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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손바닥 뒤집듯 말 바꾼 정부…'메르스 공포' 키웠다

입력 2015-06-08 21:42 수정 2015-06-08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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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메르스가 확산되는 동안 정부는 유언비어 때문에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SNS 등을 통해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행위를 적극 단속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하지만 발병 20일이 지난 지금서 보면 SNS를 가득 메운 메르스 관련 얘기들은 사실 유언비어라기보다는 시민들의 걱정이었습니다. 유언비어라던 게 실제로 그대로 된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정작 국민들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린 건 정부의 말 바꾸기였습니다.

메르스 사태가 심각해진 지난 일주일 동안 정부의 말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정제윤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문형표 장관/보건복지부 (2일) : (병원명 공개) 그런 고민의 많은 부분들이 조금은 근거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정부는 메르스가 전파된 병원 이름을 공개해서 안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사흘 뒤, 갑자기 병원 한 곳을 공개합니다.

[문형표 장관/보건복지부 (5일) :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의료기관을 공개하기로 결정을 하였고…]

평택성모병원을 공개한 배경으로 병원의 구조적 문제를 들었습니다.

[최보율/민간합동대책팀 역학조사위원장 (5일) : 평택성모병원에서의 상황은 다릅니다. 거기에는 밀접하게 밀폐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이틀 후, 정부는 관련 병원 24곳을 모두 공개합니다.

[최경환/총리 대행 (7일) : 공개에 따른 부작용보다는 국민 불안 해소와 메르스 사태 조기 종식이 더 급한 일이다 (판단을 했습니다).]

여론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절대 안 된다던 입장은 쉽게 바뀌었습니다.

특별한 명분도 없었습니다.

정부 입장은 서울시 기자회견 이후에도 여러 차례 바뀌었습니다.

[박원순/서울시장 (5일) : (메르스 감염 의사가) 1565명이 참석한 개포동 재건축 조합행사에 참석했고, 대규모 인원이 메르스 위험에 노출되게 됐습니다.]

정부는 박 시장의 발표가 국민들의 혼란을 초래했다며 비판했습니다.

[문형표/보건복지부 장관 (5일) : 정부의 조치가 마치 잘못된 것처럼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입장을 발표해 국민들의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불러 일으킨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병원명을 전격 공개한 어제 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최경환/총리 대행 (7일) : 대통령께서도 지난 3일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에서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투명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지시한 바가 있고…]

사전 준비를 하느라 이제서야 발표를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지시를 했다는 3일 이후에도 정부는 줄곧 불가 방침을 밝혀왔습니다.

[홍성걸 교수/국민대 행정학과 : 병원을 공개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등의 부수적인 것이 더욱 더 우선순위에 있었다는 것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옳지 못한 판단이었다는 것이고요.]

메르스 의심 환자를 어디까지로 봐야할지도 오락가락이었습니다.

[문형표/보건복지부 장관 (2일) : 밀접 접촉을 통해 비말을 통한 감염이 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환자가 있었더라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병원을 가면 안 된다고 하는 건 지나친 우려라고 생각을 하고요.]

메르스 환자와 2미터 내에 같이 있던 게 아니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사흘 후 말이 바뀝니다. 간접 접촉자도 관리 대상이란 겁니다.

[문형표/보건복지부 장관 (5일) : 밀접 접촉자뿐만 아니라 간접 접촉자분들까지도 충분히 걱정을 하고 전부 점검해 드리고, 그분들을 파악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2미터란 기준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문형표/보건복지부 장관 (7일) : 환자에 대한 밀착 접촉자 추적 관리만으로는 상황을 해결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전문의들은 정부가 처음부터 감염 위험 노출을 밀접 접촉자들로 국한시킨 건 잘못된 행태였다고 지적합니다.

[이재갑 교수/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 초기에 너무 문서에 매여서 긴밀 접촉자들에 대한 부분들만 조사가 된 게 이번에 전반적인 확산이 되게 된 시초가 됐거든요.]

메르스 사태 이후 부모들의 제일 큰 걱정은 학교를 보내도 되느냐였습니다.

정부 입만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한 정부에서도 입장이 엇갈렸습니다.

교육부는 학교를 며칠이라도 쉬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황우여/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3일) : 각 시도교육청은 상황에 따라 학교장이 교육청 및 보건당국과 긴밀히 협의하여 적극적인 예방차원에서 휴업을 결정하도록 한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보건복지부는 학교를 쉬는 건 맞지 않다고 했습니다.

[권준욱/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 (3일) : 일부러 학교를 휴업을 한다든지 이런 일은 사실은 불필요하다. 의학적으로도 맞지 않고, 옳지 않은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국가적 재난'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정부의 대응방식이 1년 전 세월호 참사 때와 전혀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합니다.

[윤완철 교수/카이스트 지식서비스공학과 :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그 이전에도 한국 특유의 대형 인재들이 다 비슷한 문화적 배경, 시스템적 에러, 휴먼 에러가 반복된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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