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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의료비 주범 잡는다…의료복지 확대 기대

입력 2017-08-09 15:30

재난적 의료비에 허덕이는 '파산위기' 저소득층 숨통 트일 듯

5년 후 비급여 의료비 64% 감소 전망…재원·비급여 발생 관리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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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적 의료비에 허덕이는 '파산위기' 저소득층 숨통 트일 듯

5년 후 비급여 의료비 64% 감소 전망…재원·비급여 발생 관리 관건

정부가 한해 14조원에 육박하는 비급여 의료비를 줄이겠다고 나선 것은 비급여를 그대로 두고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앞으로 5년 반 동안 31조원 가량이 들어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은 고액의 병원비로 신음하고 있는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실효성을 높이려면 재원 확보, 새로운 비급여 관리, 의료기관 참여 유도, 실손보험 보장범위 조정 등 여러 방면에서 숙제를 풀어야 한다.

◇ 가계의료비 부담 OECD 평균의 2배…저소득층 '재난적 의료비'에 허덕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 많아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가 선진국보다 훨씬 많다.

서비스의 가격, 빈도 등을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비급여 진료는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로봇수술, 치과 임플란트,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등이 대표적이다.

2015년 기준 총 의료비는 69조4천억원이었으며, 비급여 의료비는 13조5천억원으로 19.5%를 차지했다. 치료와 무관한 미용·성형, 단순 기능개선을 제외하고 질병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를 추리면 12조1천억원 규모다.

비급여 진료가 많다 보니 전체 의료비 가운데 가계에서 직접 부담하는 비율은 2014년 기준 3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9.6%)보다 1.9배나 높다.

순위로는 멕시코(40.8%)에 이어 두 번째다. 프랑스는 7.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들도 본인부담률이 20∼60%로 높은 수준이어서 큰 병에 걸리면 병원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일쑤다.

이렇다 보니 의료비가 가계 가처분 소득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이른바 '재난적 의료비' 가구는 해마다 늘어 최근에는 전체 가구의 4.5%에 이르렀다.

의료비 위험에 대한 대비가 충분치 않은 저소득층은 가계파탄 위험에 항시 노출된 상태다.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이 일정한 상한선을 넘을 경우 그 초과 금액을 돌려주는 '본인부담상한제'나 4대 중증질환 저소득 가구에 한시적으로 의료비를 지원하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등이 있지만, 가계파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는 건강보험 혜택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왔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확대 효과를 상쇄할 만큼 비급여가 빠르게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체 의료비에서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비율은 지난 10년간 62∼63%대에서 정체된 상태다.

김강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비급여를 이대로 방치하면 의료비 경감 대책이 나와도 체감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를 완전히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2022년까지 31조 투입…비급여 의료비 64% 감소 목표

의학적으로 필요한 의료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을 우선 적용하는 이번 대책에는 역대 최고 수준의 재정이 쓰인다. 2022년까지 5년 반 동안 총 투입액은 30조6천억원이다.

복지부는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의료비 부담이 많이 줄어들면서 건강보험 보장률이 63.4%(2015년)에서 70%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OECD 평균인 80%와는 차이가 있다.

비급여 영역은 현재의 3분의 1로 줄어들면서 비급여 의료비는 2015년 13조5천억원에서 2022년 4조8천억원으로 64%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4조8천억원은 미용이나 질병 예방 등 개인의 선택적 필요에 의한 진료가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했다.

1인당 연간 의료비도 2015년 50만4천원에서 2022년 41만6천원으로 1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복지부는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을 제도화해 1인당 최대 2천만원까지 지원하면 연간 500만원 이상 의료비를 부담하는 환자 수가 39만1천명에서 13만2천명으로 6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저소득층(소득 하위 50%) 가운데서는 500만원 이상 부담자가 12만3천명에서 6천명으로 95%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또 저소득층에 대해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액을 연소득 10% 수준으로 경감하면 상한액 혜택을 보는 사람이 현재 70만명에서 193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복지부는 예상했다.

◇ 건강보험 적립금 20조원 일단 투입…지속가능성이 중요

이번 대책으로 건강보험 보장 수준이 높아지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은 줄어들겠지만, 제대로 시행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정부는 "건강보험이 장기 흑자로 20조원의 적립금이 쌓여 있는 현시점이야말로 의료비 경감 대책을 추진할 최적의 시기"라고 밝히면서 이번 대책에 이 적립금을 활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5년간 30조6천억을 투입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급여 항목이 늘어나고 고령화가 더 진행되는 다음 5년에는 보다 많은 재원이 필요하므로 장기적으로는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복지부는 국민정서상 보험료율의 급격한 인상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까지는 지난 10년간 평균 건보료 인상률(3.2%) 수준으로 보험료율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합리적인 의료 유도, 자영업자 소득파악률 제고를 통한 보험료 수입 확충, 허위·부당 청구 차단, 경증 환자의 대형병원 이용 방지 등의 보험료 관리 대책이 큰 성공을 거둬야 한다.

새로운 비급여의 발생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문제다. 비급여는 그간 병원의 수익보전으로 활용된 것이 현실이다.

복지부는 의료기관별 진료의 종류나 양과 관계없이 환자가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발생한 진료비를 미리 정해진 금액대로 받는 '신포괄수가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민간의료기관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건이다.

비급여 진료의 가격장벽을 낮춰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유발하고 있는 실손보험과 건강보험의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도 중요한 숙제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은 "의료비 부담을 걱정해 너도나도 실손보험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비급여 관리는 시급하고 필수적인 과제였다"며 "개인 의료비가 절약되는 만큼 앞으로 늘어날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어떻게 나눌지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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