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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4대악' 올인 황당 백태…실적 '0' 보험도

입력 2014-10-09 22:06 수정 2014-10-09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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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보신 것처럼 정부가 4대악 근절에만 집중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런가 하면 4대악 근절에만 집중되다 보니까 이 때문에 생기는 황당한 일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백종훈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경찰이 걸그룹과 함께 만든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한 뮤직비디오입니다.

'학교 폭력은 너무 싫다'는 내용으로 기존 노래가사를 바꿔 불렀습니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최은영 : 임팩트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이게 무슨 내용인지 논점이 좀 흐려진 것 같거든요.]

[이기은 : 학교폭력 주제에 맞지 않게 야한 것 같아요.]

[이승민 : 학교폭력보다는 그냥 연예인 홍보하는 영상 같았어요.]

해외에서 제작한 '학교 폭력 방지' 동영상입니다.

폭력이 일어나는 현장을 눈높이에서 다뤄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김은균 : 스토리텔링이 좀 돼 있어서 좀 감동…주제가 잘 전달이 되는 것 같아요.]

4대악 척결이 강조되면서 정부는 올해 '4대악 홍보 예산'를 아예 별도로 책정해 약 5억 원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화려한 홍보와는 많이 달라 보입니다.

김성철 씨는 올해 초, 고등학생인 딸이 남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당했다고 학교에 알렸습니다.

경찰의 학교 폭력 전담팀이 나섰습니다.

그런데 사태는 해결되지 않은 채 경찰이 딸에게 더 큰 상처를 줬다고 김 씨는 분통을 터뜨립니다.

[김성철(가명) : (경찰이 딸에게) 너는 신체접촉으로 피해받은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크게 생각하느냐고 말했어요. 아이가 조사받고 나서 눈물을 또 펑펑 흘렸죠. 경찰의 질문이 너무 황당한 부분들이 있어서요.]

김 씨가 강하게 항의했지만, 경찰의 수사 방식은 그대로였습니다.

[김성철(가명) : 피해 학생의 가슴을 할퀴는 질문인데 경찰 본인들은 잘못인지 모르고 있어요. 매뉴얼대로 했습니까 했더니 전부터 그렇게 해왔다고.]

일선 경찰관들도 정부의 정책을 따라가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털어놓습니다.

[성폭력단속팀 소속경찰 : 부담스러워요. 저도 부담스러웠어요. (해당팀) 오고 싶어서 온 건 아니었지만 누군가는 일을 해야 된다고 해서 하죠.]

그렇다면 경찰관들을 4대악 단속 현장으로 끌어내는 동력은 뭘까.

바로 '경찰 특진'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성폭력 등 4대악 범죄와 관련한 특진은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21건과 117건에 그쳤습니다.

전체 특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엔 4대악 범죄 관련 특진의 비중이 33%까지 치솟았습니다.

1년 새, 4대악 특진 비중이 150배 폭증한 겁니다.

석달 전에 출시된 '4대악 보험'도 눈총을 받긴 마찬가지입니다.

성폭력 등 4대악 범죄로 피해를 입을 경우 보상을 해주는 상품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계약이 한 건도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왜 이런 상품을 만든 걸까.

해당 보험사는 민간단체인 '4대악 척결 범국민운동본부'의 추천으로 상품을 만들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현대해상 관계자 : 저희가 그 취지에 공감을 해서 상품을 만든 것인데요. 가입을 많이 시켜서 실적을 올리겠다, 매출증대 하겠다 그런 내용은 아닌 거죠.]

특히 '불량 식품' 단속의 경우, 20개월이 지난 지금 부작용도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서민들이 운영하는 문방구가 대표적입니다.

[문방구점 사장 : 우리도 부모 입장에서 알아서 파는 거지. 못 팔 것을 팔고 이런 건 아니라고요. 문방구 다 없어졌어요. 이것 가겟세 나와 하는 게 아니고]

올해 초 집계한 전국 문구점의 숫자는 1만 3500개로 2년 전보다 17%가량 줄었습니다.

물론 주 5일제 수업과 대형마트와의 경쟁 등에도 영향을 받았지만, 식품 판매 급감도 원인의 하나로 파악됩니다.

4대악 정책의 부작용을 지금이라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탁종연 교수/한남대 경찰행정학과 : 범죄학자들도 그 네 가지 범죄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먼저 척결되어야 하는 범죄인지, 그런 것에 대해서 전혀 동의하지 않고 있거든요. 더군다나 불량식품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일반인조차도 '도대체 왜 이런 게 4대악의 하나로 선정됐지' 의아해 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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