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렇게 역대 가장 큰 피해를 낸 울진 산불은 '실화'로 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법을 살펴보니, 실수로 산불을 낸 사람도 처벌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를 잡기도, 처벌하는 일도 생각만큼은 쉽지가 않습니다.
조승현 기자입니다.
[기자]
울진 산불이 시작된 왕복 2차선 도로변입니다.
처음부터 담뱃불 실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그 대가는 역대 최대 산림 피해로 불어났습니다.
주택 등 시설물 수백 곳이 잿더미가 됐지만, 책임을 지우기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산불은 2810건.
붙잡힌 산불 가해자가 1153명, 검거율은 41% 정도입니다.
실화인 경우, 가해자 검거율은 10%대로 뚝 떨어집니다.
[산림청 산불방지과 관계자 : 사실이 드러날 수 있는 증거, 사진, 장면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아주 어렵습니다.]
가해자 중 징역형에 처해진 사람은 25명, 전체의 2.2%였습니다.
20%는 벌금형을 받았지만, 한 사람당 평균 벌금은 200만 원이 채 안 됐습니다.
나머지는 기소유예 등으로 사실상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산림보호법은 실수로 산불을 내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사문화된 것입니다.
산림당국은 울진 산불이 나던 시각, 근처를 지나간 차량 넉 대가 누구 차인지 알아냈습니다.
[최병암/산림청장 (어제 / 산불현장 브리핑) : '울진경찰서로부터 주소지나 이런 정보는 받았다' 이런 말씀은 들었고요. 확인했고요.]
하지만 현장에서 담배꽁초와 같은 증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강릉 옥계 산불 가해자는 경찰에 붙잡혀 자백도 했습니다.
그래도 재판 결과는 끝까지 봐야 합니다.
[산림청 산불방지과 관계자 : '그때는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서 그렇게 잘못 이야기했다' 이러면 또 다툼이 생기는 것이라서…]
갈수록 커지고 잦아지는 산불,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김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