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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취·폭행…'조폭' 닮은 청소년 폭력서클

입력 2012-03-0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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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강원도 춘천에서 경찰에 적발된 중·고교 폭력서클은 성인 폭력조직단체의 축소판이었다.

춘천 A고등학교 3학년 신모(19)군은 동급생 19명과 함께 지난 2010년 '삼거리파'라는 폭력서클을 결성했다. 신군이 지역 2개 고등학교에서 싸움 잘하는, 이른바 '짱'이라 불리는 학생만 골라 만든 이 서클은 동ㆍ하급생을 대상으로 금품갈취를 하기 위한 '일진회'(학교폭력조직)였다.

이들은 지역 학생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다. 신군 등은 유흥비가 필요하면 방과 후 학교 근처에서 다른 학생들을 협박해 수시로 돈을 빼앗았다.

직접 금품을 갈취하던 폭력서클은 성인 조직폭력배들의 금품 상납 카르텔과 흡사한 상납고리를 형성해나갔다.

삼거리파 조직원들은 "우리를 따르면 뒤를 봐주겠다"고 하고 지역에서 싸움 잘하는 학생들을 '짱'으로 인정, 안모(17)군 등 7개 남ㆍ녀 고등학교 2학년생 47명을 모아 '춘천파'라는 거대한 서클을 다시 조직했다.

이어 중학교 3학년 남학생들을 모아 '강후춘팸'과 중학교 2학년 '짱'들의 모임인 '춘천팔팸'까지 만들어 3개의 하부조직을 거느리며 2010년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지역 초ㆍ중ㆍ고교생 84명으로부터 2천300여회에 걸쳐 7천250만원 상당의 금품을 직접 빼앗거나 상납받았다.

이들은 길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을 상대로 시계, 모자, 가방, 유명 상표 점퍼에 이르기까지 닥치는 대로 금품을 갈취해왔으며 피해자들 중에는 초등학생도 18명이나 포함돼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상부 조직원이 휴대전화나 문자 메시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체계적으로 금품상납 지시를 전달했다.

하부 조직원들을 평소 괴롭혀오던 동ㆍ하급생들을 직접 만나거나 문자 메시지로 연락해 수금을 하듯이 '언제까지 돈을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이런 식으로 '일진'의 갈취는 지역 학교 전체로 퍼졌다.

하급 조직원들이 상납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상급 조직원들이 이들을 한데 모아놓고 각목으로 엉덩이 등을 때리는 속칭 '줄빳따' 벌을 내리기도 했다.

때로는 조직원들의 군기를 잡기 위해 '선배에게 까분다', 혹은 '연락이 잘 안 된다'는 이유로 으슥한 공터로 불러내 뺨을 때리고 허벅지를 발로 차는 등 폭행을 일삼았다.

이들은 동ㆍ하급생의 금품을 빼앗는 것은 물론 숙제를 대신시키거나 담배를 사오게 하는가 하면 물건을 강매하게 하고, 인력소개소를 통해 여름철 수영장 아르바이트를 시킨 후 일당을 뜯어내는 등 수시로 공갈·폭행 등을 저질렀다.

특히 조직원이었던 B(15)군이 폭력서클을 탈퇴하자 "돈을 주지 않으면 폭행하겠다"고 협박해 11개월여간 하루 2만원씩 250회에 걸쳐 500여만 원을 빼앗기도 했다.

이들은 버젓이 서클의 이름을 게시하고 인터넷 블로그를 개설, 조직 결속력을 유지하거나 다른 범행을 모의하는 데 활용했다.

춘천경찰서 노윤환 형사과장은 "이들은 성인 조폭의 상납 카르텔을 그대로 흉내낸 청소년 폭력 조직"이라며 "상급 서클 구성원들 중 범행 가담 정도가 중한 18명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벌이는 한편, 성인 조직폭력 집단과의 연관관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동ㆍ하급생을 상대로 자체적으로 금품 갈취를 해온 남녀 고등학생 불량서클 '인공파'와 여자 중학생 불량서클 '현대파' 등 30명도 이들과 함께 검거했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불량서클 6개 조직원 112명 중 가담 정도가 무거운 32명은 불구속 입건하고, 범행 정도가 경미한 28명은 불입건, 단순가담자 52명은 서클 탈퇴를 조건으로 선도 조치했다.

경찰은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보복 폭행 등 2차 피해를 우려해 경찰과 학교 측이 수시로 가ㆍ피해 학생들에게 SMS 문자를 발송하고 주 3회 이상 전화상담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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