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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안전행정부는 대책본부 자격이 있나

입력 2014-04-20 16:40 수정 2014-04-2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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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안전행정부는 대책본부 자격이 있나


#1. 사고 발생일인 16일 오후 2시쯤, 중앙재난안전 대책본부(중대본)는 문제의 '생존자 368명 발표'를 합니다. 저는 그동안 한 자리수 정도로만 늘던 생존자 숫자가 갑자기 늘어난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중대본 상황실의 누군가(안행부 공무원으로 짐작되는 노란 옷 입은 분)를 붙잡고 물었습니다.

"1시간 만에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많이 늘었죠?"

"아... 전남도에서 보낸 행정선에서 구조된 사람들이 뒤늦게 파악되서 그렇습니다"

덧셈 , 뺄셈을 해보신 그 분은 "200명 정도 늘었죠?"라고 확인까지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의문은 남았습니다.

"어떤 행정선이길래, 200명이나 태웠지? 여러 척 보냈나?"

불과 2시간여만에 실종자 수가 수정됐습니다. 중대본은 "368명이 중복 계산돼 나온 숫자였다"고 시인했습니다.

"해경자료를 발표하는데 해경이 취합을 잘못한 것. 중복 계산 있었던듯. 어선 해경 등 수십척 구조작업 벌어지다보니 그렇다"

이렇게 해경 탓을 합니다. 한번이라도 숫자에 의심을 갖고 재확인을 했더라면, 이같은 대형 오보는 내지 않았을 텐데요.

#2. 벌써 사흘이 지난 얘기지만,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중앙 재난안전 대책본부의 총체적 부실의 시작은 첫 날부터 감지됐던 것 아닌가 싶어서 입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날부터 중대본에서 마이크를 잡았던 사람은 안전행정부 이경옥 제2차관입니다.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중앙 재난안전대책본부의 본부장은 자동적으로 안전행정부 장관이 맡지만, 실질적인 현장지휘역할을 하는 차장은 자연재해의 경우 소방방재청장, 인적재난의 경우 안행부 제2차관이 맡습니다.

이번 사고는 인적재난이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이경옥 2차관이 맡은겁니다.

이전에는 자연재해, 인적재난 모두 소방방재청장이 맡아왔는데, 올 2월 7일부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바뀌면서 그렇게 됐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사실 지금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는 이재옥 안행부 2차관이 사실은 대형 재난을 지휘해 본 경험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거죠.

지휘부가 이럴 진데, 안행부 조직은 어떨까요.

인적재난 대응을 소방방재청에서 안전행정부로 이관하면서, 정작 재난관리를 할 수 있는 노하우나 인력은 안행부로 전혀 이관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실제 소방방재청에서 안행부로 이관된 인원은 단 2명, 5급 사무관과 6급 직원 등 2명이 전부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소방방재청 전체인력은 570명 정도. 그 중에 행정인력 등을 제외한 방재, 소방 인력이 약 450명입니다.

또 소방방재청 직원은 기본적으로 10년 이상 현장에서 소방이나 구조,상황지휘 업무를 해본 사람이 대부분이라는게 소방방재청 직원의 설명입니다.

반드시 재난관리를 소방방재청이 맡아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관리를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죠. 인력과 경험이 풍부한 조직이 왜 이 상황에서 배제되고 있는 건지 설명이 듣고 싶습니다.

#3. 당시 법을 개정했던 이유는 재난 상황 관리 기능을 강화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름도 행정안전부에서 안전행정부로 바꾸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안전행정부가 대형재난에 얼마나 무능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락가락 하는 발표가 대표적입니다.

결과적으로 국민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 한 법 개정이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는 꼴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4. 지난 사흘간 중대본에서 사고수습 관련한 실시간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그동안 상황파악도 가장 늦고 이리저리 변명에 바쁘던 중대본을 이제는 떠나게 됐습니다. 중대본이 사실상 모든 사고대책 관련 업무를 범대본, 즉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로 넘겼기 때문입니다.

중대본이냐, 범대본이냐 어디가 컨트롤타원지 국민들은 헷갈립니다. 안행부 공무원에 물었더니 그 분도 "저도 그걸 알아보고 있습니다"라면서 어쩔 줄 몰라 하더군요. 어제 오늘 큰 혼란을 겪고, 안행부가 사실상 두손을 든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안행부에서는 누군가가 사표를 쓸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또,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재난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전달 체계를 재편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그런데, 정부의 인사와 조직을 쥐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안전행정부입니다. 과연 사건이 수습되고 나면, 정부가 어떤 개선안을 내놓을까요.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이 되지는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5. 중대본은 실종자 명단을 끝내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해경과 선사에서 취합이 안되고 있다"라고 하다가, "가족의 요청에 따라 일반에 공개하지는 않겠다. 단 실종자 가족이 원하면 확인은 해준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문득 실종자 명단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정확하기는 한걸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배를 탈 때, 이름을 적어 냈던 기억이 떠오르지 않아서 말입니다. 여행사를 통해 예약했다면 있을 수 있겠지요.

정부가 이래도 되는 걸까요. 혹시 명단이 틀릴 수도 있고, 숫자가 틀릴 수도 있겠지요. 그냥 처음부터 솔직히 공개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정도는 파악됐고, 이러저러한 사정 때문에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해 파악하겠다"라고 말입니다. 뒤늦게 들통났을 때 국민들이 받는 배신감과 충격은 너무나 크니까요.

JTBC 정치부 윤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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