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에서 처음 보이스피싱 범죄가 발생한 건 2006년, 올해로 10년째입니다. 지난해 관련 피해액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동안 보이스피싱은 특정유형에 대한 대처법이 알려지면 잠잠해지고, 신종 수법이 나오면 피해가 늘어나는 패턴이
2~3년 주기로 반복돼 왔습니다. 최근엔 사기 대상자의 연봉과 재산내역을 수집해
맞춤형 전략을 펴는 신종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당한 사람들은 마치 귀신에 홀린 듯하다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직장인 28살 A 씨는 지난 3일 오전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한통 받았습니다.
검찰 수사관이라고 밝힌 상대 남성은 'A 씨 명의로 개설된 통장이 사기사건에 도용돼 수사 명단에 올랐다'고 했습니다.
A씨가 미심쩍어하자 또 다른 남성이 전화를 넘겨받아 검찰 수사보고서를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이 남성이 불러준 인터넷 주소로 접속했더니 A 씨의 예전 주소 등 개인정보가 담긴 문서가 나타났습니다.
[A 씨/피해 여성 : 중고물품 사기에 제가 연루가 돼 있다고 조사를 해봐야 한다 해서 들어가 보니, 수사보고서 같은데 제 이름과 주민번호가 다 (들어가 있었어요.)]
이들은 A 씨에게 A 씨의 통장의 돈을 찾아 금융감독원에 맡기지 않으면 모두 압수해 뺏기게 될 것이라고 겁을 줬습니다.
A 씨는 결국 은행을 찾아 예금과 적금담보 대출로 2250만 원을 마련했고, 금융감독원 신분증을 목에 건 남성이 돈을 받아갔습니다.
이들은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일당을 피해 여성과 만나게 한 뒤 대담하게 사람들로 붐비는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돈을 받아 가로챘습니다.
A씨가 돈 봉투를 건넨 지 20여 분 뒤인 오후 3시쯤, 오전부터 6시간 동안 이어졌던 전화는 '잘 해결됐다'며 끊어졌습니다.
하지만 A씨가 당황해 다시 걸어봤지만 없는 번호였고, 검찰청 사이트도 사라진 뒤였습니다.
20~30대 직장 여성을 상대로 개인정보를 확보해 맞춤형으로 보이스피싱을 일삼는 신종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경찰은 지난달부터 동일한 수법으로 서울 강남과 영등포 등지에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