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제2부(부장검사 박길배)는 부실기업에 1160억원대의 대출을 받도록 도와준 기업 사냥꾼과 브로커, 시중은행 간부 등 총 13명을 적발해 그 중 7명을 구속 기소하고, 4명을 불구속 기소, 2명을 기소중지 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기업 사냥꾼 최모(51)씨와 이모(43)씨 등은 2012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터치스크린 제조업체 씨디지텍시스템스가 780억원대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알선 명목으로 2억 2000만원~4억 5420만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로비대금을 마치 정상적인 컨설팅수수료 명목으로 디지텍시스템스로부터 수수하는 것처럼 컨설팅계약서를 작성해 범행 은폐를 시도하기도 했다.
특히 최씨는 디지텍시스템즈의 주식을 담보로 사채를 빌려 166억원 상당을 조달, 무자본으로 회사를 인수한 후 휴대폰배터리 업체 엔피텍까지 집어 삼켰다. 이후 엔피텍을 통해 은행에서 다시한번 수십억원을 대출받고 엔피텍의 채무를 디지텍시스템스가 보증하도록 했다.
아울러 이들은 2012년 말 디지텍시스템스 남모(41) 이사로부터 10억여원을 받은 뒤 수출입은행 400억원, 국민은행 280억원, 산업은행 250억원, 농협 50억원 등 대출을 알선해 주고 무역보험공사가 50억원어치 지급보증서를 발급해주도록 주선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또 금융감독원 조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디지텍시스템스 회장 유모씨에게 손실 보전을 요구한 뒤 수천만원을 받은 전 금감원 부국장 강모(60)씨 역시 알선수재 혐의로 함께 구속 기소했다.
이 회사 주식을 보유했던 강씨는 2013년 이후로 주가가 하락하자 당시 디지텍시스템스 회장 유모씨에게 손실 보전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강씨는 유 회장에서 3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2000여만원을 받고 디지텍시스템스에 250억원의 대출 편의를 제공해 준 이모(49) 산업은행 팀장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디지텍시스템즈가 경영진들의 무분별한 횡령 등으로 지난해 1월 상장폐지 되면서 1160억원의 대출금 중 총 885억원 상당이 미상환된 상태로 금융권의 대규모 부실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디지텍시스템스는 2012년 국내에서 스마트폰용 터치스크린패널 생산 1위를 기록한 기업이다. 하지만 같은 해 기업사냥꾼에 의해 무자본 인수된 뒤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졌고 2015년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됐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