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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들의 공포, '재건축'…법 보호 못 받는 '사각지대'

입력 2014-11-19 21:56 수정 2014-11-2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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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영업자의 수가 8백만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중 상당수가 영세자영업자로 남의 건물에 세를 내서 운영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그런데 건물주가 갑자기 재건축을 한다며 나가달라고 한다면…어렵게 모은 돈으로 권리금 주고 인테리어까지 해서 들어온 세입자들은 어떻게 될까요? 저희가 집중보도하고 있는 갑을 문제, 오늘은 자영업자 8백만 시대에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세입자들의 사연입니다.

먼저 김선미 기자입니다.

[기자]

작년 서울 강남에 주점을 차린 유모 씨는 계약 두 달 만에 황당한 말을 들었습니다.

건물주가 재건축을 하겠다며 나가달라고 통보한 겁니다.

계약 당시 건물주는 재건축 계획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오래 영업해달라고 했습니다.

[유모 씨 : 최소 5년간 재건축할 계획은 없고 여긴 매출도 많이 나오고 월세도 저렴한 편이니 돈 많이 벌어라.]

권리금만 4억, 인테리어 비용으로 1억 5천만 원을 더 들인 가게였습니다.

하지만 재건축을 하면 다음 세입자에 받아야 할 권리금이 사라집니다.

가게를 연 지 1년도 안 돼 5억 원이 넘는 돈을 날리게 된 겁니다.

[유모 씨 : 당황하고 황당하고, 집과 기타 등등 대출을 받아서 (빚을) 떠안게 된 거죠. 대출로 한 5억 이상.]

억울한 유 씨는 건물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지만 졌습니다.

건물주는 나가지 않으면 3억 원을 물어낸다는 각서까지 요구했습니다.

유 씨에게 더이상 남은 방법이 없습니다.

[유모 씨 : 반드시 법으로 보호받을 거란 저만의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국은 손해배상, 명도소송 다 패소했습니다.]

+++

서울 종로의 한 삼겹살집입니다.

박보연 씨는 지난해, 1년 넘게 종업원으로 일했던 가게를 인수해 사업주의 꿈을 이뤘습니다.

권리금 1억 5천만 원에 가스, 수도 등 노후된 시설을 고치는 데 5천만 원이 들었고, 전 주인이 외상한 빚 4천만 원까지 떠안았지만 꿈에 부풀었습니다.

[박보연 : 저는 여기서 10년 넘게 오래오래 꼭 해야 됩니다. 응 그래 나는 임차인이 금방 바뀌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 오래오래 해라.]

하지만 얼마 안 돼 건물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새 건물주는 재건축을 해야 한다며 가게를 빼달라고 통보했습니다.

박 씨는 권리금과 투자비라도 건지려고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박보연 : 그걸 통제받고 싶으시면 국회 가서 법을 바꿔오시라니까요. 저한테 그러는 거예요.]

임대차 분쟁 사례 중 60%가 건물주로부터 갑작스레 재건축 사실을 통보받고 가게를 빼줘야 하는 경우입니다.

건물주들은 재건축 계획을 알리면 들어오려는 세입자가 없을 것을 우려해 알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피해가 늘면서 정부는 계약 시 재건축 사실을 통보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고지하지 않았을 경우 1년은 보장하라는 겁니다.

그러나 1년 더 영업하더라도 권리금과 시설 투자비 회수는 불가능합니다.

[김영주/변호사 : (전 세입자의) 영업 가치를 그대로 지고 새 건물을 지어서 앞으로 많은 수익을 낼 임대인에게 일부 보상을 요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또 정부가 지난 9월 권리금 보호 제도를 내놨지만, 이번에도 문제가 가장 심각한 재건축의 경우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건물주의 소유권 행사를 지나치게 제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건물주의 재건축 통보 한마디에 가게를 빼야하는 세입자들, 법적 보호 사각지대에 빠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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