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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미움과 측은함…두 개의 판자문

입력 2016-09-19 21:41 수정 2016-09-1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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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9일) 날씨가 무척 좋았습니다. 경기도 고양의 가시거리가 무려 50km가 넘었다고 하지요.

이렇게 공기가 깨끗한 날에는 남산에서도 북한이 보일까… 사람들은 궁금해 하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방송들은 전부터 날이 좋으면 대개 서울 남산위에 올라 개성 송악산을 찾아내서는 렌즈를 당기곤 했습니다.

북한은 우리에겐 그런 존재인가 봅니다. 알게 모르게… 늘 확인하고 싶은, 혹은 돌아가고 싶은…

어제 저녁, 한평생 분단을 가슴아파한 작가의 별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에게 있어 분단은 가로막힌 두 개의 얇은 판자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속에서도 북한을 떠올리면 바로 그 두 개의 문이 나타나곤 하지요.

다섯 차례에 걸친 핵실험. 얼핏 통제할 수 없어 보이는 북한의 젊은 지도자는 또 다른 쪽에서 보면 매우 냉정하게 계산된 순서를 차근차근 밟아 나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움… 그러나 미움과 함께 열리는 또 다른 문이 있습니다.

최악의 피해를 입었다는 함경북도. 맨손으로 돌멩이를 나르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50년쯤 전에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던 그 모습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측은함… 그 두 개의 문 중 어느 문을 열 것인가는 우리도 아직 잘모르겠다는 사람들도 많죠. 그래서 갈등하고 있는데…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한솥밥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물이 차오르듯, 남과 북은 만나리라던 작가에게 이 두 개의 문은 그저 열려야 할 문일 뿐…

"2백년쯤 뒤 판문점이란… 백과사전에는 이렇게 쓰일 것이다… 1953년에 생겼다가 1900 어느해에 없어졌다. 지금의 개성시의 남단 문화회관이 바로 그 자리다"

피난 떠난 지 일주일이면 돌아갈 수 있으리라 여겼던 작가의 희망은 적어도 천 구백 몇 년, 즉 20세기 안에는 이루어질 것이라 간구했지만 세기를 넘겨서 그가 먼저 가버렸습니다.

그의 별세 앞에서 '작가의 혜안은 통하지 않았으며 그것은 부질없는 소망이었다'고 말할 자 누구인가…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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