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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지하철 공사에 '흔들'…무너져가는 집

입력 2014-01-0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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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80대 할머니가 홀로 살고 있는 집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위기에 몰렸습니다. 다름 아닌, 인근의 지하철역 출입구 공사 때문입니다. 집 안 곳곳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창문도 닫히지 않을 정도로 기울어지는 사이, 철도공단과 건설업체 측은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했습니다. 이 할머니의 기막힌 사연, 긴급출동에서 만나보겠습니다.


[기자]

수원시 매교동, 위태로운 집 한 채가 길옆에 서 있습니다.

외벽은 군데군데 무너져있고, 임시방편으로 시멘트를 발라놓은 흔적이 보입니다.

담장도 사라졌습니다.

[이강옥/집주인: (담장이 원래 여기 있던 거예요, 이 자리에?) 네, 이 자리에 있었어요. 담장이. ]

그 자리에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들어섰습니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집이 무너질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겁니다.

집 내부 상황은 흡사 공사장을 방불케 합니다.

[이강옥/집주인 : 우리 집이 다 부서지니까요. 이걸 이렇게 버텨놨어요.]

어른 손이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갈라진 벽. 벽이 뒤틀리면서 창문이 닫히지 않는 것도 모자라 밖이 훤하게 보입니다.

찬바람이 그대로 들어와 체감온도는 야외에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렇게 집이 망가지기 시작한 건 2010년, 매교역 지하철 공사가 시작되면서 부터입니다.

[이강옥/집주인 : 전철 공사하는데 벼락 치는 소리가 나서 아주 말도 못했어요. 탁상시계, 요만한 시계 있잖아요. 문갑에 올려 놓은 거 그게 다 굴러떨어져. 너무 진동이 심해서.]

공사 진동 때문에 집안 곳곳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겁니다.

공사가 진행되던 도중 세상을 먼저 떠난 할아버지.

[이강옥/집주인 : 할아버지 생각나서 매일 울었죠. 제사도 못 지냈어. (철근을) 버티어놔서.]

할머니는 혼자서 힘든 시간을 버텼습니다.

[이강옥/집주인 : 안정제를 먹고 이래요. 이렇게 사는 거예요. 이렇게, 하루 사는 게.]

안전사고를 우려한 시공사는 할머니에게 임시숙소를 마련해 주었지만, 그 환경은 열악했습니다.

[이강옥/집주인 : (건설노동자) 중국인들 많은 숙소가 있어요. 거기 있으래요, 나보고. 여기 있지 말고, 위험하니까. 안가다고 했더니 (시공사에서) 여관을 얻어줬어요.]

할머니의 거절로, 시공사에서 여관과 원룸을 얻어주었지만 그마저도 사측에서 내야 할 월세가 밀려 쫓겨났습니다.

결국 위험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할머니.

황당한 일은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이강옥/집주인 : 수도 쓰고 나서 나중에 돈(수도세) 준다고 그러더니 시공사가 철근 2개와 철사를 가져오더니 이걸 팔아서 수도요금 하래.]

수도를 끌어다 쓰도록 편의까지 봐줬지만 시공사는 철근과 철사를 수도세 대신 팔아 쓰라고 했다는 겁니다.

담장을 없어진 사연은 더욱 황당합니다.

[이강옥/집주인 : (담장 쪽 할머니 집 쪽 토지) 30cm를 공사 때 써야하니까 우리 울타리를 들어 내어야 했어요. 그래서 난 모르고 헐게 내버려 뒀잖아요. 그랬더니 저렇게 헐어놓고 몇 달 째 안 해주는 거에요.]

장애인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해 할머니의 땅 30제곱센티미터 가량을 내어주고 공사의 편의를 위해 담장을 허무는것 까지 승낙해준 할머니 하지만 지하철이 완공된 후에도 다시 담장을 지어준다던 시공사의 약속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참다 못한 자녀들이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철도공단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모든 책임은 시공사인 건설업체에 있다는 겁니다.

취재진은 지하철 시공사인 건설업체를 찾아가 봤습니다.

[OO건설 본사 : 우리 쪽에서 대응을 못하는데요. (OO건설이 시공사였잖아요?) 시공사였는데 우리도 왜 말씀을 못 드리느냐하면 아는 사람도 없어요. 현장에서도 우리한테 전달해준 사항도 없었고.]

아무 것도 모른다는 건설업체. 철도공단과 건설현장사무실의 잘못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현장사무실의 입장은 어떨까?

[김모씨/OO건설 현장사무소 직원 : 철도 공단에서 사업시행 자체를 책임지고 있으니까. 간단한 민원 같은 경우 현장사무소에서 처리하는 경우가 꽤 있고, 재산권처럼 큰 건이 걸린 경우에는 발주처(철도공단)와 시공사(OO 건설회사), 감리단이 모여서 (처리합니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만 급급합니다.

전문가의 의견은 어떨까.

[박병채/변호사 : 보상의 주체가 발주자인 공단하고 시공사인 건설회사 사이는 민법상 도급 관계입니다. 발주자인 공단 측의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해 중대한 책임이 있는 경우에만 발주자인 공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고 공단 측에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결국은 시공사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결국 공단 측에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시공사에게 책임이 돌아간다는 입장.

시공사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동안 피해는 더욱 커졌습니다.

집 수리를 위한 보상금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보였습니다.

[박모씨/집주인 며느리 : 보수비용 나온 게 6770만 원인데 우리 가족이 2100만 원을 부담하래요. 감가상각비를 (부담하라는 거죠)… 그리고 4600만 원을 공탁을 걸어놓고는 너희 그거 찾아가서 고치려면 고치고 말려면 말아라.]

이 집의 안전등급인 C등급에 준하는 보상금으로 46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등급은 공사를 시작하기도 전인 2007년도 결과.

결국, 최근 할머니의 가족들은 자비를 들여서 안전등급진단을 받았습니다.

[박모씨/집주인 며느리 : (가족들끼리) 이거 이렇게 억울하게 넘어갈 수 없잖아요. 그래서 안전 진단을 받았는데 나온 게 E등급이었죠. E등급이면 철거예요. 가장 위험한 상황인 거죠.]

당시 안전진단 담당자는 사람이 주거할 수 없는, 철거가 필요한 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할머니와 가족들은 현재 철거와 재건축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시공사 측이 제시한 보수비용 4000만 원은 터무니없는 액수라는 것입니다.

취재가 시작된 후 철도공단은 비로소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석호영/한국도시시설공단 건설총괄처장 : C등급이 2007년도에 설정된 건데 공사 중에 피해가 더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전문가를 통해서 공사 때문에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 자문하고 다시 협의해서 민원인께서 수용하신다면 공단에 직접 집행을 할 겁니다.]

공단이 나서면서 상황은 나아졌지만, 아직 수많은 절차가 남아있습니다.

[이강옥/집주인 : 할아버지가 이렇게 잘 지어줬으니까 여기서 당신, 살 때까지 살라고….]

30년이란 긴 시간 동안 자식을 길러내고 안락한 노후를 꿈꾸게 했던 소중한 집.

지난 3년 동안 받은 피해와 상처가 더 이상은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바로 오늘 할머니의 집에 철도공단과 전문가들이 모여 안전진단 기준을 재평가하기로 했는데요.

후속 조치가 늦어진 만큼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해결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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