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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부메랑 되어 돌아온 '스토커 어머니'의 항변

입력 2015-02-17 19:42 수정 2015-02-1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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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부메랑 되어 돌아온 '스토커 어머니'의 항변


"원고는 피고의 아들이고 피고는 원고의 어머니이다."
'스토커 어머니 접근금지 사건' 항소심 판결문의 한 문장 입니다.

피를 나눈 모자는, 법정에선 원고와 피고였습니다.

'오죽하면 어머니를 고소했을까', '아무리 그래도 어머니를 고소하나' 판결에 대한 반응은 처음엔 두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사건은 '자랑스런 아들'에서 시작합니다.

아들 박모씨는 국내 유명대학의 교수입니다.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박사도 받고 30대 초반에 교수가 됐습니다. 외동아들로서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문제는 '아들의 여자'에서 불거집니다.

요가학원에서 만난 박모씨의 아내는 부모의 눈에 차지 않았습니다. 둘이 결혼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박씨는 2010년 부모님 몰래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박씨의 어머니는 이 때부터 돌변했습니다.

아들 부부의 집에 찾아가 현관을 부수고 이들을 비방하는 벽보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문자와 음성으로 '자살하라'는 메시지까지 보냈습니다.

집에만 찾아간 게 아닙니다.

박씨가 근무하는 대학교에 앞에서 아들을 파면하라는 1인 시위까지 했습니다.

참다못한 박씨는 어머니를 상대로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의를 제기 했고, 결국 정식 재판으로 넘어갔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법적 다툼은 4년간 이어졌습니다.

1심은 법적근거가 없다며 어머니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아들 측은 기자에게 "아들이 너무 마음고생이 심해서 어떤 이야기도 하고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겨도 이긴게 아니었던 것이죠.

반면 어머니측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언론에 '상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어머니 측에서 주장한 항변 내용입니다.

어머니는 이 소송이 '반사회적'이고 '반윤리적'이라고 했습니다. 70이 넘은 노모에게 아들이 접근을 하지말라고 소송을 한 것 자체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또 "접근금지는 인격권을 침해하고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차라리 자살하라"고 말했으면서, '반윤리'를 언급했고, 아들 직장 앞에서 파면하라고 시위를 했으면서, '반사회'를 논한 것입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면서, 자신의 '인격권'을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가해자의 행위 금지로 인해 보호되는 피해자의 이익이 그로인한 가해자의 인격권 침해의 불이익과 비교할때 피해자의 이익이 더 크다"고 일침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사건의 본질은 '오죽하면 어머니를 고소했을까'도, '아무리 그래도 어머니를 고소하나'도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도 아들도, 법정에서는 모두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개인'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주장한 권리는 아들에게도 똑같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주장한 사회적 통념도 아들에게 적용됐습니다.

그렇게 어머니의 주장은 부메랑이 돼서 돌아왔습니다.

법정에서 이들은 어머니와 아들이 아닌, 인격과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원고'와 '피고'였으니까요.

김지아 기자 tell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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