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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쓰레기 치우지 마'…손 못 대는 '쓰레기산' 골치

입력 2020-01-15 22:48 수정 2020-01-1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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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CNN에 보도돼 국제적인 망신을 샀던 경북 의성의 쓰레기산입니다. 지난해 다 치웠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업체가 치우는 걸 막아선 겁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방치된 쓰레기산은 전국에 16곳이나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쓰레기산이 자꾸 많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윤두열, 정영재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윤두열 기자]

쓰레기산 입구를 차량 한 대가 막아섭니다.

전기도 끊겨 쓰레기 분류기가 멈췄습니다.

17만 톤이 넘는 쓰레기가 쌓인 의성 쓰레기산을 나라에서 치우려 하자 업체가 막아선 겁니다.

[의성 쓰레기산 소유 업체 : 외부 회사에다 위탁을 해서 저희들도 치우려고 한다는 계획안을 서면으로 저희가 제출했습니다.]

의성군은 할 만큼 했다는 입장입니다.

[권현수/경북 의성군청 폐자원관리계 계장 : 처리명령을 10번 넘게 보냈거든요.]

그러니까 의성쓰레기산 소유주가 치워도 내가 치운다며 쓰레기에 손대지 말라고 의성군을 상대로 소송을 건 겁니다.

그런데 바로 옆 상주에 있는 불법 쓰레기 투기 현장은 얘기가 좀 다릅니다.

이곳에 예전 그리고 지금에 땅 주인이 서로 자기 땅이라며 법정 다툼을 벌였습니다.

애초 상주시는 중앙정부에서 돈을 받아 쓰레기를 치운 뒤, 땅 주인에게 비용을 청구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소송으로 주인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결국 상주시는 쓰레기 처리 비용 20억 원을 중앙 정부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렇게 소송에 막히거나 주인이 내가 치우겠다며 버티는 곳이 전국에 모두 16곳에 이릅니다.

쓰레기를 못 치우니 주변 주민들의 고통만 길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또 다른 쓰레기 불법 투기 현장으로 왔습니다.

이곳도 8천 톤가량의 쓰레기가 불법으로 쌓여있습니다.

지난해 한 시민이 신고해서 처음으로 발견됐습니다.

땅을 빌려줬는데 쓰레기를 쌓아놓고 도망가 버린 겁니다.

환경부가 지난해 1월 전국의 불법 쓰레기 투기현장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모두 235곳에서 120만 톤에 쓰레기가 나왔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이걸 다 치우겠다고 했다가 결국 올해 상반기로 일정을 늦췄습니다.

이 약속도 지키지 못하게 됐습니다.

저희가 최근 1년 동안 새로 발견되거나 양이 늘어난 쓰레기 불법 투기 현장을 확인해봤습니다.

전국 곳곳에 흩어진 새로운 쓰레기산은 모두 112곳입니다.

이런 곳이 사흘에 한 곳씩 늘고 있는 겁니다.

양도 지난해 정부가 조사할 때보다 25만 톤이 더 늘었습니다.

그럼 또 다른 현장으로 한번 가보겠습니다.

[정영재 기자]

중장비가 트럭에 쓰레기를 담습니다.

충북 음성의 또 다른 쓰레기산입니다.

25톤 트럭으로 하루에 10대 이상씩 쓰레기를 빼내고 있지만 쓰레기더미는 아직도 이 창고 높이 만큼 쌓였습니다.

쓰레기더미를 한 번 살펴보면요.

바닷가에서 쓰는 이런 폐그물부터 화물차 타이어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창고 안쪽인데요.

창고 안쪽에 이런 폐석면 가루들이 절반 가득 차 있습니다.

이렇게 방치된 지 1년.

지자체가 세금 13억 원을 들여 치우고 있습니다.

쓰레기를 버린 업체가 내야 할 돈입니다.

하지만 이 업체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땅을 빌렸고 이름을 빌려준 사람은 이미 구속된 상태입니다.

실제 버린 사람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당장 청소비 13억 원을 땅 주인이 내야 할 상황입니다.

[토지 관리인 : 비용을 저희한테 전부 청구하겠다고 하니까 너무 억울해서…]

쓰레기산이 많아지는 건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쓰레기 처리 비용은 1년 새 30% 올랐습니다.

땅을 싸게 빌린 뒤 쓰레기를 받아 버리고 자꾸 도망가는 겁니다.

땅 주인이 자주 확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시골 빈 땅에 큰 트럭이 자주 오가면 주민들이 지자체에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영상디자인 : 신재훈·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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