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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인격을 채점?…모의 대입 인성평가 체험기

입력 2015-02-0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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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학입시에 인성평가를 반영한다, 학부모들이 굉장히 혼란스러우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오늘(3일) 인성평가는 어떻게 하고, 직접 인성평가를 받아봤더니 어떻게 나오더라를 직접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저희 제작진이 인성평가를 하는 학원에 가서 평가를 받아봤는데요, 조금 있다가 점수도 나옵니다. 어찌 보면 주관적 평가이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그래서 더 혼란스러우실 수 있고, 자칫 이러다간 학원만 더 키우는 게 아니냐는 걱정들도 많이 하십니다.

김필규 기자, 인성평가가 기존의 면접과는 많이 다른 건가요?

[기자]

기존 면접 구술고사에서도 인성, 적성을 보긴 했습니다. 그런데 보통 학생부를 참고해 몇 가지 묻거나 전공 관련한 문제풀이를 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인성평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 물론 여러가지 방식이 있겠지만, '착하게 사는 건 손해인가?' '치료 불가능한 환자가 민간요법 선택, 내가 의사라면? 이런 식의 상황윤리 문제를 두고 심층적인 면접을 하게 되는 겁니다.

[앵커]

실제로는 어떤 과정으로 평가가 진행될지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직접 가서 받아봤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실제 인성평가 대비반을 운영해온 한 입시학원을 찾아가 직접 평가를 받아봤습니다. 제가 받은 건 아니었고, 인턴 기자들이 대신해서 받아봤는데요.

[앵커]

점수가 별로 안 나올까 봐 다른 사람 시켰나요?

[기자]

저는 좀 입학한 지 오래돼서 그런 판단을 했습니다.

우선 첫 번째 문제는 철수와 민수, 두 학생이 있는데 전교 1등을 해야 대학에 진학해 4년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민수는 집안이 가난해 장학금이 꼭 필요한데 마침 이번에 1등을 했죠. 그런데 이게 알고 보니 선생님이 채점 실수를 했고, 원래는 철수가 1등이고 민수는 2등이었던 겁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민수를 조용히 부릅니다. 이런 상황을 이야기해주면서 "철수네 집은 부자여서 등록금 걱정 없으니 그냥 우리 둘 만의 비밀로 하자"고 한 거죠.

선생님의 이 행동이 과연 옳은지, 당신이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겠는지가 문제입니다. 손 앵커라면 혹시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앵커]

인턴은 뭐라고 답했습니까? 이건 너무 어려운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게 상당히 까다롭고요, 대답하기에 따라 여러 가지 공격이 들어올 수 있는 그런 질문이니까요. 실제 평가는 어땠는지 한 번 보시죠.

[수험생 : 선생님이 채점을 잘못한 것이고, 그걸 혼자 처리하면 될 것을 민수를 굳이 불러서 얘기해주면서 민수에게 심리적 고민을 안겨준 게 잘못이라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혼자 알아서 잘 처리했어야 한다는 학생 답변에 면접관이 꼬투리를 잡습니다.

[면접관 : 선생님이 혼자 처리하려고 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본인이 선생님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알리지 않고 독단적으로 일처리를 할 거예요?]

[수험생 : 네, 그렇게 일처리를 할 거면 저는 차라리 민수에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면접관 : 일처리에서 분명히 자기가 실수가 있었잖아요? (네.) 그 부분을 지금 덮으려고 하는 행동인데, 그 부분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네요?]

[수험생 : 반성이 없다기 보다는요, 둘 다 좋은 방향으로 보내는 게 더 선생님답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상당히 집요하게 질문하시네요. 인턴 학생이 굉장히 곤혹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상당한 임기응변도 필요해 보이고요.

[기자]

네, 두 번째 인성평가도 이어서 보실 텐데요.

한 선생님이 있고, 자기 반 학생인 박 군이 받아쓰기 시험에서 낙제를 했습니다. 그런데 박 군은 부모님 체벌이 두려운 나머지 확인란에 부모님 서명을 위조했고, 선생님은 이 사실을 알아차린 거죠.

박 군은 제가 잘못했으니 부모에게 알리지만 말아달라고 애원하는데, 당신이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겁니다. 다른 모의 수험생의 면접 장면 직접 보시죠.

[수험생 : 학생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한 선처조치를 하고 타이른 다음에 한 번의 기회를 더 줄 것 같습니다.]

[면접관 : 또 이러한 서명을 위조하는 사건이 벌어졌어요. 그때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수험생 : 내가 이번 사건은 첫 번째로 한 거고… 한 번 더 일어났을 경우에는 부모님에게 알릴 것 같습니다.]

[면접관 : 근데 그거는 결과적으로 학생한테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닌가요? 네가 잘못했으니까 네가 책임져, 이런 거 아닐까요?]

[수험생 : 한 번의 기회를 주고, 그다음에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을 무는 것이기 때문에…]

[앵커]

이거 두번째 상황이었는데. 글쎄요, 첫번째보다는 이 두번째 상황이 좀 답변하기 쉬울 것 같기는 하고. 물론 경우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겠습니다마는. 평가는 그래서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말씀하신 대로 문제 간에 난이도가 있을 수 있고요. 또 압박 질문이 어느 정도 들어왔느냐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첫 번째 수험생의 경우 압박질문이 들어오면서 자신의 입장을 조금 바꾼 게 감점요인이 돼 68점을 받았고요.

[앵커]

비교적 낮은 점수였군요.

[기자]

네, 두번째 수험생은 논리정연하게 끝까지 주장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아 86점이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첫번째 68점 맞은 그 수험생도 좀 억울할 것 같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문제 난이도도 좀 다르고 또 나름 잘 대처한 것 같기도 한데. 그래서 무슨 얘기냐면 결론적으로 너무 주관적으로 평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겠느냐 하는 거죠.

[기자]

네, 맞습니다. 일단 인성평가를 아주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는 그런 문제 없다, 주관적이지만 계량화할 수 있다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사인데, 요즘 미국 대학들은 장래성 있는 학생 뽑기 위해 우리의 수능 같은 SAT에 의존하지 않고 비인지 역량평가, 그러니까 인성평가를 강화하는 추세라는 기사였습니다. 실제 이렇게 뽑은 학생들이 성공적으로 학업을 마쳤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하지만 우리 교육 현실에서 우려되는 부분 분명히 있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김승현/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 : 어떤 통일된 정보가 제대로 있지 않으니까 불명확성이 커지면 그거는 곧 불안이랑 부담, 사교육 수요, 이런 것으로 이어지는 거니까요. 사교육 시장에서 또 면접대비 이런 것들이 활성화될 수 있겠죠.]

[앵커]

흔히 이제 경험치상으로 볼 때 이런 경우에 학원은 분명 늘어날 것 같습니다. 그렇죠? 또 대학 입장에서는 이것도 새로운 입시방법이니까 이것도 우리가 해야 되느냐 하는 불만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기자]

대학에서 실제로 그런 우려의 목소리들 나왔습니다. 또 이건 당초 정부의 약속을 어긴 거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대입전형 3년 예고제'라고 해서 적어도 중3 때는 자신의 대입전형 방식을 알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인성평가 적용 대상이 이제 고2 올라가는 학생들이니 2년도 안 남았죠.

교육부에선 제도를 바꾼 게 아니라 장려하는 거라는 설명이지만, 학교나 학생 입장에선 변화가 생긴 게 사실입니다.

미국의 경우 80년 동안 이런 제도를 운영하면서 노하우를 쌓은 건데요.

인성평가, 이번에는 교육부의 반짝 아이디어가 아니라 잘 정착할 수 있는 제도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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