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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내린 적 없다는 '골프 금지령'…이번에 풀리나?

입력 2015-02-0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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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3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골프 활성화 방안을 만들어 보라"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까 골프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고 하는군요. 그러면서 대통령도 골프를 못 치게 한 적이 없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그렇다면 그동안 골프장엔 사실 공직자들이 얼씬도 못 했던 걸로 알려져 있는데, 공직자들은 왜 이렇게 얼씬도 못 했느냐, 또 앞으로 정말 칠 수 있게 되는 거냐, 여러가지 궁금증이 나오고 있습니다. 팩트체크에선 이 부분 짚어볼 텐데요. 골프의 정치학, 우리나라에선 이 골프의 정치학이 애매할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많이 있죠. 이걸로 크게 낭패 본 사람들도 많이 있고요. 아마 그래서 더 이런 얘기가 팩트체크의 대상이 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언제부터 이 정부에서 골프를 안 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겁니까?

[기자]

2013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있었습니다. 그때 현역 장성들이 군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게 드러났는데, 당시 청와대 이야기 들어보시죠.

[윤창중/당시 청와대 대변인 : 안보가 위중한 시기에 현역 군인들이 주말에 골프를 치는 일이 있었습니다. 특별히 주의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랍니다.]

당시 대상은 군인들이었는데, 다른 공직자들까지 '아, 골프는 안 되는구나' 유권해석을 했고, 계속 골프를 안 치다가 이듬해 세월호 참사도 벌어지고 하면서 이런 현상이 장기화됐던 것입니다.

[앵커]

그때 나왔던 분위기 보니까 도저히 골프는 못 칠만한 분위기이기는 했네요.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금지령'을 내린 적은 없다, 이렇게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동안 발언만 보면 그렇습니다. 2013년 6월에 당시 이경재 방통위원장이 국무회의에서 "이제 골프를 좀 칠 수 있게 해달라" 건의했는데, 대통령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제가 저희 부장에게 "저 휴가 다녀오겠습니다" 했는데, 부장이 아무 대답을 안 했다, 그럼 가지 말라는 이야기겠죠. 역시 공무원들도 아직 골프칠 때 아니구나 이렇게 생각한 거고요.

또 그해 7월 청와대 수석들이 다시 "접대골프 아니면 쳐도 되지 않겠습니까" 물었는데, 대통령은 "골프를 치라 마라 한 적이 없다"면서도 "그런데 바쁘셔서 그럴 시간이 있겠어요"라고 덧붙인 겁니다.

사실상 골프 금지령으로 굳어지게 된 거죠.

[앵커]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의 얘기를 다시 뒤집어 얘기하면 "안 바쁘면 골프치러 가라." 그런데 당신이 안 바빠서야 되겠느냐 이렇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졌다 그런 얘기겠죠?

[기자]

공무원들은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고요.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역대 정부의 골프 금지 사례를 봐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골프금지령 원조는 김영삼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 보시는 사진 유명한 사진이죠? 3당 합당을 위해 JP와 라운딩을 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골프를 딱 끊었습니다.

"재임기간 중엔 골프를 절대 안 하겠다" 공언한 건데, 워낙 골프를 좋아했던 군사정권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안 치겠다고 하니 공무원들도 역시 골프채를 잡지 않았던 거죠.

그 이후에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에도요. 공직자 골프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자기들이 알아서 하는 거지"라면서도 "골프는 비용이 비싸고 시간이 많이 걸려 운동이 제대로 안 된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역시 시간만 많이 걸리고 운동도 안 되는 골프를 굳이 하겠다는 공직자가 사라졌던 거죠.

[앵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실 골프보다는 테니스를 좋아하지 않았나요? 아무튼 역대 대통령들도 따지고 보면 비슷한 화법으로 골프를 못 치게 했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번에 청와대에서 갑자기 골프 이야기 나온 것은 이제 곧 우리나라에서 열리게 될 국제 골프대회가 원인이 됐다 이런 얘기가 나오던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프레지던츠컵이라고 해서 2년에 한 번 미국 대표팀 대 그 밖의 나라, 인터내셔널팀 선수들이 모여 시합을 펼치는 대회입니다.

올해로 11회째고 이번에 인천 송도에서 열리게 됐는데요, 보통 개최국 수반이 명예의장을 맡습니다.

1996년에 조지 부시 대통령이었고, 98년에 존 하워드 호주 총리, 2009년과 13년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의장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 차례가 된 건데요, 이런 큰 국제행사의 의장이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이런 이야기는 들어선 안 되겠단 판단이지 않았겠느냐 분석이 나오는 겁니다.

[앵커]

그런 맥락으로 보니까 이해가 가네요. 그러면 금지령을 내렸든 안 내렸든, 예를 들면 당장 이번 주말에 공직자들이 내놓고 골프장을 갈 수 있느냐, 그게 중요한 거 아닌가요?

[기자]

그 부분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하는 분들 많습니다. 어제 대통령 이야기를 좀 정확히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종덕/문체부 장관 : 그런 메시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마치 (공직자들을) 골프 못 치게 하는 것처럼… (그건 아닌데…)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돼 가지고.]

[정홍원/국무총리 : 그럼 문체부장관부터 치기 시작하시죠.]

[박근혜 대통령 : 그런 것 솔선수범하라고 하면 기쁘세요?]

모두들 화기애애하게 웃기는 했는데, 이걸 "골프 먼저 치면 그렇게 좋으세요"라고 해석하면, 과연 골프장 나갈 공직자가 있을까 하는 지적도 나옵니다.

일단 김종덕 장관이 이번 주말 정말 라운딩을 나가느냐 안 나가느냐 보면 해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앵커]

글쎄요, 내기를 할 수도 없는 거고. 아무튼 분위기는 좀 애매한 그런 상황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금지령이 풀려서 나간다 하더라도 문제는 이제 골프라는 것이 저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마는 돈이 좀 많이 들잖아요? 이래저래 돈 많이 들어가는 운동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예를 들어서 김영란법 같은 경우에 국회통과는 안 됐지만, 그게 통과되면 골프도 아마 자기 돈으로 쳐야 될 걸요? 설마 3만원 이하의 골프는 없을 것 아닙니까? 그러면 쉽게 골프를 칠 사람이 있을까요?

[기자]

예. 그렇기 때문에 김영란법 통과 이후에는요, 접대에 대한 우려 같은 것은 없어질 수 있겠지만, 2년 전 골프장 단체에서 내놨던 자료를 보면 "공무원 골프가 허용될 경우 여러가지 파생작용으로 인해 매년 6500억원에 이르는 소비지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라고 밝히는 내용입니다.

[앵커]

이건 근데 골프장 협회 이야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이중 얼마가 과연 김종덕 장관이 이야기했던 주말골퍼 공무원들 주머니에서 나가게 될지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또 김영란법이 언제 통과될지 모르겠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정확한 답변 없이 금지령만 풀린다면, 설사 경제효과가 있더라도 마냥 박수 받기는 힘들 겁니다 .

[앵커]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와 함께 팩트체크 진행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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