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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사고 소식에 포기하려 했지만..' 단원고 탁구부 눈물의 우승

입력 2014-04-18 13:05 수정 2014-04-18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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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사고 소식에 포기하려 했지만..' 단원고 탁구부 눈물의 우승

전국 남녀종별 탁구선수권대회 결승전을 취재하러 갔습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다 배가 침몰해 아직도 수많은 학생들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안산 단원고가 참가했다는 소식을 듣고서입니다.

경기가 열린 충남 당진체육관은 똑딱 거리는 탁구공 소리와 선수들의 기합 넣는 소리, 시끄러운 응원소리로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유독 한 팀만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선수들은 점수를 내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코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응원하는 가족들도 간간이 박수만 칠 뿐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유니폼을 봤더니 가슴팍에 '단원고'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단원고 탁구부는 국내 여고부 최강입니다. 지난해 전국체육대회와 종별선수권대회, 대통령기 등 주요 전국대회를 휩쓸었습니다. 이번에도 예선부터 8강전까지 상대를 모두 3대0으로 완파했습니다. 적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6일 준결승을 앞두고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친구들이 탄 바로 그 배였습니다.

뉴스에서 친구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뉴스를 전해들었고, 다행이라 생각하며 준결승을 치렀습니다. 결승 진출을 확정하고 경기를 마쳤는데, 전원 구조라는 소식은 오보였습니다. 수많은 친구들이 갇혀 있는 배는 물속에 가라 앉고 있었습니다. 결승전을 앞둔 선수들, 라켓을 들 힘도 없었습니다. 머릿 속은 온통 친구들 걱정 뿐이었습니다.

대한탁구협회 관계자는 "친구들 사고 소식에 선수들이 경기를 포기하려 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대회 참가 때문에 친구들과 수학여행을 함께 가지 못한 2학년 선수들은 밤새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협회 관계자는 "결승전을 치를 수 있을까 싶은 상태였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단원고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뛰었습니다. 선수들이 흔들릴까,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됐습니다. 저희 카메라 기자는 선수들이 혹시나 동요할까 싶어 선수들 눈에 띄지 않는 멀리서 촬영했습니다.(혹시 뉴스 영상을 보며 JTBC 카메라 기자는 잘못 찍나 싶었다면 그런 이유입니다.)

단원고 선수들은 결국 우승했습니다. 예상대로 아무도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은 말없이 땀만 닦았고, 코치와 선수 가족들은 선수들 어깨만 두드려줬습니다. 무거운 침묵만 흘렀습니다.

시상식이 시작되자 단원고 선수들은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습니다. 그 눈물까지 참아내기란 불가능한, 그들은 어린 소녀들이었습니다. 그 흔한 우승 소감조차 물어볼 수 없었습니다. 물어보다가는 제가 눈물을 쏟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묻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선수들의 눈물은 모든 걸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단원고 선수들이 시상대에 올라 눈물을 흘리던 순간, 정말로 체육관 밖에선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승리 만큼이나 친구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던 단원고 선수들. 그들의 바람처럼 실종학생들 모두가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JTBC 스포츠문화부 김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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