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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인권제재 북 3인방은 김정은 체제 유지 주축…북, 반발할까

입력 2018-12-11 11:15

북, 인권문제 제기에 민감…반발하되 북미 협상 판은 깨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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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인권문제 제기에 민감…반발하되 북미 협상 판은 깨지 않을 듯

북미 비핵화 협상의 정체 국면에서 미국이 김정은 정권을 떠받치는 핵심실세들을 향해 인권제재 카드를 꺼내 들면서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미 재무부는 10일(현지시간) 북한의 인권유린 책임을 물어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 3인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이번 미 재무부의 제재대상에 오른 3인방은 북한 권력의 핵심 기관을 이끌면서 주민의 삶과 생각을 지배하는 인물들이다.

특히 최룡해 부장은 권력 서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외적으로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 다음인 3위로, 김 위원장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다.

최 부장이 이끄는 당 조직지도부는 최고지도자의 유일 통치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간부·당원을 포함해 모든 주민에 대한 막강한 통제권과 인사권을 가진 부서다.

부친의 사망으로 급작스레 권좌에 오른 김 위원장이 고모부 장성택 등 권력 장악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들을 제거하고 안정적인 권력승계를 이룰 수 있었던 데는 조직지도부의 막강한 장악 및 통제기능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힘 때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집권 내내 조직지도부장을 겸임했고, 김정은 체제에서도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이 겸임하는 형태로 있었다.

최 부장이 작년에 이런 자리를 차지한 것은 그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임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준다.

조직지도부와 더불어 노동당의 양대 축인 선전선동부는 북한 간부와 주민에 대한 사상교육과 체제 선전을 전담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사실상의 국정운영 동반자라 할 수 있는 김여정의 공식 직책이 이 부서의 제1부부장이라는 것만으로도 그 비중을 짐작케 한다.

박광호가 이런 부서의 책임자라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 모두의 신임이 두터움을 보여준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0월 노동당 창건 73주년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할 때 수행한 최룡해 김여정 등 4인방에 포함되기도 했다.

정경택 국가보위상은 최고지도자를 제외한 모든 간부와 주민의 업무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는 방첩기관의 수장으로, 지난해 해임된 김원홍의 후임이다.

결국 미국이 이미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을 인권유린 제재대상에 올린 데 이어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의 국정운영을 보좌하는 핵심인사들마저 얽어맨 셈이어서 북한의 강력한 반발은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은 올해 들어 미국에 대해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불만의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인권문제 제기에 대해서만큼은 유엔에서 적극 대응하는 한편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미 비난을 지속했다.

더욱이 현재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나오는 미국의 대북제재 조치의 경우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인권문제의 경우는 '대북적대정책의 산물', '체제 붕괴 노림수'로 예민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논평에서 미 정부가 최근 북한 등을 인신매매희생자보호법에 따라 내년 회계연도 특정 자금지원 금지 대상으로 재지정한 것과 관련, "앞에서는 두 나라 사이의 적대와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확약하고 돌아서서는 대화 상대방의 존엄과 체제를 악랄하게 헐뜯으며 제재압박 책동에 광분하는 미국의 이중적 처사",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 정신에 배치되는 극악한 적대행위"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대미 협상 때마다 비핵화 협상이 인권문제 제기로 이어지는 데 대해 극도로 경계해 왔다는 것이 탈북 외교관들의 전언이다.

실제 북한은 부시 행정부가 6자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위한 9·19공동성명이 채택된 이후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동유럽 체제전환에 기여했던 '헬싱키 접근법' 적용 방안을 고려하자 강력히 반발했고, 이후 협상 결렬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인권제재에 맞서 북미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깨면서까지 반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인 비난 수준을 넘어 외무성 등을 내세워 좀 더 거친 언사로 강력히 반발하는 제스처를 보일 가능성은 있지만, 북미 양국의 정상이 이끄는 비핵화 협상의 판 자체를 깨는 모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미국과 대화를 통해 북미관계를 진전시키고 평화체제를 구축해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강한 만큼 이번 제재가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북한은 중국 러시아 등 전방위 외교와 여론전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지속적인 인권압박을 비난하는 데 주력하면서도 오히려 미국의 압박을 북미 비핵화 협상을 추동하는 수단으로 역이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인권문제에 유달리 민감해 이번 조치에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은 있다"며 "거친 발언 등을 통해 2차 북미 정상회담 전 대미압박의 수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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