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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남북, 한반도기·단일팀 합의…북 체제 선전 우려도

입력 2018-01-18 18:55 수정 2018-01-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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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17일) 열린 남북 실무회담에서 평창올림픽 개회식 공동 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비롯해서 공동 응원, 공동 훈련 등 기대 이상의 남북간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평화올림픽의 토대를 닦았다는 긍정 평가와 함께, 일각에선 북한의 체제 선전에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데요. 오늘 청와대 발제에선 평창올림픽 남북 합의를 놓고 팽팽하게 갈린 여론을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천해성/통일부 차관 (어제) : 남과 북은 개회식에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으로 입장하고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하였습니다. 남북이 평창올림픽을 전 세계인의 평화 축제로 개최하고 남북 관계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올해 들어 3차례나 마주앉은 남북이 밤 늦도록 이어진 릴레이 접촉 끝에 '평화 올림픽'에 다가갈 유의미한 성과를 이끌어냈습니다. 개회식 공동입장과 공동응원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더해서 금강산 합동 문화행사와 마식령 스키장 훈련까지 합의한 겁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막혔던 서해 경의선길, 판문점길, 동해선길, 육로 3곳이 모두 열릴 전망입니다.

당장 23일 금강산과 마식령 스키장을 점검할 남측 선발대가 북으로 향하는데, 이 때 이용하는 길이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후 막혔던 '동해선길'입니다.

'서해 경의선길'은 개성공단 기업이 왕래했던 길로 2월 1일엔 북측 선수단, 7일엔 응원단·기자단 등 수백 명이 오갈 예정입니다.

또 북한은 일찌감치 예술단을 '판문점길'를 통해서 보내겠다고 이야기 한 바 있죠.

셋 모두 군사분계선을 넘기 때문에 유엔군사령부의 승인이 필요한데, 유엔사도 무난하게 협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한반도기 공동 입장 결정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만은 않습니다. 

과거 수차례 단일팀·공동입장을 한 이후에도 북핵 실험 등 남북관계 경색이 반복되자 올림픽 맞이 '단발성 이벤트'에 굳이 힘을 쏟아야 하느냐는 인식이 커진 겁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9~10일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북한의 올림픽 참가 환영 의견은 81.2%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기 동시 입장에 대해선 '가급적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50.1%, 반면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49.4%로 아주 팽팽했습니다.

단일팀에 대한 시선은 좀 더 차갑습니다. '가급적 구성하는 게 좋다'는 27%, '무리할 필요는 없다'가 72.2%로 훨씬 높았습니다.

지난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선 남한 간판 현정화와 북한 리분희가 '코리아팀'을 이뤄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1991년 일본 지바탁구세계선수권대회 : 우리 재일동포들의 아낌없는 응원과 지지와 이런 속에서, 우리가 힘듦 속에서도 그 응원을 받고 힘이 돼서 이길 수 있었다고…]

[현정화/단일팀 한국 대표 (1991년 일본 지바탁구세계선수권대회) : 우리가 이렇게 잘함으로써 앞으로 계속 이런 단일팀이 나가고 또 앞으로 조기 통일이 꼭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당시 시상대에 울려 퍼진 '아리랑'이 전 세계에 아주 큰 감동을 선사했었죠. 사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이 감동을 평창에서 되살리겠다"는 뜻을 밝혀왔습니다.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 (지난해 6월 24일) :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 참여한다면 인류화합과 세계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합니다.]

단일팀에 대한 비판 여론 중에서 '너무 갑작스럽게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은데, 첫 언급이 나온 건 반년도 더 전이었습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논의가 지지부진 했다는 거죠. 결국 남북대화가 물꼬를 튼 올해 올림픽을 두 달도 남기지 않고 이야기가 진전이 된 건데, 대상인 아이스하키팀 입장에선 '일방적 통보'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새러 머리/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 (지난 16일) : 우리 선수들이 오랫동안 함께 조직력을 끌어올린 상황에서 북한 선수든 한국 선수든 올림픽 직전에 합류하는 것은 좀 위험합니다.]

최근엔 '북한 낙하산'이란 표현까지 등장하면서, 이게 과연 스포츠가 말하는 공정한 경쟁이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죠. 그런데 이 논란에 불을 당긴 발언이 있었습니다.

[이낙연/국무총리 (지난 16일) :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 권에 있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여러분 잘 아실 겁니다.]

이 발언은 "메달권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이유로 개인이 희생 돼도 괜찮다"는 취지로 읽혀 논란이 됐습니다. 어쨌거나 남북이 합의한 만큼 IOC 회의를 통해서 단일팀 엔트리 확대 방안 등이 논의 될텐데요. 대의와 공정, 사람마다 무게를 두는 가치는 다르지만 적어도 스포츠에서만큼은 '공정한 룰'이 최우선이어야 하지 않냐는 여론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마식령', '금강산' 띄우기를 통해서 체제 선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특히 마식령이 갖는 상징성이 문제가 되는데요. 마식령 스키장은 김정은의 지시로 2013년 12월 31일 만들어졌고, 북한은 이를 동양 최대 규모라고 주장하면서 김정은의 주요 치적으로 포장해왔습니다.

[최용해/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2013년 북한 마식령 스키장 개장식) : 마식령 스키장은 우리 인민들에게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안겨주려는 위대한 당의 숭고한 인민 사랑의 고귀한 결정체입니다.]

하지만 '초호화 스키장' 홍보 뒷면에 노역자들이 맨 손으로 제설작업에 동원되고, 이중 상당수의 아동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았죠. 하지만 북한은 '마식령 남북 합동 훈련'을 '김정은 치적 홍보'에 이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무엇보다 자칫 올림픽 이후 북한이 다시 도발모드로 돌아설 경우 이에 대한 비판이 정부에게 쏠리게 될 지도 모릅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는 < 남북, 한반도기·단일팀 합의…북 체제 선전 우려도 > 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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