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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보이스피싱 일당 잡은 'SNS맹' 중년 경찰관

입력 2016-01-3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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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이스피싱 조직이 계속 진화해 요즘은 해외 SNS를 이용해 역할을 나누고 돈을 가로챈다고 합니다. 그런데 트위터도 한 번 안 해본 중년의 경찰관이, SNS를 이용해서 범인을 잡겠다고 나섰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유선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사]

인천 남부경찰서 지능1팀 하승진 반장이 사건 기록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올해 마흔 여섯살인 하 반장은 SNS에 익숙치 않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생소하기만 하고 스마트폰은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 위주로 씁니다.

그런 하반장이 중국 SNS인 '큐큐'를 시작해 보이스피싱 범인을 잡기 위해 나선 건 지난해 11월.

구속된 보이스피싱 중간관리책이 태국에 있는 총책과 큐큐로 대화하는 걸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중간관리책의 ID로 큐큐에 접속한 하 반장.

능청스럽게 연기를 시작했지만 총책을 속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승진 반장/인천 남부경찰서 지능1팀 : 내가 너무 집요하게 묻고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 바로 너 누구냐. 경찰 아니냐 물어보는데, 그때는 걸렸구나(했죠).]

경찰 신분이 드러날 것 같을 때는 미리 배워둔 은어를 쓰면서 잡아 뗐습니다.

상황실을 뜻하는 '오다지', 대포통장 명의자를 지칭하는 '큰장', 인출책을 가리키는 '작은장' 등 은어로 총책을 속인지 한 달.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총책이 보이스피싱 금액을 입금할테니 대포 통장을 달라고 하 반장에 요구한 겁니다.

그리고 하 반장의 통장에 실제로 1800만원이 입금됐습니다.

[이거 돈 입금됐으니까 장비 챙겨가지고 빨리 나가! 네! 무전기 챙겨, 무전기!]

약속된 장소에서 잠복하던 팀원들은 인출책 3명을 검거하고 피해금액도 회수했습니다.

또 총책의 신원과 소재도 상당 부분 파악해 수사망을 좁히고 있습니다.

하 반장의 대활약에 후배들도 놀랐습니다.

[강지현 수사관/인천 남부경찰서 지능1팀 : 정말 될까? 좀 무리하시는 거 아닌가 생각을 했는데, 한 달 동안 해서 검거하시는 걸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경찰 생활 20년차.

10년 전부터는 보이스피싱 범죄만 파고들어 100건이 넘는 사건을 해결했지만, 하 반장은 여전히 배가 고픕니다.

[하승진 반장/인천 남부경찰서 지능1팀 : (총책이) 이익을 제공하면 그 이익을 좇는 자들이 결합해서 하나의 조직 아닌 조직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 부분에 집중해 또 수사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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