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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알바의 권리' 광고에 뿔난 사장님들…왜?

입력 2015-02-0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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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보신 영상, 한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의 CF입니다. 이게 어제(4일)부터 아주 뜨거운 논란이 됐습니다. 소상공인들이 부당한 내용이라고 항의하면서 광고를 내리라고 요구하고 나선 건데요. 실제 문제가 있는 건지 오늘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아이돌 가수라면서요? 저 모델이. 그래서 더 화제가 된지는 모르겠습니다. 눈길도 더 끌고. 하여간 영상 잠깐 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길래 문제가 제기된 겁니까?

[기자]

예, 다시 한 번 보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가 알바생들이 법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만든 동영상인데요.

먼저 최저시급이 올해 조금 올라서 5580원이라는 내용 소개했고, 이어서 야간에 일할 경우 1.5배의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같이 담았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이런 게 잘 안 지켜줄 경우 그만둬야 하는데, 그때까지 일한 시급도 다 챙겨나갈 수 있다, 이렇게 3가지 내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앵커]

어찌 보면 당연한 내용인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문제가 됐을까요?

[기자]

PC방 운영하는 분들 단체에서 이 사이트에 공식 항의문을 보냈는데요, 이 CF가 모든 소상공인을 악덕 고용주로 매도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어려움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분노와 상실감을 줬다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즉각 배포를 중지하고 공개 사과도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특히 이 부분 "대한민국 알바들의 야간근무수당은 시급의 1.5배, 안 지키시면! 협박 아님! 걱정돼서 그럼"

협박은 아니라고 했는데 사실상 협박 같이 들리기도 하고요.

[앵커]

분위기는 가볍게 제작했는데 소상공인들이 들으면 나름대로 뼈 아픈 부분들이 있었던 모양이죠?

[기자]

그 부분이 또 5인 미만 사업장은 해당 안 되기 때문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사이트에선 이 두 번째 영상을 삭제한 광고만 내보내기로 한 겁니다.

[앵커]

최저임금을 잘 지켜주고 계신 사업자분들도 물론 많으십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런데 실제로 지급 현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서울시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 조사를 했는데, 근로계약서를 서면을 작성하지 않는 곳이 36%나 됐고, 4대보험 가운데 하나도 가입 안 한 곳이 60%를 넘었습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도 제대로 안 주는 곳이 12%였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이 많이 일하는 패스트푸드점에서도 꺾기를 당하거나 초과수당, 최저임금도 제대로 못 받았다는 사례가 많이 신고됐습니다.

[앵커]

꼭 통계를 보지 않아도 이거는 사실 많이 체감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 그래서 정확한 권리에 대해서 알바생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필요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 광고를 만든 업체 쪽에서는 왜 만들었다고 얘기합니까?

[기자]

업체에 연락해봤더니 이 부분 관련해서 항의를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일단 알바생들의 고충을 재치있게 풀어내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 공익적인 측면에서 이해해 달라는 게 공식 해명이었는데요.

그런데 업계 관계자들을 취재하다 보니, 꼭 이 업체뿐 아니라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는데, 그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구인구직사이트 관계자 : '내년에는 아르바이트가 이런 면들이 달라집니다' 이런 걸 좀 정리해서 보도자료를 내곤 했었는데, 최저임금 부분을 언급을 해서 내보냈다가 신변의 위협도 받고…뭐 '밤길 조심해라' '최저임금을 올리는 걸 아르바이트생들이 알게 하지 말라'는 식의 전화를 직접 받은 적도 있고요. 특히 그게 거센 부분이 이제 PC방, 편의점 사장님들한테 그런 전화를 몇 번 받았었어요.]

[앵커]

사실 PC방, 편의점. 개업을 해도 버텨내기 어려운 업종들이긴 하죠. 그런데 어떻게 보면 항의하시는 분들의 방향이 명예훼손이라기보다는 "왜 그냥 있었으면 몰라도 될 정보를 알려주느냐"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저런 정보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알려줘야 될 사안이라고 보는데 구인 업체가 나서서 이런 걸 했다는 것도 색다르긴 하군요?

[기자]

네. 게다가 그걸 또 정부가 만든 것보다 더 느낌 있게 잘 만들어서 문제가 된 걸 수도 있겠죠.

물론 소상공인분들,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많이 고생하시는 것 사실입니다.

편의점 10곳이 새로 문을 열면 3곳이 3년을 못 버티고 문을 닫습니다. PC방은 3년 안에 폐업하는 곳이 10곳 중 7곳이나 된다고 합니다.

또 전국 개인사업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월 100만원을 벌지 못한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알바노조 관계자 이야기도 귀 기울여 들어볼 만했는데, 한번 들어보시죠.

[이혜정/알바노조 사무국장 : 한국사회에서 영세사업자들의 위치가 굉장히 힘들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니까 그렇긴 한데, 그렇기 때문에 법을 어기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거고. 전체적으로 크게 보자면 사실 나라에서 '을과 을의 싸움'을 방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저희는 이렇게 보거든요.]

이 얘기대로 자영업자들 어렵고, 경우에 따라 이들 역시 을일 수 있습니다. 이게 또 정부 책임일 수도 있고요.

그렇다고 해서 혹시 을이 또 다른 을에게 불법을 행한다면, 그것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을 겁니다.

[앵커]

그렇죠. 그건 뭐 당연한 얘기기도 하고요. 사회가 이런 걸 잘 지키면서 장사도 잘해나갈 수 있는 그런 상황… 경제가 빨리 좀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의 팩트체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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