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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죽음 헛되지 않게"…분노한 미국 10대들 '#미 넥스트' 운동

입력 2018-02-19 16:56

총기참사 정치도구화한 트럼프에 여론 악화…총기규제 온라인 청원·행진
플로리다 참사 생존 학생 "다음번엔 당신 될수도" NYT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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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참사 정치도구화한 트럼프에 여론 악화…총기규제 온라인 청원·행진
플로리다 참사 생존 학생 "다음번엔 당신 될수도" NYT 기고

"친구들 죽음 헛되지 않게"…분노한 미국 10대들 '#미 넥스트' 운동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플로리다 고교 총기 참사 이후 미 전역에서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10대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꼭 이번 참사가 아니더라도, 최근 미국에서 학교를 배경으로 한 총기난사 사건이 잇따르면서 무고한 학생들이 희생양이 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두고 진정한 위로와 연대의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자신의 정적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여론이 더욱 악화하는 분위기다.

수천 명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강력한 총기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풀뿌리 운동으로 진화했다.

성폭력 고발 캠페인인 '#Me Too'를 차용한 '#Never Again(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Me Next?(다음번엔 내차례?)' 등의 해시태그도 등장했다.

18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이번 사건이 발생한 파크랜드 소재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 재학 중인 알렉스 윈드는 친구 넷과 함께 'Never Again' 캠페인을 시작했다.

윈드는 "19살이 술은 살 수 없지만, 전쟁무기인 AR-15을 살 수 있다는 건 단언컨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최근 잇따른 학교 총기난사 사건에서 반자동 소총인 AR-15이 종종 범행도구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판매 규제 논란이 불붙는 가운데, 미국에서 주류 판매 제한 연령보다 AR-15 판매 제한 연령이 더 낮은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이들은 오는 3월 24일 '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을 할 예정이다.

코네티컷주에 사는 레인 머독(15)은 1999년 컬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 발생일(4월 20일)에 총기폭력에 반대하는 '전국 고교생의 도보 행진'을 위한 온라인 청원을 시작했다. 현재 서명자 수는 5만5천명을 넘어섰다.

뉴욕주의 펠햄에 거주하는 고교생 바이얼릿 매시 베레커는 누구라도 다음번 총기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환기시키는 뜻에서 '#미 넥스트?' 캠페인을 고안했다. 온라인에는 '#미 넥스트' 문구와 함께 찍은 사진과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끔찍한 사건 현장을 직접 목도했던 학생은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글을 보내 "친구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1학년생이라고 소개한 크리스틴 야레는 사건 당시 수업이 끝날 때 즈음 소방 벨이 울렸고, 처음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다가 선생님의 지시에 서류뭉치로 가득한 벽장에 숨어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총격범 대응 훈련'인 줄 알았다고 했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 휴대전화엔 자신의 안부를 묻는 가족과 친구들의 메시지로 가득 찼고, 인터넷 뉴스를 검색해 불과 50피트(약 15미터) 앞에 총격범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야레는 작은 벙커 안에서 한 시간쯤 공포에 떨고 나서야 구조됐다. 그는 이 사건이 여전히 영화 같고, 악몽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당파를 넘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며 "더 강력한 총기규제법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이런 일이 당신과 상관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음번엔 당신 가족, 친구, 이웃이 될 수 있다. 어쩌면 당신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참사마저 '러시아 스캔들'의 돌파구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여 성난 여론을 부채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말 참사 현장으로부터 불과 60㎞가량 떨어진 본인 소유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면서 사태의 책임을 모두 남 탓으로 돌리는 '폭풍 트윗'을 올렸다.

특히 미 연방수사국(FBI)이 총격범에 관한 제보를 묵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FBI가 플로리다 고교 총격범이 보낸 그 많은 신호를 모두 놓치다니 애석하다"며 "그들은 내 대선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을 입증하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쓰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마치 FBI가 자신과 연루된 러시아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총기난사 예방에는 소홀히 했다는 뉘앙스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을 죄어오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수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려는 시도로도 분석된다.

피해 학교 학생과 교사들은 일제히 분노를 쏟아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재학생 모건 윌리엄스(16)는 트위터를 통해 "맙소사. 친구 17명이 세상을 떠났는데 당신은 뻔뻔하게도 이 사건을 러시아와 관련해 이용한다"면서 "제발 동정심이란 걸 가져봐라"고 비난했다.

사건 직후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집회에서 열정적인 연설로 유명세를 탄 재학생 에마 곤살레스(18)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부끄럽다"면서 "우리가 할 최선의 일은 그를 무시하고 우리의 싸움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학교 교사인 세라 러너는 "당신은 플로리다에 와놓고 학생, 교사들과는 이야기하지 않았다"면서 "당신은 사진만 찍고 골프를 쳤다. 당신은 우리나라의 수치"라고 맹비난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마러라고에 머물면서도 여론 악화를 의식해 주말 이틀 동안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이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총기 참사까지 러시아 스캔들 '물타기'에 활용하는 등 주말 내내 트위터에 몰두한 것을 가리켜 "러시아를 뇌리에서 떨치지 못하는 누군가는 바로 대통령 자신이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비난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루벤 갈레고(애리조나) 하원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정말 사이코패스다. 17명 아이의 죽음조차도 당신에 대한 이야기로 활용하느냐"고 독설을 퍼부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을 지낸 토미 비터도 트위터를 통해 "뮬러 특검의 수사를 물타기 하기 위해 아이들의 죽음을 이용하는 것을 보며 말문이 막힌다"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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