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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금수저'가 아닌 '독수저'

입력 2016-09-05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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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편지 한통을 받았습니다. 그는 베트남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과거에는 저의 라디오 방송 애청자이셨으니. 저는 아주 오래된 친구의 안부를 받아든 셈입니다.

"늘 40도를 웃도는 날씨와 사람만큼이나 많은 오토바이, 넉넉해보이진 않지만 행복한 듯 밝게 웃는 사람들"

그는 베트남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말했습니다.

봉지국수를 사들고 가면 멸치국물을 우려내고 있던 어머니. 새끼줄에 엮어서 들고 가던 연탄 두어 장. 행여 연탄가스에 중독될까 비닐 창을 조금 열어두곤 했던 그 시절…

그는… 꿈 많은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공고를 졸업하기 전 현장에 나가 받은 월급으로 월세에서 전세로. 다시 내 집을 사는 꿈을 꾸었고. 그 꿈들은 주변에서 하나둘 현실로 보여졌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지금은요?"

반문하는 그의 눈은 지난주에 전해진 뉴스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과 능력으로서는 불가능했을 그 많은 일들. 누군가에게는 그 모든 과정들이 너무나 손쉽게… 너무나 간단하게… 주어졌습니다.

하긴 법에 위배되는 일이 있었다 해도 언젠가부터 장관이 되는 것에는 별로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터입니다.

누군가는 우리가 성직자를 뽑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지만 그렇다면 최소한 공직자의 기준에는 맞아왔던가…

"지금의 한국 공직자는 재앙이다"

1세대 사회학자인 송복 교수의 말입니다.

"윤리의식 없는 천민상층이 자신이 받고 있는 특혜를 인식하지 못하고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

노학자의 비판은 신랄했습니다.

그들이 갖고 있는 금수저는 금이 아닌 '독수저'이고 그 치명적인 독성이 세상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송 교수의 지적이었습니다.

가난했던 그 시절에 품었던 '희망'을 추억하는 한 노동자의 긴 편지글과 논란으로 점철된 새 장관 임명 소식이 교차됐던 오후…

오늘(5일) 그 논란 속에 있는 한 장관은 자신이 흙수저 출신이어서 무시당했다고 일갈했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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