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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제주 '흑돼지' 천연기념물 지정, 이제 못 먹나

입력 2015-01-2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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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26일) 제주도 흑돼지가 천연기념물이 된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 뉴스 보신 후 그동안 그러면 우리는 천연기념물이 될 동물을 먹은 건지, 앞으로는 먹어도 되는 건지 여러 질문들이 굉장히 많이 나왔습니다. 오늘 팩트첵크에서는 이런 궁금증들을 풀어드리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육지에도 흑돼지들은 있는데, 제주도 흑돼지만 특이한 것이냐, 천연기념물이 제주도에 있어야만 되는 거냐, 우선 그 생각이 드네요?

[기자]

그 부분은 역사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제주도에서 돼지를 길렀다는 최초의 기록은 중국 진나라 문헌인 삼국지 위지 동이전(285년)에 나와 있습니다.

주호, 그러니까 제주 사람들이 가죽옷을 입고 소나 돼지 기르기를 좋아했다는 내용인데, 그러니까 삼국시대가 막 시작되기 직전이었던 거죠.

가축용 돼지는 만주에 있던 게 고구려를 통해 한반도로 들어와 전국에 퍼졌는데, 제주도에는 질병에 강하고, 환경에도 잘 적응하는 흑돼지가 살아남은 것입니다.

이 순수 혈통의 개체수가 줄자 이걸 보존하자는 취지에서 이번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게 된 것입니다.

[앵커]

개체수가 얼마 안 되는 거라면, 우리가 먹었던 그 많은 흑돼지들은 뭔가 하는 의문도 드는데요. 흑돼지로 햄버거도 만들고 다 만들어 먹었는데,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지금 제주도 내 농가에서 키우고 있는 흑돼지 개체수가 8만여 마리입니다.

그런데 이게 다 순수혈통인 것은 아니고요, 순수 토종 흑돼지는 몸집도 작고, 새끼도 적게 낳거든요.

그래서 1908년부터 요크셔나 버크셔같은 외래종과 교배를 많이 했습니다. 새끼도 많이 낳아 이렇게 섞인 게 많은 거죠.

그래서 축산진흥원에선 산간지역이나 주변 섬을 다니면서 순수 혈통을 찾았는데, 1986년 성산일출봉 옆 우도에서 순수 흑돼지 5마리. 수컷 1마리와 암컷 4마리를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연구소로 데려왔는데 이중 수컷 한 마리의 이름을 '김문'이라고 지었습니다.

이걸 교배해 현재 개체수를 260여두까지 늘렸는데, 딱 이 진흥원 안에 있는 '김문의 후예'들만 천연기념물이 되는 겁니다.

[앵커]

시조가 김문이라는 얘기인데요, 이름은 누구 이름을 딴 겁니까?

[기자]

저도 그게 궁금해서 축산진흥원에 문의했더니, 진흥원에서 붙인 이름은 맞지만 너무 오래된 일이라 자신들도 모르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혹시 발견한 사람의 이름은 아닐까요?) 그랬을 가능성도 있는데요. 혹시라도 제보가 들어오면 나중에 꼭 다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아무튼 김문의 후예들이 260여 두가 됐습니다. 그러면 순수한 흑돼지, 진흥원 안에서 관리되고 있는 흑돼지는 당연히 못 먹는 거겠죠? 그 이외는 먹나요?

[기자]

이건 천연기념물이 어떻게 정해지느냐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천연기념물은 각각 정할 때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수달 같은 경우는 전국 어디에 있는 개체든 모두 천연기념물이고, 진돗개의 경우는 지역이 기준이라 진도 안에 있을 때만 천연기념물입니다.

흑돼지는 제주 축산진흥원에서 관리하는 개체만 천연기념물인데, 진돗개가 서울에 오면 천연기념물이 아닌 것처럼 흑돼지도 진흥원 밖을 나가면 천연기념물이 아닌 거죠.

[앵커]

오늘 진흥원 안에 있었는데 내일 한 발자국이라도 나가면 그건 아니라는 얘기인가요?

[기자]

물론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서 나가야지 되겠죠. 그렇게 해서 어쨌든 이렇게 집밖을 나온 천연기념물 흑돼지는 그럼 먹어도 되느냐. 이 이야기는 축산진흥원 관계자의 이야기로 직접 들어보시죠.

[홍상표 팀장/제주축산진흥원 중소가축육성팀 : 우리도 예산 규모라든가 이런 것들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개체수를) 한정하고 최소 5백 마리다, 1천 마리다, 이런 것을 문화재청과 협의할 계획입니다. 적정두수를 선정해서 항상 유지하고, 그걸 넘는 잉여두수에 대해서는 일반 농가에 분양을 해서 도축자원으로 활용할 수가 있는 거죠. 그래서 식용도 할 수가 있는 거고…]

[앵커]

그러니까 진돗개도 그렇고 특히 제주 흑돼지는 이른바, 이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속지주의가 해당이 된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순정 개체수가 자꾸 늘어나서 진흥원에서 더 관리를 못 하고 정말 수천마리 이렇게 되면 못할 거 아닙니까? 그래서 나가면 그때는 그 흑돼지를 먹는다는 얘기가 되는군요.

[기자]

이렇게 해서 먹어볼 수 있고요.

또 아마 초기에는 그래서 상당히 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굉장히 비쌀 것 같습니다.

[기자]

이 흑돼지하고 일반 돼지하고 고기질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라는 게 축산진흥원측의 설명이었는데요. 한번 화면으로 보겠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흑돼지는 지방이 더 두껍고, 마블링이 더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 고소하고 쫄깃하다는 건데 글쎄요, 저는 육안으로는 잘 구별하기 힘들 것 같은데 지금 보시는 것처럼 생고기 상태로 보면 흑돼지는 껍질 부분에 저렇게 검은 털자국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일반 돼지고기와는 저런 방식으로 아마 구분을 해 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많이 드신 분은 일반 돼지에서도 볼 수 있다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기는 있겠습니다마는 좀 다르기는 다르겠죠. 하여간 오늘 본의 아니게 흑돼지 홍보대사처럼 돼 버렸네요.

[기자]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 원래 팩트체크의 방송 취지가 논란이 되는 것뿐 아니라, 시청자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내용 자세히 풀어드리는 것도 있습니다.

흑돼지 관련해서 관심 많으셔서 오늘 한번 짚어봤는데, 앞으로도 이런 취지에 부합하는 이슈가 있으면 종종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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