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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늑대…어린…외로운'

입력 2015-09-02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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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는 앵커브리핑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일주일 새, 두 번 거론된 이름이 있습니다. 1만㎞나 떨어진 곳에 사는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하나의 이름을 거론했습니다.

8월 26일 미국 버지니아주. 생방송을 진행하던 여기자와 카메라맨이 총에 맞아 숨집니다. 곧이어, 살인사건이 담긴 영상이 페이스북에 올라옵니다.

그리고 9월 1일 한국 서울. 한 중학교에서 부탄가스를 이용한 폭발 사고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역시 사건을 중계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지요.

두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조승희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베스터 리 플래너건
"조승희처럼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이모 군

조승희. 2007년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사망자 33명. 이중엔 본인도 포함됩니다. 부상자 29명.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사건이었습니다.

철없는 열다섯 살, 중학생의 어설픈 장난을 총기 사건과 비교하는 건, 너무 지나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본인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다만, 이번 사건을 '별 거 아닌 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이 군이 검거되기 전 남긴 말입니다.

"칼로 사람을 찌르려다 실패했다… 불특정 다수를 찌르려 했다. 모든 사람이 싫었다."

평범한 또 한 명의 청소년이 있습니다. 열여덟 살 김모 군을 기억하시는지요. 테러조직 IS에 가담한 소년을 말합니다. 학교 폭력에 시달렸었고, 부모와도 쪽지로만 대화했다는 소년.

현실에 대한 혐오, 파괴에 대한 동경, SNS를 통한 구원 …

두 어린 친구가 걷고 있는 경로는 대단히 비슷해 보입니다.

19분. 고교 총기 사건을 그린 미국 소설입니다.

19분은, 열일곱 살 소년이 저지른 비극적 총기 사건이 일어난 시간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그 19분이 아닌 그 19분을 만들어낸 17년, 즉 900만 분에 주목합니다.

외로운 늑대가 태어나게 된 배경, 맥락, 그리고 늑대를 잉태한 사회… 늑대가 된 소년은 한때 사랑받던 소중한 아이였다는 사실까지…

이 소설은 2007년 작품입니다. 조승희 사건이 일어난 바로 그 해였지요. 조승희가 쏜 총알이 다리를 관통한, 한 학생은 이런 말을 합니다.

[가레트 에반스 (CBS, 2007년) : 사건이 일어나기 전 그와 한 번이라도 만날 기회가 있었다면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칠 수 있었을 텐데…]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오늘(2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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