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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산낙지 먹는 성형대국" IOC, 한국 비하…왜?

입력 2015-02-1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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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홈페이지에 올린 한국 소개글을 놓고 어제오늘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사실상 한국을 비하하는 내용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진 건데요. 올린 글의 내용은 맞는 건지, 또 왜 그런 글을 올린 건지, IOC로부터 공식입장도 들어봤다고 하니 오늘(11일)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우선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기자]

평창올림픽까지 꼭 3년이 남았던 지난 9일이었습니다. IOC가 올림픽 출전 선수들을 위해 운영하는 사이트가 있는데, 여기에 '한국에 대해 당신이 몰랐을 11가지'라는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내용은 '산낙지를 먹는다'부터 '여자골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음력설을 쇤다' 이런 상식적인 이야기도 있고, '여성 5분의 1이 성형수술을 한다', ' 남자들이 흔히 화장을 하고 다닌다' 이런 내용까지 있습니다.

[앵커]

따져봐야 할 내용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저 중에는 듣기에 따라 기분이 안 좋은 얘기들도 분명 있으니까요.

[기자]

네, 듣기에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고요, 사실 팩트가 아닌 부분도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먼저 한국여성 5명 중 1명이 성형수술을 하고, 어떤 나라보다도 많이 한다는 내용인데요. 좀 많은 편인 줄은 알았지만 정말 이 정도냐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IOC 측에 메일을 보내 출처가 어디서 난 거냐 했더니 "미국 ABC가 국제성형학회(ISAPS)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참고했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그래서 ABC 보도 내용을 찾아보니 2012년 4월 보도였는데, 여기선 또 정보 출처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꼽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이코노미스트를 찾아보니까 그보다 이틀 전 트렌드 모니터라고는 곳을 출처로 "한국 여성 5명 중 1명이 성형수술 한다"고 보도한 겁니다.

트렌드 모니터를 찾아보니 한국의 시장조사 기관이었고, 2009년에 수도권 거주 만 19세~49세 남녀 1천명 정도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여성 19.7%가 성형수술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겁니다.

그러니까 정확한 수치 통계가 아니라 설문조사 결과였던 거죠. 그런데 여기에는 실제 칼을 댄 수술보다는 피부 박피, 여드름 흉터제거 이런 게 상당수 포함됐습니다.

그러니 이런 방식으로 한국을 세계 최고의 성형왕국으로 표현한 것은 무리가 있는 거죠.

[앵커]

집요하게 조사는 다 했는데, 이 방송 보시는 분들 가운데 '그 정도는 하는 것 같은데?', 더 나아가 '그보다 더 많이 하는 것 같은데?'라고 느끼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분은 텔레비전을 굉장히 많이 본 분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뜻인지는 아실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의 한 시장조사 업체의 설문조사 결과를 외국 매체들이 정확한 설명 없이 인용했고, 이걸 서로 받아쓰다가 IOC 홈페이지까지 가게 된 것으로 봐야 하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또 IOC가 게시했던 글 중에는요, 이런 내용도 있었는데요.

어떤 출처에 의하면 한국 미혼 남녀는 일주일에 두 번 소개팅을 한다면서 아주 사랑이 넘치는 곳으로 묘사했는데요, 제 주변의 인턴이나 작가들 들으면 상당히 분통 터질 수도 있는 얘기일 것 같습니다.

어떤 소스였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찾아본 바에 의하면, 잘해야 남성이 한 달 평균 0.9회, 여성이 1.8회 소개팅한다는 결과가 있었고요. 30대 이상의 경우에는 연간 2.8회로 떨어졌습니다.

일주일에 2번이란 숫자와는 거리가 멀죠.

[앵커]

일단 이걸 보면 여성분들이 좀 더 바쁘기는 한 것 같군요, 보니까.

[기자]

또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남성화장품 시장이 전세계에서 가장 크고 또 한국에서는 남자들도 그냥 메이크업을 일반적으로 하고 다닌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화장품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로 들어보겠습니다.

[박희정 홍보과장/LG생활건강 : 사실 BB(크림) 쓰는 것을 화장한다고 보면 (한국 남자들이) 화장을 한다고 할 수 있는데요. 화장품을 많이 소비하는 건 사실이죠, 남자들도.]

그러니까 기초 피부 관리나 BB크림 바르는 것 정도 가지고 남성들이 일반적으로 메이크업을 하고 다닌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라는 건데요.

오히려 일본 남성들, 어떤 연구결과 보면 화장도 많이 하고 눈썹 정리는 기본이라는 보고서도 있는데 왜 이 부분을 굳이 한국만의 주요 특징으로 꼽았는지 이 부분도 의문이 생기는 겁니다.

[앵커]

BB크림은 그게 화장품이라고 하나요, 보통?

[기자]

예, 뭐 그렇기도 합니다.

[앵커]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여기서 얘기하는 화장과는 좀 개념은 다른 것 같은데. 알겠습니다.

제일 먼저 언급한 게 산낙지를 먹는다. 그런데 화면에 보면 IOC 홈페이지 보면 낙지하고 오징어를 구분을 못 해서…거기 올라와 있는 건 오징어사진인가요, 문어 사진인가요? (문어였습니다.) 문어인가요? 아무튼 산낙지는 아닌데. 산낙지를 제일 먼저 언급을 했는데 그건 올드보이하고도 좀 연관이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기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쨌든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산낙지를 먹는다는 부분이 상당히 신기할 수 있다는 것, 이건 또 사실인 것 같습니다.

JTBC 예능프로에서도 외국인들이 나와 못먹는 한국 음식으로 대표적으로 산낙지를 꼽기도 했고, 히딩크 감독도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이 결승에 가면 "산낙지를 먹겠다"는 공약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외국인이 굳이 언급한 것은 어떤 의미일까, 국내에서 활동중인 한 외국인 셰프에게 물어봤습니다.

[미카엘 아쉬미노프/불가리아 출신 요리사 : 그때(산낙지 먹는 거 처음 봤을 때) 진짜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그 유명한 영화 있어요, 올드보이. 거기 대박 진짜 이렇게 먹는 거… 외국 사람들이 보니까 완전 충격적이에요…우리나라에서 농담 쓰고 싶으면, 누가 뭐 잘못했다 그러면 뭐라고 하는 줄 알아요? '살아있는 개구리 지금 먹고 있다.' 사실은 그냥 외국에서 움직이는 거 잘 안 먹어요.]

[앵커]

살아 있는 걸 먹는 것에 대해서 조금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이군요. 이번에는 또 개를 먹는다는 얘기는 안 나왔군요, 아무튼 알겠습니다. 결국 이렇게 논란만 일으킨 셈이 됐는데, 저희가 답변을 요청했더니 IOC쪽에서 공식 답변이 왔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 답변 얘기 듣기 전에 한국에 있는 평창조직위쪽에도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어제 IOC와 화상회의를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아주 심도 있게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요.

한국조직위 이야기는 평창올림픽 3년을 앞두고 IOC측이 뭔가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에 이런 콘텐트를 올린 것 같다, 그런데 좀 너무 나갔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앵커]

그리고 게시글은 바로 삭제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IOC 측에 한번 직접 왜 그랬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런 게시물 관리하는 IOC 담당자가 일본계 아니냐, 일본계여서 악의적인 글을 올린 거다 이런 루머가 돌기도 했는데요.

IOC 홍보 담당자인 마크 애덤스로부터 공식적으로 들은 답변은 일단 해당 소셜미디어 사이트는 직접 관리하는 게 아니다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소셜미디어팀은 아주 적은 수로 운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심지어 그중 한 명은 한국인이다, 이렇게 밝혀왔습니다.

그러니까 일본인 직원이 이런 글을 올렸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는 이야기인 거죠.

[앵커]

단순한 실수다. 의도를 가지고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 답변이군요, 그러니까 그쪽 답변은.

[기자]

예, 톡톡 튀고 재미있게 해보자고 하다가 생긴 해프닝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부 외국인들은 동양의 한국에 대해 여전히 이런 시각을 가지고 있구나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썩 유쾌하지 않은 해프닝이었습니다.

[앵커]

이게 그 홈페이지 모습인가 보죠?

[기자]

일부 들어가 있는 산낙지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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