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덕(60)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실행은 어렵다'는 취지의 실무자 보고에 짜증을 내며 책임을 회피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 전 장관 등 3명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모 전 문체부 예술정책관은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내려온 문화계 블랙리스트 적용이 어렵다"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한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정책관은 이 보고를 받은 김 전 장관이 짜증을 내며 "차관과 상의하라"고 지시를 했고, 이후 박민권 전 문체부 1차관을 통해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같은 의견을 냈으나 담당 비서관이 못마땅한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김 전 정책관 설명에 따르면 문체부는 2015년 블랙리스트에 있던 '창작과 비평'을 우수 문예지로 선정했고 이로 인해 청와대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좌파 문예지가 지원되고 우파 문예지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지인의 항의 편지를 받았고, 이후 정무수석실을 거쳐 문체부에 지원 배제 명단이 내려왔다고 했다.
김 전 정책관은 "김소영 전 청와대 교육문화체육비서관에게 '이미 심사가 끝났거나 마지막 심사만 남는 등 사실상 지원 배제가 어렵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김 전 정책관은 이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했는데 갑자기 짜증을 내며 이를 해결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김 전 장관이 창작과 비평을 왜 지원했냐며 '나는 이제 못한다'고 말했고 차관과 상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김 전 정책관은 박 전 차관과 상의했고, 박 전 차관은 정무수석실을 찾아가 담당 비서관 두명을 만났다.
특검은 "박 전 차관이 정무수석실 비서관들을 만났는 데 안색이 매우 안좋고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냐"고 묻자, 김 전 정책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후 김 전 정책관은 비정기 인사로 사실상 좌천됐고 몇개월 후엔 또다시 장관 지명으로 교육을 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예술인은 예술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원배제 명단이 왔을 때 심사위원들 심사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청와대를 설득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실제 네번 정도 양해를 얻었다. 그 자리에 있으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회상했다.
앞서 김 전 정책관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에게 한번 양해를 받았다가 이후엔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그후 김 전 장관을 통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병기 전 비서실장에게 한번씩 양해를 받았고 박 전 차관이 정무수석실에 양해를 받은 것까지 총 4차례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