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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 단체 대화방서 여학생 성희롱…'2차 피해' 호소도

입력 2020-05-04 21:57 수정 2020-05-0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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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특정 여학생들에 대한 성적 발언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철저히 분리하지 않았고 결국 피해 학생이 전학을 가야 했습니다.

김재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3월, 한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나눈 대화입니다.

'성교 방식'을 언급하며, 특정 여학생이 '그런 취향을 받아주면 그냥 결혼해라'는 발언이 이어집니다.

입에 담기 어려운 표현들이 잇따라 등장합니다.

대화방에선 외모로 여학생들의 순위까지 매기고, 특정 학생을 거의 다 꾀었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이런 대화는 가해 학생 중 한 명이 다른 학생의 태블릿 PC를 빌려 로그인한 상태에서도 이뤄졌습니다.

PC를 돌려받은 주인이 이를 발견해 피해 학생들에게 알렸습니다.

피해자들은 학교에 신고했습니다.

학폭위가 열렸는데, 주도한 A군에게 5일 출석 정지와 함께 옆 반으로 옮기는 걸로 결론이 났습니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을 수시로 마주칠 수밖에 없어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피해학생 어머니 : (가해학생) 교실을 지나지 않으면 화장실도 못 가고요. 식당도 도서관도 아무 데도 갈 수가 없어요. 근데 이게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치고.]

자율 학습실에선 얼굴이 마주 보이는 자리에 앉아야 했고, 올해 들어선 같은 수업을 듣게 됐습니다.

2차 피해를 호소하던 피해 학생 1명은 결국 전학을 택했습니다.

[피해학생 어머니 : 내가 도망가듯이 전학을 간다는 게 나는 너무 억울해. 너 버틸 수 있겠니? 버텨 볼게. 마지막까지도 아이가 정말 그 남자애 얼굴은 못 보겠다.]

가해 학생들은 오히려 반을 옮긴 처분 등이 과하다며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 가해자와 함께 수업…학교는 "가해자 학습권도 중요"

[앵커]

비단, 이 학교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중고등학생 17% 정도가 학교 생활에서 성희롱 피해를 호소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피해자를 어떻게 보듬느냐'인데, 이 학교의 '학폭위 회의록'을 살펴봤더니, 피해자보단 가해자 중심으로 생각한단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어서 이수진 기자입니다. 

[기자]

학교폭력대책 지역위원회 회의록입니다.

가해 학생을 전학 보내 달라고 피해 학생 측이 요청하자, 한 위원이 "가해 학생들이 지금까지 받은 처분도 잘못에 비해 과하다"고 말합니다.

"피해 학생이 해당 단체 대화방에 있었던 것도 아닌데, 걸리지 않았으면 문제 되지 않았을 사안"이라고도 돼 있습니다.

가해 학생들의 언행이 교육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위원도 있었지만, 토론 과정에서 누구도 피해 학생의 심리 상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만장일치로 가해 학생은 전학을 가지 않았고, 몇 개월 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은 같은 수업까지 듣게 됐습니다. 

학교 측은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분리되지 않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가해 학생의 학습권도 중요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학교 관계자 : 어떻게 안전조치를 취해요? 가해학생한테 이 수업 듣지 말라고 해요?]

절차대로 했으니 학교는 책임이 없다고 했습니다.

[학교 관계자 : 학교에선 할 수 있는 징계를 다 했고. 학교 손을 벗어난 겁니다.]

피해 학생 측은 가해자 중심적인 사고에 갇힌 교육 현장에선 피해자가 전학을 갈 수밖에 없었다고 취재진에게 호소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김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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