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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강쇠 점찍고 옹녀' 환호한 파리, 역시 '예술의 도시'

입력 2016-04-2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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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강쇠 점찍고 옹녀' 환호한 파리, 역시 '예술의 도시'


'변강쇠 점찍고 옹녀' 환호한 파리, 역시 '예술의 도시'


'변강쇠 점찍고 옹녀' 환호한 파리, 역시 '예술의 도시'


'변강쇠 점찍고 옹녀' 환호한 파리, 역시 '예술의 도시'


'변강쇠 점찍고 옹녀' 환호한 파리, 역시 '예술의 도시'


프랑스 파리는 세계 공연예술계의 심장으로 통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뮤지컬 공연은 활발한 편은 아니다. 14~17일 테아트르 드 라 빌에서 한국에서 온 '변강쇠 점 찍고 옹녀'가 공연하는 동안 현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은 '노트르담 드 파리' 등 손에 꼽힐 정도였다.

하지만 파리는 여전히 '예술이 흐르는 도시'다. 특히 '프랑스 뮤지컬'은 한국에서 인기가 높다. 뮤지컬의 전혀 다른 한국식 변형인 '변강쇠 점 찍고 옹녀' 기간 동안 뮤지컬 속 흔적을 찾아 곳곳을 돌아봤다.

◇유령의 노래소리가 들려…파리 오페라 극장

파리 시내 북서부, 샤를 드 골 광장 중앙에 우뚝 선 개선문에서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동쪽으로 30분 가량 걷다 보면 파리 오페라 극장을 만나게 된다.

1875년에 개장한 곳으로 오페라, 발레 공연의 성지로 통한다. 프랑스 건축가 샤를 가르니에가 설계한 건물로 가르니에 극장으로 통하기도 한다. 신바로크 양식으로 화려하다.

뮤지컬 팬들에게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팬텀'의 배경으로 유명하다. 두 작품 모두 가스통 르루의 원작이 바탕이다. 세계 4대 뮤지컬로 알려진 '오페라의 유령'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이고, '팬텀'은 아서 코핏·작곡가 모리 예스톤이 협업했다.

가면 뒤에 흉측한 기형의 얼굴을 숨긴 채 '오페라의 유령'이라 불리며 극장 지하에 숨어 사는 비극적 운명의 '팬텀', 아름다운 외모와 목소리로 팬텀의 마음을 사로잡는 크리스틴의 사랑과 상처에 대한 이야기다.

'오페라의 유령'은 '더 팬텀 오브 더 오페라(The Phantom of The Opera)'와 '올 아이 애스크 오브 유(All I ask of you)', '팬텀'은 '파리의 멜로디'와 '넌 나의 음악'이 대표 넘버다. 클래식한 이들 넘버와 달리 한낮의 파리 오페라 극장 앞에서는 젊은 어쿠스틱 밴드가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앙졸라와 마리우스의 '원 데이 모어'…생 마르탱 가(街)와 생 드니 가(街)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동남쪽으로 걷다가 보면 옛 중아시장인 레 알을 맞닥뜨리게 된다. 인근의 생 마르탱 가와 생 드니 가는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클라이맥스인 6월 봉기 당시 혁명군인 앙졸라와 마리우스가 바리케이트를 쌓고 정부군에 맞섰던 곳이다.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소설이 바탕인 '레 미제라블'의 주요 이야기는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 옥살이를 한 뒤 자신을 평생 추적하는 경감 '자베르'를 피해다니는 궂은 운명의 '장발장'의 이야기다. 하지만 장발장의 딸 코제트와 결혼하는 마리우스, 혁명군의 리더 앙졸라의 비중도 적지 않다.

당대를 살아간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것을 지키기 위해 '윈 데이 모어'를 부르며 기꺼이 목숨을 내던졌다. 이들이 바리케이트를 쌓았던 길목은 현재 메워졌다. 현재 젊음의 상징인 닥터 마틴과 리바이스 가게 사이쯤이 바로 그곳이다. 이 주변은 나이키, 맥도날드 등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브랜드 가게로 가득하다. 밤새 지금 젊은이들은 이 주변을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현재의 방식으로 젊음을 불살랐다. 건물들 뒤편으로는 유럽 최대 현대미술관인 퐁피두 센터의 끝자락이 보였다.

◇시드니 칼튼·마리 앙투아네트가 갇혀 있던 곳…콩시에르주리

생 마르탱 가와 생 드니 가를 거쳐 테아트르 드 라 빌을 지나 시테 섬에 도달하기 직전에는 몇 개의 다리가 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다리는 시테 섬 북쪽의 샹주 다리다.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을 좇던 자베르 경감이 마지막 부분에 '자베르스 수어사이드'를 부른 뒤 몸을 던진 곳이다.

그 다리 뒤로 보이는 건물은 프랑스 혁명 당시 감옥으로 사용된 콩시에르주리.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동명 소설이 바탕인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에서 인생의 빛을 보여준 여자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염세주의 변호사 '시드니 칼튼'이 갇혀 있던 곳이다. 그가 최후의 순간을 앞두고 부르는 넘버 '아이 캔트 리콜'의 절절함이 다시 느껴지는 듯했다.

콩시에르주리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수감됐던 곳이기도 하다. 상류계급의 호사를 누리는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와 고통받는 하류계급 여인 '마그리드 아르노'는 운명의 엇갈림을 그린다. 2006년 일본 도쿄 제국극장에서 첫 선을 보였을 당시 제목은 두 여 주인공의 공통 이름 이니셜을 딴 'MA'였다.

한국 버전은 마리 앙투아네트를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 출신인 탓에 엄격한 궁중사회에서 '표적'이 됐고 프랑스 혁명기에 성난 민중의 원성을 한 몸에 받은 역사적 희생양으로 재해석한다. 부잣집 딸로 버릇 없이 자랐으나 악의가 없이 인간적이며 여느 부모처럼 자식 앞에서는 한 없이 약한 여성이다. '최고의 여자' '운명의 수레바퀴' 등 마리의 드라마틱한 삶을 노래한 넘버들이 귓가에 울려퍼진다.

◇꼽추의 한결 같은 순애보…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콩시에르주리를 지나 5분 가량 남쪽으로 걷다 왼편을 보면 노트르담 대성당이 거대함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레미제라블'를 쓴 위고의 또 다른 대표 소설이 원작인 뮤지컬 '노트드람 드 파리'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15세기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이방인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를 사랑한 꼽추 콰지모도의 슬픈 사랑 이야기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상징하는 길이 20m, 높이 10m의 대형 무대세트와 100㎏이 넘는 대형 종들, 감옥을 상징하는 쇠창살, 움직이는 기둥과 가고일 석상 등 30t이 넘는 세트와 무대미술이 다시 떠올랐다.

무엇보다 '노트드담 드 파리'의 매력은 넘버. 극 중 화자인 시인 '그랭구와르'의 대표넘버 '대성당들의 시대'가 떠오르며 먹먹해진다.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 왔어 / 이제 세상은 새로운 천년을 맞지 / 하늘 끝에 닿고 싶은 인간은 / 유리와 돌 위에 그들의 역사를 쓰지"

파리와 뮤지컬을 통해 시대와 지역을 넘어 사람들은 그렇게 소통한다. 낮 12시 노트드담 대성당의 주변에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그 주변을 조금만 벗어나면 난민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파리로 온 이들이다. 그들에게서 '노트드람 드 파리' 속 이방인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훗날, 이 난민들이 등장하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는 뮤지컬이 탄생하지 않을까.

지난해 말 '레미제라블'에서 판틴을 연기한 전나영은 인터뷰 도중 바리케이드가 무너진 뒤 민중들이 무기력한 상황에서 부르는 넘버를 이야기하던 도중 시리아 난민들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프랑스어인 '레미제라블'의 뜻은 '불쌍한 사람들'이다. 파리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은 이처럼 위로를 던진다.

파리는 이밖에 뮤지컬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에서 돈벌이를 찾아 떠나온 모차르트가 당시 유행하던 민요를 듣고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지요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을 작곡한 곳이다.

뮤지컬 '마타하리'에서 남자들에게 배신 당한 마가레타 거트루드 젤르가 도발적인 무희 마타하리로 거듭난 물랑루즈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뮤지컬 '삼총사'에서 시골청년 달타냥 그리고 궁정의 총사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가 우정을 나는 도시이며 몽마르트 언덕은 우체국 직원 '듀티율'이 어느 날 벽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능력을 가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의 배경이다.

현지 지하철인 메트로가 뚫고 다니는 지하는 '오페라의 유령'과 '팬텀'에서 유령이 크리스틴을 데리고 다닌 환상적인 세계,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부상당한 마리우스를 들처 업고 도피한 긴박한 세계로도 기억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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