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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양보해다오. 사람이 울 차례다"

입력 2016-08-3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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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12명. 그들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오늘(31일)은 일본에서 약속한 10억 엔이 이 땅으로 건너오는 날.

생존자 1억 원. 사망자 2천만 원.

주는 사람은 치유를 위한 돈이라 하는데 받는 사람의 상처는 오히려 덧나버렸습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살아있는 죄로 조국의 정부와 싸움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동안은 미안하단 말 한마디조차 없던 일본정부만 미워하면 됐었지만… 이제는 내 나라의 정부마저 원망하고 미워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겁니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던 그 불가역의 합의가 머리와 가슴을 누르고… 그만큼 절박한 심정이라던 정부의 책임자들은 누구도 직접 진심을 전하지 않았던 시간.

정말로 시간은 없고, 그만큼 절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그 한명조차 남지 않은 시간이 오게 될 테니까요. 그 모두가 사라지면 그 모든 기억들도 함께 사라지는 것인가…

'한 명'.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가 단 한 명만이 남은 그 어느 날을 가정한 작품입니다.

TV를 통해 마지막 한 명 남은 공식적 위안부 피해자가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는 모습을 바라보던 누군가… 아무도 모르게 나직이 중얼거립니다.

"여기 한 명이 더 살아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70년간 꽁꽁 싸매고 살아왔던 주인공. 이름조차 바꿔가며 자신을 감춰온 세월이었지만 모두가 사라지면 기억마저 사라질까…

그녀는 자신이 또 다른 마지막 '한 명'이 되어 세상 앞에 나서기로 마음먹습니다.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기억은 과거가 아닌 '현재'라는 것.

그 10억엔이 당도한 오늘은 1246번째 수요일입니다. 싸늘해진 거리엔 비가 내렸습니다.

그렇게 뜨거웠던 여름이 물러나고 하늘을 찌르는 듯했던 매미소리도 잦아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시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양보해다오. 사람이 울 차례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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