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조계종 승려들의 도박 동영상 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폭로전에 불교 신도는 물론 일반인도 경악을 금치 못한 한 주였는데요.
정재숙 기자가 그림 속 스님들을 만났습니다.
[기자]
이판 사판이란 말 가끔 쓰시죠.
이래저래 더 어찌할 수 없게 된 막다른 상황을 이름인데요. 이 관용어가 불교에서 나온 말이라는 거 아세요?
요즘 조계종 스님들이 치고 받는 말씀을 듣고 있으면 이 단어가 절로 떠오릅니다.
200여 년 전 조선 후기의 걸출한 풍속화가 혜원 신윤복도 스님들 품행이 영 거슬렸나봅니다. 붓을 들어 신랄하게 풍자했는데요.
단오절 나들이에 모두들 흥이 났네요. 그네 뛰는 여인, 개울가에서 목욕하는 아낙네들, 큼직한 다리머리를 손질하는 아가씨.
어머, 불청객이 있네요. 바위틈으로 벗어젖힌 웃통을 훔쳐보는 까까중들을 보세요.
큰 길가에 오가는 행인들을 가로막고 북 울리고 목탁 치며 탁발행각을 벌이는 승려들. 여인들 보랴, 돈 구걸하랴 분주합니다.
푸짐한 엉덩이를 굽혀 기생을 맞이하는 비구니의 눈웃음이 심상치 않아 보이네요.
'혜원 전신첩'에서 체면을 구긴 스님의 하이라이트는 이 분 아닐까요?
빨래하는 여인의 미색에 반해 장삼과 승건을 훌훌 벗어던지고 달려드는 이 젊은 승려.
스님들 갖가지 행색이 가관입니다,
세상 곳곳을 탈 것 물리치고 걸어다녀 '걷는 스님'으로 이름난 원공 스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죠.
"절에 가면 주지라고 있지, 근데 내가 보기엔 '받지'만 있는 게야. 중들이 신도들한테 받기만 하면서 왜 '주지'라 하나!"
원공 스님은 "중이 돈 안 만지면 절집 다 잘 될거라"시며 "요새는 어떻게 된 게 머리 깎고 절집 가면 과정 생략하고 바로 중이야, 스님 냄새가 없어" 일갈하셨습니다.
스님 냄새,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