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붉은 단풍 속…등산로 물들인 '음주 산행'

입력 2017-10-30 22:03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가을 단풍이 깊어지면서 많은 분들이 산을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풍만큼이나 등산객들 얼굴도 붉게 물들어있습니다. 오늘(30일) 밀착카메라는 음주 산행을 하는 등산객들 모습을 담아왔습니다.

밀착카메라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도심 단풍 명소 중 한 곳인 관악산 입구 버스정류장 입니다.

형형색색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끝없이 밀려듭니다.

정류장에 멈춰선 버스에서 등산객 수십 명이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관악산 등산 코스에서도 가장 완만하다는 서울대 정문 쪽 입구 진입로인데요.

그런데 제 뒤로 보이는 것처럼 등산객들이 지나는 골목마다 노점상들이 술을 가득 진열해 놓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등산로 입구에 있는 한 매점에는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매점에 들어선 등산객이 냉장고에서 꺼내 든 건 막걸리 병, 곧이어 또 다른 남성도 술병을 집어들고 곧장 계산대로 향합니다.

또다른 여성 등산객들의 손에도 막걸리가 담긴 봉투가 들려있습니다.

막걸리가 가득 담긴 검은색 비닐봉투를 양손 가득 들고 가는 등산객도 있습니다.

아직 오전이지만 술 판매대는 이미 텅 비었습니다.

[인근 상인 : (등산객들이 뭘 많이 사 가세요?) 막걸리. 막걸리가 주로예요. 많이 팔렸죠, 오늘.]

등산로 입구로 향하는 길목에는 노점상들이 각종 안주와 술을 펼쳐놓고 등산객들을 유혹합니다.

[5000원이요. 5000원. 준비해 가세요.]

등산로 입구에서 등산객들이 술을 구입하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연주대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중간 쉼터 곳곳에서 등산객들이 준비해온 술과 음식을 나눠먹는 모습이 목격됩니다.

오히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입니다.

[등산객 : 밥 먹으면서 다 먹어요. 막걸리, 소주 없는 밥상 없어. 다 있어 거의. 술병 없는 밥상은 없더라고…]

한 등산객은 자신의 음주 산행을 자랑스레 늘어놓기도 합니다.

[등산객 : 제 얼굴 안 빨개요? 술 엄청 마시는데, 그래도 저는 이상 없이 다녀요. 정상 가면 소주 2병은 기본적으로 먹어요. 정상주 마시는 게 재미있잖아요. 술 안 좋아해요?]

등산로 입구와 가까운 대학 일부 건물에서는 등산객들과 갈등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이 곳은 관악산 연주대 정상으로 향하는 가장 짧은 코스로 평소에도 등산객들이 즐겨찾는 곳입니다. 연구소 건물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붙어 있는데요. 일부 등산객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 시설을 이용하면서 이렇게 건물 입구에는 등산객 등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까지 붙어있습니다.

일부 등산객들은 학생들이 다니는 건물 출입구 앞에서 술을 마시기까지도 합니다.

[건물 관리인 : 술 먹고 취해서 여기 와서 문 두드리고 그런 사람도 있어요. 왜 안 열어주냐고…어떨 때는 여기 앉아서 먹어. 오죽하면 등산객 금지라고 써놨겠어, 우리가.]

오후 4시를 넘기고 하산 시각이 되자, 등산로 입구 주변에선 누군가 버리고 간 술병과 종이컵이 무더기로 발견됩니다.

[관악구청 관계자 : 무단투기를 많이 하고요, 등산객들이. 차량에서 나온 쓰레기 같은 것도 주차장 한쪽 구석에다 그냥 버리고 간다든지. 쓰레기들이 예전보다 많이 늘었습니다.]

해마다 산악사고는 가을철에 집중 발생합니다.

특히 지난해 전체 산악 사고 중 절반 이상이 주말 점심시간 무렵에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음주 산행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지만, 현행법상 산에서 음주행위 자체를 제지하거나 단속할 근거가 없는 실정입니다.

올 가을에도 사람들은 붉게 물든 단풍을 구경하기 위해 어김없이 산에 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과 등산객들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자연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밀착카메라] 방치된 '해상호텔 쇠말뚝'…어민들 위협 [밀착카메라] 빅데이터로 본 서울시내 '대중교통 취약지' [밀착카메라] '인생샷' 찍겠다면서…짓밟힌 '분홍 억새' [밀착카메라] 방치·훼손 심각한 '일제 만행 유적지' [밀착카메라] 상인들 부담만…전통시장 지원의 '역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