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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의원님 집들이 중"…'애도 국회'에서 무슨 일이?

입력 2014-04-21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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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의원님 집들이 중"…'애도 국회'에서 무슨 일이?


대한민국 연예계가 멈춰 섰습니다. 저희 JTBC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인 '마녀사냥' 등도 결방이 됐고요. 다른 방송사들 역시 정규 편성돼 있던 프로그램 중 대부분을 방영하지 않거니와 미리 잡혀 있던 예능 프로그램 녹화도 취소했다고 합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대한민국 전체가 슬픔에 빠져 있는 이때 '웃기조차' 미안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공인의 범주에 들어가느냐 마느냐를 놓고 항상 논쟁이 붙는 대상이 바로 이들 연예인입니다. 법을 지킨다는 전제 하에 그들의 행동이 만인의 평가 대상이 돼야 하느냐를 두고 사람들의 의견은 항상 갈리죠. 그런 그들조차도 이 국가적인 비극 앞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비춰질 말 하나 행동 하나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은 명백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은 어떨까요? 이들이 공인이라는 사실에는 누구도 반박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난 16일부터 정치권은 언행을 극도로 조심하고 있습니다. 6·4 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둔 시점에서 선거 운동 일정을 전면 취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누리당은 골프·음주 금지령까지 내렸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마찬가지입니다. 당 지도부와 사고대책위원회 간의 연석회의에서도 SNS 활동 자제 및 언행 주의가 거듭 강조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지난 18일 낮 저는 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글을 보게 됩니다. 한 의원실 관계자가 "의원실 식구들과 의원님 집들이 중"이라면서 사진 5장을 SNS 페이지에 올린 것입니다. 사진 속 상에는 회와 초밥, 튀김 등이 차려져 있었고 와인 1병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 '의원님'이 선물 꾸러미를 살피는 사진도 있었고요. 새 집의 구석구석을 찍은 컷도 보였습니다. 이 글을 작성한 관계자는 "우리가 첫 손님"이라면서 즐거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보였는지 이 글은 몇 분 지나지 않아 삭제됐습니다.)

마침 보도국에서 특보를 준비하면서 세월호 침몰에 대해 안타까운 소식들만 계속 접하고 있어서였을까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어찌나 화가 났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몇 시간을 두고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감정에 치우친 것은 아닌지 객관적인 시각을 잃은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곱씹고 또 곱씹어 봐도 한 번 아닌 것은 끝까지 아니었습니다.

국가적 비극 앞에서도 우리는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을 해냅니다. 침통하고 안타깝지만 그럴 수밖에 없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의원님' 역시 마찬가지였겠죠. 마침 침몰 사고로 국회의 거의 모든 의사 일정이 중단됐으니 모처럼 여유가 생긴 김에 얼른 해버리자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의원님'은 공인입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민의 대표자입니다. 국회가 의사 일정을 다 취소한 것은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표현이자 이번 일의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찾는 데 집중하자는 의미가 아닌가요.

이제 곧 국회에서는 세월호 침몰 사고를 놓고 정부를 상대로 긴급 현안 보고가 이뤄질 것입니다. '의원님'이 속한 상임위도 그 중 하나가 될 것이고 거기서 '의원님'은 정부를 강하게 질타할 것입니다. 구조 작업이 그렇게 더뎌질 때까지 정부는 무엇을 했냐고 질문하겠죠. 저도 묻고 싶습니다. 실종자와 구조 대원, 그들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물 속에서 사투를 벌일 때 '의원님'은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말입니다.

JTBC 정치부 유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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