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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체크] "꺼졌겠지" 담배 툭 던지자…1시간 뒤 '화르르'

입력 2022-03-12 18:33

'축구장 3만여 개' 태운 유력한 화근은 '담뱃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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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3만여 개' 태운 유력한 화근은 '담뱃불'


[앵커]

이번 울진 산불이 시작되는 장면입니다. 자동차 네대가 연달아 지나간 뒤 연기가 나고 불이 산으로 옮겨 붙습니다. 자동차에서 던진 담배꽁초가 유력한 화재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실제, 무심코 버린 담배 꽁초가 큰 불로 이어진 경우, 많죠. 심지어 꽁초를 버리고 한 시간이나 지났는데, 불이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담배꽁초가 얼마나 위험한지, 크로스체크 조보경, 윤재영 기자가 실험해봤습니다.

[기자]

경기도의 산불 상황실. 건조한 기후로 작년보다 산불이 두배 이상 발생하면서, 전 직원이 비상입니다.

[이성규/경기도 산림과장 : 계속 가뭄이 지속되고 또한 야외활동 인구의 증가에 의한 그런 부주의. 소각이라든지 또 담뱃불이라든지 취사 등.]

다음달 17일까지는 봄철 대형산불 특별 대책기간으로, 기동단속반도 편성됐습니다.

[김인호/경기도 산림과 주무관 : 주로 논·밭두렁 태우기나 산 주변에서 담뱃불 피우는 거 그런 거 계도하고 적발 시 과태료 부과하고 단속…]

산불조심 현수막이 붙어 있는 왕방산 등산로 입구입니다.

등산로 초입부터 누군가 피고 버린 담배꽁초들이 곳곳에 흩어져있습니다.

[이정수/경기도 산림보호팀장 : 흡연하시는 분들은 산에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제 한두 대 피우고 이렇게 가시는 경향이 좀 있어요.]

산불진화대원들까지 함께 나서 담배꽁초를 주워보지만, 며칠새 버려진 양이 상당합니다.

단속대원들의 눈을 피해 담배를 피고 버린 겁니다.

[이정수/경기도 산림보호팀장 : 정상 부위나 올라가는 조망점, 쉬시는 공간에 보면 대놓고 피우지는 않으시지만 안 보이는 데서 피시는 분들이…]

캠핑장과 계곡 인근 등 관광지 주변 산지에선 불법 행위가 더 자주 일어납니다.

[김인호/경기도 산림과 주무관 : (취사) 가능지역에서는 일부 사람들이 먼저 와서 선점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 뒤에 온 사람들은 그냥 가기도 좀 아쉽고 하니까 (불가 지역에서) 몰래…]

산 곳곳엔 낙엽이 쌓여있는 등 사방이 불이 붙기 좋은 위험지댑니다.

[이정수/경기도 산림보호팀장 : 안전한 곳에 버린다고 생각을 하지만. 떨어진 다음에 바람에 굴러가기도 하고 날리기도 해서.]

산불이 나면 진화에 나서는 산불진화대원들은 담뱃불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산림 내에서는 담배를 절대 피우지 맙시다.]

[양진권/경기 포천시 산불전문진화대 : 담뱃불을 끈 상태에서도 바람이 불면 다시 불꽃이 살아나서 산에 옮겨 붙을 수가 있습니다.]

담배불로 인한 화재 사고는 일상에도 비일비재합니다.

최근 광주에서 달리던 트럭 위 박스에 갑자기 불이 붙었는데 불 꺼진 곳에선 꽁초가 발견됐습니다.

2020년 군포 물류창고 화재 원인도 2019년 한 초등학교 별관 건물을 다 태운 화재도 누군가 버린 꽁초가 원인이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매년 부주의로 인한 화재 중 담배꽁초로 인한 것이 가장 많습니다.

낙엽과 비슷한 온도에서 불이 붙는 신문지입니다.

이를 이용해 작은 담배불이 어떻게 큰 화재로 이어지는지 간단한 실험을 해보겠습니다.

먼저 평평한 신문지 위에 불씨가 남은 담배꽁초를 올려봤습니다.

10분이 훌쩍 지나도 불이 나진 않고 불씨와 닿은 부분만 타들어갑니다.

이번엔 신문지를 돌돌 말아 사이에 꽁초를 넣어봤습니다.

신문지 양쪽에서 굴뚝처럼 연기가 뿜어나오더니 5분이 조금 지나자 화르륵 불길이 치솟습니다.

둥글게 만 신문지 겹겹 사이의 공기층이 불씨로 인해 계속 데워지면서 발화점을 넘기고 불이 붙은 겁니다.

층층이 쌓인 낙엽도 같은 원리로 불이 붙기 쉽습니다.

[이종인/김포소방서 화재조사팀장 : 꽁초가 낙엽 중간으로 떨어졌다라고 하면 지금 실험한 것처럼 공기층이 형성돼서 축열(열 축적)이 이뤄집니다. 온도가 계속 상승하게 되는 거죠.]

심지어 담배꽁초는 버린 지 한 시간이 지나서도 위력을 발휘합니다.

2019년 경기도 한 공장에서 생긴 화재 CCTV 영상입니다.

오후 5시쯤, 한 남성이 종이 박스 안에 꽁초를 버립니다.

30분이 지난 뒤 한 남성이 아까 꽁초를 버린 박스 위에 다른 폐지를 올립니다.

폐지 더미엔 불이 날 기미는 전혀 없고 직원들은 6시쯤 퇴근을 합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분 뒤 폐지더미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더니 불길이 치솟습니다.

한 시간 전에 버린 꽁초가 종이 박스 사이의 공기를 데우면서 공장 건물까지 태우는 화재를 불러온 겁니다.

버리면 과태료 5만원인 꽁초, 그러나 본인도 모르는 새 돌이킬 수 없는 피해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황수비 /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신단미)
(취재협조 : 김포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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