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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6천명 주민 다 줄 거예요"…밤낮없이 만든 '선물'|한민용의 오픈마이크

입력 2020-04-11 20:12 수정 2020-10-1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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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밤낮없이 재봉틀을 돌려 마스크 1만 6천 개를 만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동네 주민 한 명도 빠짐없이 한 개씩 나눠주려고, 사람 수대로 이렇게나 많이 만들었습니다. 코로나로 일감이 사라진 골목 봉제업체 사람들이 팔을 걷어붙이지 않았다면 엄두도 못 냈을 거라고 하는데요.

오픈마이크에서 이 마을 이야기를 담아왔습니다.

[기자]

봉제 업체가 몰려 있는 서울 보문동의 한 골목입니다.

늦은 밤에도 재봉틀 돌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발을 구르고 있는 모두가 여기 사는 주민들입니다.

[장기정/주민 : 주민이에요. 우리집이 이 근처예요.]

퇴근하고 오거나

[홍경옥/주민 : 끝나고 나서 봉사하고 싶어서 왔거든요.]

손주를 돌보다 함께 와서는

[김교임/주민 : 할아버지랑 있으라니까. 할머니하고 가서 봉사활동하러 간다고.]

이웃에게 줄 면 마스크를 만들고 있습니다.

[함경자/주민 : 마스크 사기가 진짜 힘들었어요.]

[심재순/주민 : 줄 서는 거가 너무 노인분들은 힘들잖아요.]

마스크 모양대로 천을 잘라 필터를 넣을 수 있게 박음질을 하고,

[김태근/봉제업체 사장 : 주세요!]

코에 와이어도 넣은 뒤, 고무줄까지 달면

[박영란/주민 : 이렇게 되면 완성된 거예요.]

주민들이 한땀 한땀 정성들여 만든 마스크입니다.

보문동 주민들이 1만 6천 명 정도 되는데요.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에게 한 장씩 나눠주려고 마스크도 이렇게 1만 6천 장을 만들었습니다.

시작은 소박했습니다.

[김은미/주민 : 거동이 불편하시고 마스크 사러 가기 힘드니까 마스크를 좀 챙겨서 갖다 드렸는데 '그래도 나한테 신경 쓰는 사람이 있구나'라면서 우셔서… 처음에 2000개로 시작했거든요. 근데 누굴 주지? 누군 주고 누군 안 주고. 그러면 1만 6000개를 한번 만들어 보자.]

딱 보름이 걸렸습니다.

[김은미/주민 : 아침 10시부터 밤 11시? 밤낮없이 일했어요.]

재봉틀을 배워가며,

[장기정/주민 : 여기 계신 분들이 또 잘 알려줘.]

손을 다쳐도,

[정정숙/주민 : 진짜 많이 아팠어요. 다 찔려가지고. 손톱도 다 날아가고…]

어린 아이까지

[김교임/주민 : 가자니까 안 간대. 더 해주고 가재.]

마음을 모은 결과입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골목 봉제 업체야말로 '일등 공신'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천을 기부해주고, 일손도 보태줬다는 겁니다.

[윤여주/봉제업체 사장 : 일들이 많이 없으니까요, 요새.]

[오병진/봉제업체 사장 : 시간 나는 대로 주민센터에서 봉사활동하니까 (주민들) 도와주고…]

[김태근/봉제업체 사장 : (저희 맥가이버세요.) 기계가 고장 나면 잠깐 와서 고쳐 주고 공장이 오토바이 타고 2분 거리거든요.]

선거가 끝나면 바로 나눠줄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부풉니다.

[심재순/주민 : (지금은) 선거 때문에 안 된대. 선거법 위반이라. 어르신분들도 젊은 사람들 아기들 다 주는 걸 보고 갔으면 좋은데 그걸 아직 못 보니까.]

마스크가 코로나뿐 아니라, 소외감과 외로움 같은 '마음의 바이러스'도 함께 막아주길 바라봅니다.

[서경희/주민 : 여기는 외국인들도 많고 어려우신 분들도 많아요.]

[김교임/주민 : 휠체어 끌고 다니는 노인들 많아요. 그 노인들 빨리 드리고 싶어서.]

[장은서/주민 : 친구들한테 많이 나눠 주고 싶어요. 우리 반 선생님한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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