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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극단적인 학과 폐지…취업률 부풀리기도 만연

입력 2015-03-24 21:44 수정 2015-03-2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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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교들이 왜 학내 반발에 부딪히면서까지 학과 폐지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인가… 말씀드린 대로 취업률 때문입니다. 취업 고민이 많은 학생들을 위한다는 학교 측의 설명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닌데요. 문제는 정부가 대학 간 취업률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현실 때문에 대학도 달리 도리가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대학은 취업률을 교수평가에도 반영하고 있고 심지어 취업률을 조작해 부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아탑이 취업학원이 되는, 더 나아가 꼼수까지 써야 하는 현실을 박소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교육부가 시행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평가 기본 계획안입니다.

올해 평가지표를 살펴보면 재학생충원율에 이어 취업률이 두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만큼 대학 입장에서는 교육부 평가를 좋게 받기 위해 취업률을 높여야하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평가 결과 총 5단계 등급 중 하위 2단계 등급을 받으면 정부 재정 지원이 제한됩니다.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도 받지 못합니다.

이렇다보니 일부 대학에선 평가를 잘 받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심지어 취업률 조작에 나서기도 합니다.

국회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이영이 씨. 취재진에게 학교 취업률 조작과 관련한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이영이 씨는 상명대에서 조교 생활을 했습니다.

이씨는 대학 취업률 조작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가장 쉽게 쓰는 방법은 교수 지인 회사에 취업시키는 방식이라는 겁니다.

[이영이/제보자 : 이게 다 학교 졸업하신 분들, 박사 선생님들 회사거든요. 그러니까 동문이나 지인들 회사에 부탁해서 애들을 취업시켜 놓는 거죠.]

이렇게 취업시킨 학생들의 고용보험료를 학교에서 대신 지급해 주기도 합니다.

[이영이/제보자 : 회사에서 솔직히 이 학생들의 4대 보험료를 내주거나 월급을 줄 필요가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4대 보험료나 이런 부분도 학교에서 지급해야 하는 거겠죠.]

취업률을 교수 평가에 적용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청주대학교 교원업적평가표입니다.

학생취업연계라는 항목이 눈에 띕니다.

학생 1명을 취업시킬 때마다 10점을 받는다고 적혀 있습니다.

10점이란 점수는 국내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을 때 받는 평가 점수와 같은 수준입니다.

한동안 시행되던 이런 평가 방식이 교수들의 반발로 현재는 시행이 보류된 상태입니다.

취업률이 저조한 학과 교수들은 공개석상에서 취업률 개선 방안을 발표해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교수들은 마치 자아비판을 당하는 것 같은 자조감이 든다고 털어놓습니다.

[조상 교수/청주대학교 : 왜 이 대학에서 취업률이 나쁜 3개 학과에 속하느냐. 이렇게 해서 학과 문 닫아야 하지 않겠느냐. 협박하고 고통 주고, 죽기보다 싫은 자리에 끌려나가는 것이죠. 교수님들이.]

이런 부작용이 나오는데도 교육부는 대학의 취업률에 계속 집중한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산업수요에 따라 입학정원 재조정하는 대학에 예산을 대폭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대학교육제도 자체를 취업중심으로 재조정하겠다는 뜻도 내비쳤습니다.

[황우여 장관/교육부(지난 1월) : 중장기 인력 수급 전망을 감안하여 산업 수요 중심 정원 조정 선도대학 사업을 통하여 학과를 개편하고 정원을 조정하도록 하여 양적 미스매치를 점차 줄여나가겠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앞장서 대학을 이른바 취업학원으로 전락시키는 셈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수연 연구원/한국대학교육연구소 : 사실 청년 실업의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정부가 어떤 정책 실패의 책임을 대학에 떠넘기면서 대학의 왜곡된 경쟁들이 심해지는 부분이나 이런 부작용들이 많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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