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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물] 순직 기각…죽어서도 상처 입는 '손형주 이병'

입력 2014-03-1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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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소개하는 오늘(14일)의 인물은 고 손형주 이병입니다.

지난 12일 육군본부에선 3년 전 군복무 중에 사망한 손 이병에 대한 순직 심사가 열렸는데요, 부모들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결과는 기각이었습니다.

22살의 손 이병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손 이병의 입대 당시 몸무게는 103kg이나 됐습니다. 눈도 좋지 않아 안경을 낀 교정시력도 0.3 밖에 되지 않았는데 신병대 조교의 증언에 따르면 손을 떠는 증상도 있었습니다.

10년 전이었다면 입대가 불가능한 신체 조건이었죠.

몸무게를 70kg까지 줄이라는 부대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손 이병은 뛰고 또 뛰고, 식사량도 줄여서 석 달 동안 20kg을 감량했습니다.

그런데 살을 빼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사격이었습니다.

눈이 나빠서 표적지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다 수전증까지 있으니 사격은 체중감량처럼 노력으로 될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 때문에 사격장에선 계속 얼차려를 받고, 또 동료들 앞에서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자대에서 사격훈련을 받던 손 이병은 땅에 엎드려 사격을 하다 마지막 31발째 탄환을 표적지가 아닌 자신의 머리에 쐈습니다.

사고 후 헌병대는 소속 지휘관들의 무리한 지시가 사고 원인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군의 잘못을 인정한 건데 이번에 순직 여부에 대한 육군 심의위원들의 판단은 완전 달랐습니다.

손 이병이 죽기 전 적었던 메모 한장이 문제였는데요, '중2 때 시작, 고1 때… 대학1, 2 때도 허무했지, 게임 세트 (끝났다)'

그러니까 중학교 때부터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자살한 것일 뿐, 군대가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겁니다.

하지만 손 이병은 입대 전, 우울증 같은 정신병력이 없었고, 오히려 과학고를 우수하게 졸업한 부모님의 자랑이었다고 합니다.

국방의 의무를 다 하라고 보냈더니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온 아들. 부모님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지금 군에 있는 우리 젊은이들이 60만 명이고, 또 들려오는 작은 소식에도 가슴 졸이고 있을 부모님들 그 이상입니다.

넋두리같은 메모 한 장으로 두 번 상처를 입게 된 오늘의 인물, 고 손형주 이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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