 '간판 갈이'도 있는데요.

유치원 이름만 바꿔 다시 개원하는 수법입니다.

[앵커]

그리고 일선 교육청이 감사 결과에 따라서 유치원을 고발 조치한다고 해도 실제로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하던데, 이것은 왜 그렇습니까?

[기자]

네, 기소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재판까지 가더라도 재판에 가서 무죄 판결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부 지원금이 바로 유치원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를 거쳐 받게되다 보니, 이 돈이 정부의 돈이냐, 개인의 사유재산이냐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결국 이같은 회계비리 등의 문제들이 일부 유치원이 아니라 전국에서 공통으로 드러난 것을 보면 정부의 유치원 관리 시스템 자체가 문제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이같은 비리와 부정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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