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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사고·먹튀까지…'부실' 국토대장정 추적

입력 2015-02-16 21:20 수정 2015-04-2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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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백km를 걷는 국토대장정은 젊음의 훈장으로 통하기도 합니다. 특히 요즘은 이른바 스펙쌓기의 하나로 꼽히며 비싼 참가비 내고 도전하려는 학생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16일) 밀착카메라 보시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한 유명 국토대장정 업체의 실체를 추적했는데 문제가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김관 기자의 밀착카메라입니다.

[기자]

아픔을 이겨내야 청춘이다.

요즘 같은 방학 시즌 큰 인기인 한 국토대장정의 모집 광고 문구입니다.

그런데 자칫,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가를 취소하더라도 당연히 돌려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제보가 저희에게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정작 청춘들한테 아픔을 주고 있다는 건데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이야기인지,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한 달 전 충남 공주의 한 국도.

도로가 폭격을 맞은듯 난장판이 됐습니다.

14톤 화물차가 낸 사고입니다.

바로 옆 갓길에선 한 유명 국토대장정 참가자 수백명이 행군을 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화물차가 많이 다니던 도로였지만 이들은 무방비 상태였고, 결국 10명이 다쳤습니다.

주최 단체의 허술한 안전 대책이 화를 키운 겁니다.

그런데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단체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지난 해 11월 같은 국토대장정 단체에 참가비 58만원을 낸 대학생 A씨.

하지만 다른 일정이 생긴 A씨는 며칠 뒤 참가를 못 하게 됐으니 환불해달라고 했습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A씨/국토대장정 환불 피해자 : 전화가 아예 걸리지 않는 번호인 거예요. 신호도 아예 안 가고. 게시판에 글을 남겼는데 바로 1분 만에 지워버리고. 저랑 비슷한 (환불 신청한) 분들을 많이 알게 됐거든요. 그 분은 알고 보니까 2년 동안 계속 (돈을) 못 받고 계셨더라고요.]

A씨는 두 달 넘게 환불을 못 받았고, 해당 단체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로 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털어 참가비를 낸 B씨도 마찬가지입니다.

[B씨/국토대장정 환불 피해자 : 어머니가 TV에서 그런 걸 보셨대요. 국토대장정 했었는데, 교통사고가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 하지 말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환불 신청을 했는데, 그 순간 담당자와의 모든 연락이 끊겼습니다.

B씨와 취재진은 수소문 끝에 해당 단체 직원의 휴대전화번호를 알아냈습니다.

[S국토대장정 관계자 : (제가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환불 해드린다고요. 양해를 구하잖아요. 그냥 나가면 제 사비가 나가야 되는 거잖아요. 저희가 무슨 이익을 추구하고 그러는 게 아니라, 저도 월급 받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이상한 논리를 펴던 직원은 자신의 이름조차 말하길 꺼려합니다.

[S국토대장정 관계자 : (전화하시는 분 성함이라도 알려주세요.) 이름 알아서 뭐하려고요. 제가 이름까지 얘기해줘야 되나요?]

실제로 환불을 못 받은 사람들은 훨씬 많았고 온라인 곳곳에 자신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이 단체 운영자들을 찾아나섰습니다.

국토대장정 공고에 명시돼있는 해당 사무국의 주소입니다. 포스터인데요. 제 뒤에 있는 이 건물 6층에 사무실이 있다고 해 놨습니다. 한 번 찾아가 보겠습니다.

국토대장정과 전혀 무관한 사무실이었습니다.

[건물 관계자 : 아유, 그거(국토대장정 사무실) 없어진지가 언제인데요. (그래요?) 재작년에 없어졌는데.]

어떻게 된 건지 묻기 위해 명시된 번호들로 전화를 걸었지만 하나 같이 불통입니다.

다른 주소로도 가봤습니다.

이번엔 경기도 안산시 대부북동 91-66번지입니다.

이들이 경기지역 사무국 주소다, 라고 밝혀 놓은 바로 그 주소인데요. 그런데 이 주소로 내비게이션을 검색해봤더니 아예 없는 주소라고 나옵니다.

그나마 비슷한 주소지를 따로 검색을 해서 그곳으로 와 봤는데, 주변을 보니까 건물은 없고 야산으로만 빙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아예 이들이 5개월 전에 주소지로 해놨던 곳을 찾아가보겠습니다.

가까스로 해당 주소가 안내한 곳까지 왔습니다.

앞에 보이는 건, 웬 펜션이 하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펜션이 이 단체의 사무실인 건지, 이 안에는 단체 관계자들이 있기는 한 건지. 지금 가보겠습니다.

[S국토대장정 관계자 : (무더기로 환불 안 해준 사태 때문에요.) 지금 환불 나가고 있는데? 어떤 분이랑 통화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환불 나가고 있어요. (환불이 즉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나요?) 미안한데 그거에 대해 말씀드려야 되나요?]

허름한 펜션이 이들의 사무실이었고, 참가자들이 쓰는 조리 기구와 각종 집기는 비위생적으로 방치된 상태입니다.

알고보니 이 단체는 정식 등록된 단체도 아니었고, 비영리단체 고유번호라는 것도 가짜였습니다.

이들이 주관 단체와 협력 단체라며 내세운 곳들도 모두 이름뿐인 유령 단체들이었습니다.

이 단체의 국토대장정에 참가하려고 매년 2천~3천명이 1인당 수십만원을 내고 있습니다.

[오광균 변호사/녹색소비자연대 : 해당 약관은 불공정한 약관으로 보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의하면 출발 5일 전에 환불신청을 하면 전액환불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흔히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이런 국토대장정에 내 돈 내고 참가하려고 하는 것일 테죠. 하지만 우리 청춘들이 이런 고생까지 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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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국토대장정 단체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본 방송사는 2015년 2월 16일자 밀착카메라 '사고·먹튀까지.. '부실' 국토대장정 추적' 제하의 보도에서 한 국토대장정 단체의 안전대책이 허술하며 참가비 환불신청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고 미등록 단체로서 주관·협력단체도 유령단체라는 내용을 방송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해당 단체는 관할 세무서에서 적법하게 비영리단체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아 운영해 온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해당 단체는 "지난 5년 동안 정상적인 운영방침과 환불절차 및 행사 안전 체계를 준수해 왔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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