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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쏘는 정치] 성폭력 피해자 두 번 울린 판사

입력 2016-09-3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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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피고인' 중 >

[증언할 때 나올 수 있는 질문들이야. 네가 학대받는 걸 즐기는지, 대마초를 상용하는지, 술은 얼마나 마시고 종종 술집에 혼자 가는지, 속옷은 입는지, 성병, 임신중절 여부도 물을 거야. 물론 이의를 제기하겠지만 가끔 이의가 무시되기도 해.]

[파울센 씨는 사라의 증언을 하찮은 듯이 말하는데 강간을 당하는데도 하찮습니까? 찢기고, 맞고, 멍들은 게 하찮은 겁니까? 사람들 보는 앞에서 그런 수모를 당한 게 하찮은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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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영 아나운서]

안녕하세요 < Talk쏘는 정치 > 강지영입니다. 방금 보신 영화, 거의 30년도 더 된 영화 '피고인'입니다. 성폭행 피해자인 주인공은 음주상태였고 야한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사건이 축소은폐 될 뻔하지만 결국엔 진실을 찾게 된다는 내용인데요.

제가 이 영화 이야기를 꺼낸 이유, 성폭력 피해자의 음주 상태 등을 문제 삼는 일이 버젓이 21세기에 그것도 판사의 입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여성민우회로부터 자료를 받아 밝힌 내용인데요, 지난 8월 서울서부지법 성폭력전담 재판부의 이 모 부장판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성폭력전담재판부 이모 부장판사 (음성대역) : 여성이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맺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경험이 있었는지 여부가 성폭력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성경험이 있는 여성과 없는 여성은 성폭력 대응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임소라 반장]

강지영 아나운서, 진짜 판사가 한 얘기 맞아요? 믿을 수가 없거든요. 판사도 나름인데 성폭력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가 저런 얘기를 했다는 걸 저는 믿을 수가 없고요. 여성은 술을 마시면 안 됩니까? 선사시대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결국엔 여성이 술을 마신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해도 할 말이 없다, 이런 얘기를 하려고 하는 건가요?

[강지영 아나운서]

임 반장, 저도 정말 화가 나는데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은근히 가해자를 감싸거나 성폭행이 아닌 합의에 의한 성관계처럼 말하기도 했습니다.

[성폭력전담재판부 이모 부장판사 (음성대역) : 피고인, 군복무중에 여자랑 자면 안 된다고 얘기 안들었어요? 교육 제대로 안 받았구만.]

[앵커]

제가 들어도 판사가 하기엔 적절한 발언이 아니라고 판단되는데, 이 모 부장판사 말고도 저런 사례가 또 있습니까?

[강지영 아나운서]

네, 슬프게도 있었습니다. 판사뿐 아니라 검사도 부적절한 발언을 했는데요. 한 판사는 가해자가 피해자와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니깐 피해자와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고요.

또 다른 검사는 심지어 청소년들이 피해를 입은 사건인데 "외모가 예뻤냐? 주로 외모가 예쁜 학생들만 만졌냐"고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임소라 반장]

오늘 방송하기가 정말 싫어지는데… 아 정말 기가 막히네요, 성폭력 사건에서 왜 외모를 따지죠? 아니 외모가 예쁘면 성폭력을 당해도 당연하다는 건가요? 아니, 여자가 옷을 야하게 입거나 여자가 먼저 유혹해서 성폭행을 당했다, 이런 주장이랑 뭐가 다른가요?

[강지영 아나운서]

네, 저도 이 내용들을 준비하면서 임 반장처럼 화가 많이 났는데요.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을 보면 수사기관, 법원 등은 피해자의 인격이나 명예가 손상되거나 사적인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판사나 검사가 법을 어긴 셈이죠.

[앵커]

글쎄요. 저런 발언들이 재판 과정에서 나왔다면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충격을 주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이래서야 성폭력 피해자들이 법정에 나오려 할까 싶은데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 법원이든 검찰이든 인권교육을 많이 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걸까요.

[강지영 아나운서]

네, 이 문제를 제기한 노회찬 의원은 이렇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노회찬 원내대표/정의당 : 판사들조차도 일반인들처럼 특히 여성차별적인 어떤 남성우월의식이라거나 가부장적 의식이라거나 성폭력이나 2차 가해와 관련된 또는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된 인권 감수성이 의외로 전담판사들조차도 대단히 낮은 게 아닌가… 이런 사례들을 상세히 제대로 적발해서 주의라거나 또는 심할 경우 징계까지 이르는 그런 처벌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고 그래야 예방효과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그릇된 사회 통념과 남성중심주의적 성 규범이 판사와 검사들에게도 은연중에 스며들었다는 지적입니다.

법조계가 이런 지적들을 받아들이고 막말 판사나 검사에 대해선 엄중한 징계를 내리고 좀 더 철저한 인권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네, 동의합니다.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의 인권을 법원이 보호하지 않는다면 그건 명백한 폭력이라고 생각됩니다. 아까 노회찬 의원도 이야기했지만 법조계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제도적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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