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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100만원에 혹해서'… 보이스피싱 수거책 전락한 중학생들

입력 2016-02-1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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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아파트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정모(68·여)씨는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통해 "금융감독원 직원인데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돈을 인출해 집에 가져다놓으면 안전하게 보관해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이 말을 그대로 믿은 정씨는 지난달 12~15일 세 차례에 걸쳐 1억400여만원을 자신이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집 안 에어컨, 계단 등에 갖다놨다.

정씨는 뒤늦게 속은 것을 알아채고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달 25일 정씨는 똑같은 전화를 받고 1500만원을 해당 아파트 계단에 가져다두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은 정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아파트에 잠복해 있었다.

얼마 지나지않아 예상대로 한 남성이 돈을 가지러 나타났다. 잠복중이던 경찰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순식간에 이 남성을 검거했다. 그런데 잡고보니 범인은 앳된 얼굴의 중학생이었다.

대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고 있던 이모(16)군은 보이스피싱 수거책 역할을 하던 첫 날 경찰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중학생이 국내 보이스피싱 범죄 일당의 일원으로 검거된 사례는 이군이 처음이다.

평범한 중학생이 어떻게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전락하게 된 걸까.

이군은 친구 박모(16)군과 함께 다니던 PC방에서 친해진 주모(17)군에게 솔깃한 제안을 듣고 보이스피싱 수거책 노릇을 하기로 했다.

중국동포(조선족) 주군은 이군과 박군에게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인출해주거나 집에 보관한 피해금을 가져다주면 일당 80~150만원을 주겠다"고 꼬드겼다.

중국에 차려진 콜센터에서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전화를 걸어 돈을 인출해 집에 가져다 놓게 하면 이 돈을 윗선에 가져다주는 것이 이군과 박군의 역할이었다.

주군이 이군과 박군을 포섭하게 된 것은 또 다른 조선족 차모(21)씨의 솔깃한 제안 때문이었다.

자주 다니던 PC방에서 주군과 친분을 쌓게 된 차씨는 주군에게 보이스피싱 피해금 수거책을 모집해주면 한 사람당 2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주군과 박군, 이군은 모두 잘못된 일인 것을 알면서도 돈에 욕심이 나 보이스피싱 수거책 알선, 수거책 역할을 하기로 했다.

지난달 25일 이군은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와 대기했다. 채팅어플리케이션 '위챗'을 통해 정씨가 돈을 인출해 집 앞 계단에 가져다놨다는 연락을 받은 이군은 돈을 찾으러 갔다가 잠복 중인 경찰에 붙잡히게 됐다.

이군이 붙잡힌 후 주군과 박군, 차씨도 잇따라 검거됐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차씨를 절도와 주거침입 혐의 등으로 구속하고 주군과 이군, 박군을 절도 미수와 주거침입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중학생들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유혹에 넘어가 피해금 수거책 역할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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