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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북·미회담 재고려" 태도 돌변한 북한의 의도는?

입력 2018-05-16 18:20 수정 2018-05-16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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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돌연 취소한 데 이어서 북미 정상회담까지 다시 고려할 수 있다는 긴급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일방적 핵포기를 강요하거나, 핵 개발 초기였던 리비아식 폐기를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메시지죠.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대해서 백악관과 청와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오늘(16일) 청와대 발제에서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남북미 관계를 집중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기자]

6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순항하던 한반도 정세가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라는 암초를 만났습니다. 잠시 숨고르기 수준으로 비친 남북 고위급회담 취소 통보에 이어서, 북미 정상회담까지도 백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겁니다.

[김계관/북한 외무성 제1부상 (음성대역 / 16일, 조선중앙통신 담화) :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다가오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담화문은 오늘 오전 북한의 핵 협상을 다뤄온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명의로 발표됐습니다. 그는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 폼페이오 장관을 두 차례 만나는 등 한반도 평화를 대범한 조치를 취한 데 반해서, 미국은 강경일변도의 '망발'을 쏟아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계관/북한 외무성 제1부상 (음성대역 / 16일, 조선중앙통신 담화) :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 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 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의 완전 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

그렇습니다. 최근 미국은 핵 협상 조건을 한 단계씩 더 강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살라미식 대 리비아식'으로만 맞섰다면, 최근에는 CVID 넘어서는 PVID, 또 핵은 물론 탄도미사일과 생화학 무기를 비롯한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해야 한다며 허들을 높였습니다.

북한은 이미 자신들이 '비핵화 용의'를 표명한 데다, 여기에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청산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수차례 천명했다면서 미국이야말로 자신들의 '대범한 조치'를 오판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가 한다고 했는데, 왜 자꾸 잔소리를 하고 왜 토를 다느냐"는 것이죠. 또 북한은 핵개발 완성, 핵보유국을 천명한 자신들과 핵 개발 초기단계에 있던 리비아를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계관/북한 외무성 제1부상 (음성대역 / 16일, 조선중앙통신 담화) : 세계는 우리나라가 처참한 말로를 걸은 리비아나 이라크가 아니라는데 대하여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핵 개발의 초기 단계에 있었던 리비아를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기 짝이 없다.]

이번 담화문을 정부가 아닌 외무성 부상 개인 명의로 발표한 것도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을 입을 통해서 메시지를 내는 것과 '격'을 맞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북한은 "인간쓰레기이자 피에 주린 흡혈귀"라 맹비난했던 볼턴 보좌관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았는데요. 이번에는 '사이비 우국지사'라 지칭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은 과거를 망각하고 그의 말을 듣는다면, 북미관계 전망은 불보듯 명백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게 단순한 신경전인지 아니면 진짜 뒤집어 엎을 수 있다는 신호인지 신중하게 판단을 해야 할 텐데요. 아직까지는 판을 깨자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부상 명의의 담화문은 대결 주체의 격을 맞춘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낮은 수위에서 미국을 떠보는 효과도 있습니다. 만약에 이 담화문을 김정은 위원장이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직접 말했다면, 아마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겠죠.

또 하나, 북한은 '핵'과 '경제보상'을 맞바꿨다는 '빅딜론'에 대해서 꽤나 자존심이 상한 것 같습니다. "미국이 경제적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는 있지만, 우리는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빅딜을 해서 빅딜이라 말한 것인데 왜 이게 빅딜이냐고 물으시면 북한 입장에서는 경제발전을 '내부적인 성과'로 포장하고 싶은 측면, 일면 이해도 갑니다.

북한은 담화문 발표에 앞서서, 우리 정부에도 '남북 고위급회담' 취소를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연합군사훈련 '맥스선더'입니다.

[조선중앙TV : 우리는 남조선에서 무분별한 북침 전쟁소동과 대결 난동이 벌어지는 험악한 정세 하에서 16일로 예견된 북남 고위급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북남 고위급회담이 중단되게 되고 첫걸음을 뗀 북남관계에 난관과 장애가 조성된 것은 전적으로 제정신이 없이 놀아대는 남조선 당국에 그 책임이 있다.]

그런데 맥스선더 훈련은 지난 11일부터 시작됐습니다. 북한이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것은 어제인데, 왜 이제와서?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죠. 마찬가지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이라는 분석과 함께,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발언도 한 몫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북한의 비핵화는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태영호/전 주영국 북한 공사 (지난 14일) : 북한의 핵무기는 강력한 보검. 후손 만대의 영원한 번영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담보. '창과 방패'입니다. 이것이 4월 20일 날 당 전원회의에 북한의 모든 간부를 모아놓고 김정은이 한 이야기입니다. 결국은 뭐냐, 어떤 일이 있어도 북한은 이 '창과 방패'밖에 없어요. 이것을 내려놓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북한은 이에 대해서 "천하의 인간 쓰레기를 국회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존엄을 헐뜯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비난의 수위로 봐서는 고위급 회담 취소 배경 중 하나인 것 같기는 한데요.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일방적 취소 통보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즉각 회담에 호응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 북 "일방적 핵포기 강요하면 북·미회담 재고려"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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