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탐사플러스] 영장도 없이 직원 메일 뒤진 '빅브라더'

입력 2014-09-22 22:17 수정 2014-10-03 14:41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개편 이후 JTBC 뉴스룸에서는 이틀에 한 번씩 '탐사플러스'를 편집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탐사플러스'는 일요일에 방송하던 프로그램이었는데요, 뉴스룸이 생기며 뉴스 안으로 흡수했습니다.

오늘(22일)의 탐사플러스는 1부에서 소개해드린 것처럼 '회사가 당신을 엿보고 있다'입니다. 직장인들이 하루에만도 수십차례 이용하는 이메일, 메신저, SNS 등을 일부 회사가 사원 감시용으로도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메일을 보기 위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한데, 회사에서 공공연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겁니다.

강신후 기자가 실태를 추적했습니다.

[기자]

52살 임모 씨는 인천시 환경공단에서 7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임씨는 지난 4월 직장 동료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저녁에 소주 한잔 하자'는 사적인 대화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 달 시청 감사관이 메일을 문제 삼았습니다.

[임모 씨 : 저녁에 소주 한 잔 어떠세요.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사적인 거잖아요. 보세요. 근데 무슨 건배사로 뭐를 했냐? 그걸 왜 물어보냐고요.]

이 뿐이 아니었습니다.

감사관은 임씨가 동료 5명과 주고 받은 수십여 통의 메일을 줄줄이 꿰고 있었습니다.

'근무 시간에 노조 활동을 했다'며 추궁을 해온 겁니다.

심지어 임씨가 삭제한 메일까지도 복원해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임모 씨 : 난 지워서 기억도 못 하는데 그걸 살려서 서버에 저장됐다. 난 그것도 몰랐어 서버에 있는지도.]

충격을 받은 임씨는 병원 신세까지 졌습니다.

[임모 씨 : 감사의 범위와는 상관없이 개인 이메일까지 다 본 거죠. 나는 완전히 발가벗겨진 거예요. 내 엉덩이 점이 어디 있는지까지…치욕스러운 거죠. 안 그렇겠어요? 정신적 스트레스 안 오겠어요?]

감사관실은 대체 어떻게 임씨의 메일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을까.

취재진이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인천시 감사관실 관계자 : (메일이 다 저장돼) 있다는 거 같은데요. 전산실 분들한테 물어보니까 그런 내용들이 다 서버에 저장돼 있대요.]

메일을 열람한 것도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인천시 감사관실 관계자 : 법 20조에요. 업무용 메신저 등. 등에는 이메일도 들어가죠. 조사할 수 있는 자체감사의 필요한 최소한도 내에서 가능할 것이다.]

인천시 규정에 따라 감사 목적의 경우, 담당자가 직원의 전산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메일은 수사 기관이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야만 열람이 가능하도록 돼있습니다.

임씨 측 변호사 역시 개인적인 이메일은 공공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정용진/임씨 변호사 : 전산정보 시스템에 보관중인 담당자의 개인 이메일의 내용까지 그의 동의 없이 열람하는 방식으로 조사하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임씨 측은 최근 인천시 감사관들을 인천지검에 고소했습니다.

수도권 공기업 직원인 김모 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이곳에선 올해 초 사장이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김씨는 회사에서 메일로 사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뽑아 언론사에 보냈습니다.

비위 혐의를 알게돼 이 내용을 제보한 겁니다.

그런데 이틀 뒤 사장이 김씨를 방으로 불렀습니다.

김씨가 제보한 내용을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김모 씨 : (사장이) 누구한테 메일을 보낸 적 있냐고 물어서 '없다'하니까 (컴퓨터 메일) 화면을 가져왔어요. 캡쳐된 화면의 종이를 가지고 와서 나한테 보여주면서 나도 어이없고 놀랐죠.]

이 사건 뒤에 해당 공기업은 1억 6000만원을 들여 보안 프로그램을 대량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사장은 중앙 부처 감사에서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이 확인돼 엄중 경고를 받았습니다.

또 이메일 추적 시스템으로 메일을 보려면 사전에 노동조합 등과 내부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통보했습니다.

직원 감시 논란은 메일로 끝나지 않습니다.

취재진은 경기도 용인시의 복지단체를 방문했습니다.

문모씨와 황모씨는 상사에게 혼쭐이 나던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고 합니다.

상사가 자신들이 주고 받은 메신저 내용을 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OO복지관장/당시 실제 상황 : 어제 새벽까지 노래방 가고 치맥을 한 거야? 언니 진짜 대박. 여기서 언니는 OOO언니라고 부른 사람은 OOO선생이고.]

[오모 씨 : 관장님께선 그렇게 자기한테 불만이면 여기를 어떻게 다니냐 하시는 거예요. 그때 채팅의 내용을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A4용지 출력한 거 다 읽어 주시더라고요.]

또 서울의 유명 은행 지점에선 상사가 부하들이 나눈 메신저 대화를 엿보다 물의를 빚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몰래 내용을 들여다보다 들켜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겁니다.

[A은행 간부 : 일하다가 직원들이 엉뚱한 짓을 할 수도 있잖아요. 메신저를 주고받는다든지 쇼핑을 한다든가.]

결국 해당 은행은 관리자가 직원들 컴퓨터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때마다 동의를 구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직원 감시 실태를 추적하면서 취재진은 새로운 사실을 접하게 됐습니다.

JTBC가 조달청에 정보 공개 청구를 해 확인한 결과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안전행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중앙 부처들이 메일과 메신저 추적이 가능한 보안시스템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부처들은 메일 추적 프로그램을 가동하긴 하지만 직원의 사적인 메일을 들여다 보진 않는다고 해명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 (메일을) 다 볼 수 있는데 저희는 공무원이니까 저것만 보죠. 공직 메일 쪽.]

그러나 추적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전에 직원 동의를 거쳐야 하는데 상당수가 이런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메일 추적 시스템을 함께 구매했다는 궁색한 답변도 합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 : 패키지 비용도 더 저렴하게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어요.)]

관련기사

애플 "할리우드 스타들 사진 유출, 우리 잘못 아니다" 산케이 보도 번역자도 기소 가닥…박 대통령 발언 의식? [단독] 유족에게 직접 물어보니…"우린 그런 돈 몰라" [단독] 아들 사망도 억울한데…장례비까지 가로챈 군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