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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유망 예술인들의 청부살해 사건, 내막은?

입력 2014-01-13 09:50 수정 2014-01-1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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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달 초에, 한 남성이 납치돼 용인휴게소에서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남성, 문화계의 주목을 받던 공연예술가였는데, 범인으로 피아니스트인 전 부인이 체포돼서 더 충격을 줬죠? 이 전부인이 불법심부름센터에 범행을 사주해서 벌어진 일이었는데요, 오늘 긴급출동에서, 이 사건의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박상욱 기자입니다.


[기자]

사진 속 남녀는 행복하게 웃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연극에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촉망 받는 공연예술가 채 모 씨와 유학파 출신 피아니스트 이 모 씨의 결혼식 사진입니다.

문화계 인사들의 축복을 받으며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던 두 사람은 3년여 만에 비극의 주인공이 됩니다.

결혼 2년 만에 찾아온 파경.

그리고 1년 뒤, 남편 채씨는 세명의 납치범에게 끌려다니다 고속도록 휴게소에서 흉기에 찔려 살해 되었고, 부인 이씨는 이 범행을 사주한 장본인으로 지목돼 구속
되었습니다.

1월 4일 오후 3시 50분쯤 중앙고속도로 하행선.

고속도로 순찰차가 시속 150km를 넘나들며 한 차량을 뒤쫓습니다.

대낮 고속도로에서 벌어진 숨막히는 추격전.

경찰은 공포탄까지 쏘면서 검거에 나섭니다.

달아나던 차량은 경찰 차들이 앞을 가로막자 결국 도주를 포기합니다.

경찰관들이 차를 포위한 뒤 체포를 시도합니다.

30분 동안 벌어진 추격전은 이렇게 끝납니다.

질주하던 차 안에서는 흉기에 찔려 숨진 채 씨의 시신이 실려 있었습니다.

납치 살해 용의자 25살 이 모 씨는 범행을 사주한 게 전 부인인 이 씨라고 진술했습니다.

납치범들이 채 씨로부터 1억 원을 받아달라는 이 씨의 요청에 따라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는 겁니다.

사건 소식을 접한 지인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합니다.

[최정윤/배우 : 결혼식도 갔었고, 너무너무 축하하고 그랬었는데 이런 말도 안되는 일까지 벌어졌는데…. 거기에 오빠를 뭔가 더 나쁜 사람처럼 몰아가는 이런 현상들이 (안타깝습니다.)]

문화계 인사들도 비통해 합니다.

[유인촌 : 굉장히 성격도 좋고, 정말 착하고, 아주 특출난 감각 있는 친구였기 때문에 나중에 뭔가 정말 우리 이쪽(문화계)으로 굉장히 큰 역할을 할 수 있겠다…]

피아니스트인 전 부인 이 모 씨는 왜 이런 엄청난 일을 벌인 걸까.

결혼 이후 다툼이 잦아던 부부는 약 1년 전, 이혼을 위해 공증서까지 작성하게 됩니다.

[채 씨 외삼촌 : 이○○이 채○○에게 7천만 원을 매월 70만 원 이상씩 모든 빚을 다 갚을 때까지 변제하라는 그런 내용이 있고.]

당시 나눈 두 사람의 실제 대화.

(다시)'왜 끝까지 기만을 하니, 자기야'
'나는 자기한테 아무 것도 할 말이 없어. 내가 자기한테 잘못했기 때문에.'

경찰은 이 공증서 내용으로 이 씨가 일부 금액을 채 씨에게 줬다고 밝혔습니다.

[채 씨 작은 누나 : 우리 집에서 뭐가 아쉬워서 돈을 요구해! 그래 놓고는 거꾸로 지가 받을 돈이 있어서 그렇게 했다고.]

하지만 이 씨 측은 돈을 받아내기 위해 청부살해를 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이석인 변호사 : 돈 문제도 아니고요, 사람을 죽이라 한 적도 없다는 거죠.]

결혼한 남녀 사이에 생겨난 불화와 갈등이 끔찍한 살인극으로 번진 건 이 씨가 인터넷을 통해 심부름센터를 찾으면서부터입니다.

그리고 납치극의 주범인 25살 이 모 씨와 연결돼, 직접 만났습니다.

돈과 함께 그만 괴롭히게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납치범 이 씨는 두 명을 더 끌여들여 범행 계획을 짭니다.

사건 당일 오후, 서울 봉천동의 한 카페에 나타난 채 씨.

납치범 이 씨 등이 카페를 통째로 빌린 뒤 영화제작사 관계자라고 속이고 채 씨를 불러낸 겁니다.

납치범들은 제작사 간부를 만나러 가자며 채 씨를 승용차에 태운 뒤 결국 살인까지 저질렀습니다.

지난 9일 채 씨의 납치살해 피의자 세 명이 영동고속도로 용인휴게소에 나타났습니다.

채 씨가 차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이들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살해된 장소입니다.

납치범들이 범행을 재연하는 사이 현장이 소란스러워집니다.

[채 씨 큰형 : 찔러! 돈, 내가 4억 줄테니까 너네들끼리 찔러!]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받은 착수금은 180만 원.

불과 180만 원에 사람을 납치하고 살해까지 할 수 있을까.

취재진은 인터넷에서 검색된 심부름센터에 직접 접촉을 시도해봤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자 노숙자나 출소자를 시켜서
전치 4주 미만의 상해를 입혀 단순 벌금형이 나오는 정도로 해주겠다고 합니다.

이야기가 진전되자 우발 범죄를 가장해 일상 생활에 불편이 따르는 정도의 장애가 생기도록 해줄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박성재 변호사 : 불법 심부름을 의뢰한 경우, 의뢰한 사람과 불법 심부름을 실제로 행한 사람 모두가 처벌을 받습니다. 특별한 경우에는 불법 심부름을 의뢰한 사람이 실제 행한 사람보다 더 큰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전 남편을 노리고 심부름센터의 문을 두드린 피아니스트.

이런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것을 예상했든, 못했든 무거운 처벌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유망한 예술가 한 명을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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