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탐사+] '세기의 재판' 내란음모 공판에 곳곳 진풍경

입력 2013-11-16 20:35 수정 2013-11-16 22:14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탈북자들이 추운 날씨에 노숙까지 하면서 방청권을 확보했는데요.

법정 안팎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풍경을 성화선, 윤정민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14일 자정 수원구치소 앞.

칼바람이 부는 한밤중인데도 삼삼오오 모여 자못 흥겨운 분위기 속에 두부를 나눠 먹습니다.

[남조선 감방이 유독 추워요. 중국 감방·러시아 감방은 엄청 더운데.]

사탕 목걸이를 걸고 기념 촬영까지 하는 이들은 누굴까.

[최OO/탈북자 : 재판 거기에서 화도 참지 못하고 이석기를 욕했어요.]

지난 12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첫 공판에서 재판을 방해해 감치됐던 탈북자들입니다.

[백요셉/탈북자 : 대한민국을 북한에다가 갖다 바치려고 하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이 있는 한 저희들이 발 편한 잠을 못 자겠죠.]

이들은 이석기 의원의 첫 공판이 열리기 전날부터 재판 방청권을 얻기 위해 밤샘 노숙을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통진당 당원 등 지지자들과 격한 충돌 상황을 여러 차례 빚었습니다.

이들은 통일미래연대에서 왔다고 소개했습니다.

[탈북자 단체가 있어요. 남자들은 축구하고 여자들은 봉사활동도 하고….]

일종의 친목 단체인데 이 의원 재판에 이처럼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김OO/탈북자 : 나라를 지키는 일이니까 이렇게 커진 거지. 북한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나쁜 나라인지 알고.]

특히, 천막에서 잠을 자며 방청권을 어렵게 손에 넣은 탈북자 최 모 씨는 생업까지 제쳐놓고 이곳에 왔습니다.

[최OO/탈북자 : 저는 회사 측에다가 갑자기 그냥 몸이 불편하다고 거짓말했어요. 사장님한테.]

최 씨는 힘들게 법정에 들어갔지만, 고성을 질렀다가 퇴장을 당했습니다.

늦은 밤 재판이 끝나고 통진당 지지자들은 이 의원을 배웅합니다.

같은 시간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최 씨가 눈에 띕니다.

최 씨 옆에 있던 탈북 남성도 격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법정 소란 혐의로 감치됐다 풀려난 백요셉 씨.

백 씨는 서울 종로의 한 주점에서 만난 임수경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폭언을 당했다고 폭로해 임 의원의 공개 사과를 받아낸 인물입니다.

[임수경/민주당 의원 (지난해 6월 4일) : 저의 불찰로 인한 것이고 제 부적절한 언행으로 상처를 입었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백 씨 외에는 낯선 얼굴들입니다.

[김승철/북한개혁방송 대표 : 언론에 많이 알려진 사람들 말고 이제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 나왔잖아요. 이석기가 북한 편 드니까 김정은, 김정일한테 미웠던 게 이석기한테 다 간 거지. 그래서 여기 나간거야.]

김 대표는 탈북자가 아닌 사람도 눈에 띈다고 했습니다.

[김승철/북한개혁방송 대표 : 블루유니온 권유미 단장이에요. 왜 제가 아느냐 하면, 이 사람이 북한에 삐라(전단)를 뿌려요. 전단을 보내거든요.]

블루유니온을 찾아가 봤습니다.

[권유미/블루유니온 대표 : 안보의 위협이 되는 것들에 대해서 네티즌을 상대로 많은 활동을 했는데 다른 분들이 안보단체 같이 모여서 (재판 방청) 하지 않았냐 그러는데 저는 그분을 이번에 처음 봤고요.]

이석기 의원 측 변호인들은 조직적인 재판 방해라며 비판했습니다.

[김칠준/이석기 의원 변호인 : 상당히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순서대로 소란을 일으키고 또 이어서 릴레이 식으로 소란을 일으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민주화 이후 처음 열린 내란음모 재판.

법정 바깥은 법정 안만큼 어수선합니다.

+++

[앵커]

네, 법정 밖이 상당히 소란스러웠는데 취재기자와 함께 이야기 더 나눠보겠습니다.

성화선 기자, 법정 안 분위기는 어땠나요?

[기자]

검찰과 변호인단이 프리젠테이션을 하기 위해서 수십 페이지의 발표자료를 준비했습니다.

재판부가 고생을 많이했다며 시간이 얼마나 걸렸냐며 인사를 할 만큼 양측이 단단히 준비한 것 같았습니다.

[앵커]

검찰과 변호인단이 치열하게 맞섰다면서요?

[기자]

네. 검찰은 왜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조목조목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여기 보라색 표지의 자료는 변호인단이 발표했던 자료인데요.

재판 도중 음악까지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재판에 대한 자세한 내용 함께 보시겠습니다.

+++

이석기 의원의 첫 공판이 열린 지난 12일.

창과 방패의 대결이 시작됐습니다.

수사팀을 이끌고 있는 수원지검 공안부 최태원 부장검사, 김도완 대구지검 검사, 정재욱 대검 공안부 연구실장까지 공안통 검사들이 법정에 들어섰습니다.

이 의원 측에서는 진보 진영에서 내로라하는 변호사들이 나섰습니다.

인권 변호사로 꼽히는 김칠준 변호사가 대표를 맡았고, 이정희 통진당 대표의 남편인 심재환 변호사도 합류했습니다.

[김수남/수원지검장 (9월 26일) : RO 조직원들이 북한의 전쟁도발에 호응하여 국가기간 시설의 파괴 등 폭동을 음모한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8명의 검사와 16명의 변호사가 맞선 수원지법 110호.

이정희 통진당 대표가 나서 녹취 파일을 공개했습니다.

"칼이나 총 같은 건 갖고 다니지 말라"는 이석기 의원의 말에 웃음이 터져 나오는 대목이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RO는 조직 가입시 조직의 우두머리를 김정일 비서 동지라고 선언한 비밀 지하조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맞서 이정희 대표는 노사모나 새누리당 조직과 다를 게 없고, 모임에 아이들도 데려오거나 백두산 여행 계획 등을 논의했다며 반박했습니다.

[김수남/수원지검장 (9월 26일) : 권역별, 부문별 토론을 통해 국가 기간시설의 파괴 등 폭동에 대해 모의를 하고….]

이날 변호인단이 증거로 제출한 한 장의 영수증입니다.

롯데백화점에서 14만 원짜리 가방을 샀다는 영수증입니다.

한동근 통진당 수원시 당위원장이 한국정보화진흥원 주변에서 동향을 살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변호인이 반박하며 제출한 증거입니다.

한국전력 홈페이지를 탐색한 건 부인이 한전 주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국가 기간시설 타격 등을 구체적으로 모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범관/변호사 : (검찰 조사 결과) 대한민국의 전복을 의도하는 지하비밀조직으로 밝혀졌습니다.]

내란 음모를 둘러싼 진실 게임이 숨가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

[앵커]

성 기자, 다른 재판에 비해 이번 재판은 자주 열리는 것 같네요.

[기자]

네, 집중심리라고 해서 일주일에 월화목금, 4번 열립니다.

검찰이 신청한 증인만 80명이 넘는 등 일정이 좀 빡빡합니다.

[앵커]

증인 중에는 RO 모임을 녹음하고, 녹취 파일을 국정원에 넘긴 제보자도 포함됐다고요?

[기자]

네. 녹취 파일 제보자 이 모씨가 증인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이 씨가 어떤 증언을 할지 벌써 관심이 높습니다.

법정 안과 법정 밖의 달라진 풍경 취재했습니다.

+++

내란음모 사건 재판의 첫 증인 심문이 열린 지난 14일 아침.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한때 운영했던 선거홍보대행사 CNC 앞에 긴장감이 흐릅니다.

국정원이 CNC 뿐만 아니라 나눔환경 등을 압수수색한 겁니다.

변호인들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김칠준/이석기 의원 변호인 : 법정에서 이미 준비절차기일에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모든 증거를 다 제출하기로 했었는데 취지와 맞지 않는 것 아니냐.]

재판에서는 내란음모 사건이 어떻게 꼬리가 밟혔는지 드러났습니다.

2010년 5월 제보자 이 모 씨가 국정원에 전화를 걸었고, "새 삶을 살고 싶다"며 글과 연락처를 홈페이지에 남기면서 시작됐습니다.

수사관으로부터 녹음기를 건네받은 이 씨는 커피숍, 식당 등에서 따로 만나 녹취 파일을 건넸다는 게 수사관의 설명입니다.

녹취록의 진실을 둘러싸고법정 싸움을 이어가는 동안, 법정 밖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재판 첫날, 시위자들로 발디딜 틈 없던 법원 주변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참여자가 줄었습니다.

방청권은 추첨제로 바뀌었습니다.

[장대철/방청권 응모자 : 4개 다 하나도 안 됐어요. 다음 주에도 한 번 더 와 봐야지.]

5공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선 이후, 30여 년 만에 열린 내란음모 사건 재판.

동시에 사상 초유의 정당 해산을 둘러싼 헌법재판소의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통진당의 운명은 헌법재판소에 달려있습니다.

헌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습니다.

JTBC가 헌법학자 16명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자신이 헌법재판관이라면 해산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대답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나 헌재 재판관들이 청구를 받아들일 거라는 의견이(5명), 받아들이지 않을 거란 의견(4명) 보다 약간 우세했습니다.

내란음모와 정당해산, 저물어 가고 있는 2013년 올해의 무거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석기 3차 공판…국정원 "RO 녹취록 왜곡하지 않았다" 이석기 2차 공판, 녹취파일 신뢰성 놓고 치열한 공방 이석기 2차 공판…국정원, 통진당 관련업체 압수수색 14일 이석기 두 번째 공판…추첨식으로 방청권 배부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