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26일)도 이 외침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한발 한발 신중하게 쏘는 양궁은 가장 조용한 스포츠로 꼽힙니다. 그런데 열입곱, 김제덕 선수는 어쩌면 양궁 역사에서 가장 요란한 선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양궁에서 메달을 결정짓는 건 바람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합니다. 김제덕의 파이팅엔 다 계획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어서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코리아 파이팅! 파이팅!]
김제덕은 오늘도 계속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파이팅 나이스!]
우리 선수들이 화살을 쏘러 갈 때, 또 시위를 당기고 나올 때, 틈만 나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오진혁 파이팅!]
김제덕이 활시위를 당기기 전엔 대표팀 감독이 대신 응원해줍니다.
[제덕이 파이팅!]
출전 선수가 쩌렁쩌렁 울리는 구호를 시도 때도 없이 외치는 건, 고요한 양궁장에선 보기 드문 장면.
선수가 경기하면서 크게 고함을 지르면 몸에 힘이 들어가서 화살을 쏘는데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눈치 보지 않고 계속 파이팅을 쏟아냈습니다.
[김제덕/양궁 국가대표 (지난달) : 파이팅을 크게 외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조금 더 자신있는 모습으로 보여드리고 싶어서 파이팅을 크게 외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양궁을 시작하면서 계속 이런 구호를 외친 건 아니었습니다.
사실 국내 대회에선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처음 출전하는 국제 대회를 앞두고 긴장감을 덜어내기 위해 호흡을 조절해가며 연습한 결과입니다.
[황효진/코치 : 올림픽 가면 긴장도 많이 되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 본인이 풀어보려고 한다고. 해내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마음이 안쓰럽고 짠하더라고요.]
혹여 '시끄럽다'는 반응에 상처를 받을까, 첫 메달을 따고 전화를 건 김제덕에게 스승은 "휴대폰을 보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황효진/코치 : 일부러 남을 방해하려고 하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검색같은 거 하지 말라고.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형들한테 폐를 끼치진 않을까, 앞서 혼성전 금메달을 따고선 단체전에만 집중하겠다던 김제덕, 그의 '파이팅'은 3관왕에 도전하는 개인전까지 이어질 예정입니다.
(영상그래픽 : 박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