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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퀴벌레' '짜장'…한국 사회 곳곳 외국인 혐오 현상

입력 2015-04-0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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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전세계에서 이어지니까,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선량한 중동국가 출신 외국인들, 오해를 많이 받는다는 얘기가 전해지는데요. 우리 사회의 외국인 혐오 현상이 온,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정제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술집 한켠에서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한 남성이 쓰레기통을 집어들더니 다른 남성 머리 위에 내려칩니다.

10년 전 한국으로 이민온 몽골인 강조릭은 지난달 몸싸움에 휘말렸다가 머리를 맞아 뇌손상으로 전치 6주를 받았습니다.

[강조릭/몽골 이민자 : (화장실 문을) 잠그고 엄청 오래 몇 분 때렸는지 몰랐어요. 몽골 사람이니까 때릴 수 있고, 신고도 못 하니까 죽일 수도 있어.]

합법적인 신분이지만 외국인으로 한국에서 살아가기는 너무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강조릭/몽골 이민자 : 아기도 낳고 여기서 살았는데 불안하고 지금도 이런 사건 생겨서 불안하죠.]

외국인을 무시하거나 혐오하는 현상 '제노포비아'는 온라인상에선 더 두드러집니다.

대표적인 안티 다문화 카페입니다. 회원수는 1만 명이 넘습니다.

값싼 노동력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한국 서민경제를 파탄시켰다고 주장합니다.

외국인을 비하하는 표현도 넘쳐납니다.

파키스탄 사람들은 바퀴벌레를 연상시키는 '파퀴벌레', 중국동포들은 '짜장'이라고 불립니다.

또 동남아 국적의 외국인 전체를 '쓰레기'로 칭하기도 합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인들에 대해선 '전 국민 대부분이 결핵병과 기생충이 감염된 민족'이라는 극단적인 표현도 사용됩니다.

현재 다문화 정책 반대 성격을 띤 온라인 카페는 20여 개에 달합니다.

2만 명 정도가 이런 종류의 카페 회원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다문화 정책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한 단체 회원들을 만나봤습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혐오하진 않지만 한국으로 이민 온 외국인들 지원엔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입니다.

[류병균 공동대표/우리문화사랑국민연대 : 정부가 뭔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죠. 문제가 많기 때문에 다문화 가정을 지원해줘야 된다, 이 논리를 펴고 있는데 문제가 많으면 안 해야죠.]

일부 단체는 오프라인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다문화 반대 단체 회원 : 외국인에게는 인권이 있고, 우리 국민에게는 인권이 없단 말입니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외국인 혐오 현상이 점차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정재원 교수/국민대 국제학부 : 일부 온라인을 통한 소위 보수적인 청년들이 나와서 폭식투쟁이다 뭐다 하면서 조롱했던 사례가 있듯이 저는 충분히 조직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외국인을 혐오하는 집단의 무차별적 폭력 등이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입니다.

미국의 KKK, 러시아와 독일의 스킨헤드족이 대표적입니다.

또 최근 유럽에선 올해 초 프랑스 내 잡지사 테러 사건 이후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지면서 외국인들에 대한 보복 테러 등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여파로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은 최근 지방선거에서 30%대에 이르는 지지를 얻으며 창당 이후 최고 성과를 얻었습니다.

르펜은 외국인 이민자 강제 추방을 내건 극우 정치인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제노포비아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황필규/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 (제노포비아가) 사회를 완전히 위기로 몰 수 있는 여러 가지 조건을 어느 나라보다도 잘 갖추고 있는 (상황이라서) 바로 잡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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