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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안철수 "공정거래위에 대기업 계열 분리 권한 있어야"

입력 2015-02-1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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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안철수 "공정거래위에 대기업 계열 분리 권한 있어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지난 17일 독일로 출국했습니다. 이번 설 연휴 동안 독일의 '히든챔피언' 기업을 탐방하고, 막스플랑크 혁신경쟁연구소 등을 방문해 기업의 혁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앞서 안 의원은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를 참관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독일 방문은 그의 두 번째 해외 시찰인 셈입니다.

안 의원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CES 참관이 대기업과 IT·벤처 중심이라고 한다면 이번 독일 방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공정 경쟁을 통한 경제 성장에 대한 고민을 심화시켜 나가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공정 경쟁'이란 말 자체가 워낙 추상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출국을 앞둔 안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공정 경쟁'을 만들겠다는 걸까요.

안 의원의 답변은 명확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할 수 있는 조치에 (대기업) 계열분리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기업의 계열사를 정부가 강제로 분리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는 "우리나라 시장의 가장 큰 문제가 경쟁이 충분하게 치열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1등이 대부분 대기업인데 별로 노력을 안 해도 계속 1등을 하는 구조다. 선진국들처럼 경쟁해서 실력만으로 대기업이 될 수 있는, 2등이 1등이 될 수 있는 그런 시장 구조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1980년대 미국 정부가 강제로 해체한 AT&T의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완전히 다 산산조각냈죠. 한 회사가 독점하니까 혁신 노력도 안 하고, 소비자들한테 잘 해주지도 않고 고객 불만이 많았죠. 그걸 (미국 정부가) 다 산산조각냈어요. 근데 그것 때문에 지금 미국이 통신 강국, 인터넷 강국이 된 겁니다. 지역으로 다 흩어지니까 전부 열심히 혁신하고 고객 만족을 위해 노력했죠. 그게 우리가 봐야 할 교훈입니다."

안 의원의 파격적인 발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계열분리명령제'를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이 제도는 재벌집단에서 지배력 남용과 독점 등의 폐해가 발생할 경우 계열사의 지분을 강제로 매각시키는 초강력 제재 수단입니다. 이 구상은 당시 최대 이슈였던 '경제민주화'와 맞물려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에게 "입법화를 하겠다는 뜻이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안 의원은 "원래 공정거래위는 기업이 결합할 때 거부할 수 있다. 기업 두 개가 합치면서 독과점이 되면 그걸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반대로 이미 결합이 된 기업 중에서도 이게 불공정 독과점으로 시장에 폐해를 주면 오히려 분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기업의 반발 우려에 대해서도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그게 대기업을 위해서도 좋다. 그래야 실력으로 열심히 경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 의원은 국내 정치인들이 CES나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에 대해 꼬집기도 했습니다. 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거기가 전쟁터인데... 전쟁터에 가서 어떻게 전쟁하는지를 봐야 (우리 기업들을)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쟁터에서 보고 듣고 느낀 걸 실천하기 위해서였을까요.

안 의원 측 관계자에 따르면 안 의원은 지난주 개인적으로 보급형 '드론'을 구매했다고 합니다.

이 관계자는 "안 의원이 CES에서 '드론·자동차·에너지' 관련 기술에 큰 자극을 받았는데, 특히 드론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비해 우리나라는 관련 법령이나 정부의 지원 등이 크게 부족하다고 느껴 직접 구입해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말 그대로 '안철수식 IT 정치' 행보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안 의원은 오는 25일 같은 당 박영선 의원과 '성장을 위한 공정경쟁을 논하다'란 좌담회를 갖습니다.

박 의원은 당내에서 '재벌 저격수'란 별명을 듣는 인물입니다. 지난 17일엔 이른바 '이학수 특별법'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횡령 혹은 배임으로 범죄자 본인이나 제3자가 취득한 재물이 50억 원이 넘을 때 이를 국가가 민사소송을 통해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입니다.

안 의원과 박 의원의 만남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까요. 벌써부터 궁금합니다.

이윤석 기자 america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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